[대구논단] 인간관계 ‘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w)을 적용하라
[대구논단] 인간관계 ‘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w)을 적용하라
  • 승인 2024.05.26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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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규 행복학교 교장·경영학 박사
1920년대 미국의 한 보험회사, 관리자였던 허버트 W. 하인리히(Herbert W. Heinrich)는 7만여 건의 산업재해를 분석하며 아주 흥미로운 법칙 하나를 발견한다. 바로 산업재해가 발생하여 중상자가 1명 나오면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경상자가 29명, 같은 원인으로 상처를 입을 뻔한 잠재적 부상자가 300명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이러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1931년 ’산업재해예방‘(Industrial Accident Prevention)이라는 책을 발간하면서 안전에 대한 1 : 29 : 300 법칙을 만들었다. 즉, 평균적으로 한 건의 큰 사고(major incident) 전에 29번의 작은 사고(minor incident)가 발생하고, 300번의 잠재적 징후들(near misses)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하인리히 법칙을 쉽게 정리하자면 ‘사소한 것이 큰 사고를 야기한다’, ‘작은 사고를 조치 없이 무시하면 연쇄적인 사고로 이어진다’고 말할 수 있다.

산업현장 안전교육에서 빠지지 않고 자주 등장하는 이 법칙을 우리 인간관계에 대입하여보면 어떨까? 사람과의 인연, 그 시작을 인위적으로 만들기는 어렵다. 큐피드의 화살이 어느새 등 뒤에 꽂힌 줄도 모르고 시간을 보내다 보면 인연이라는 이름으로 세월을 함께 보낸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충만할 때는 주위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이 걸림돌로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사건들이 있을 수 있다. 사랑이라는 대명제로 관대하게 덮을 수는 있으나, 그러한 일들이 하인리히의 징후처럼 인식된다면 그 사람과의 만남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300번의 징후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또 다른 29번의 사고를 잘 기억할 수 있다면, 관계에서의 절대적인 재앙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필자는 16년째 경찰과 검찰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들에 대한 통역업무로 정부를 돕고 있다. 가끔 여성 청소년계에서 일어나는 사건 중에는 남녀 간의 사랑이 키워드인 내용이 많다. 흔히 말하는 스토커라든지 가정폭력이라든지 말이다. 지금까지 1천여 건의 통역을 하면서 느낀 경험에 따르면 얼마든지 비극적인 사건은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하인리히 법칙을 알고 있다면 말이다. 상습적인 가정폭력, 사랑이란 말로 포장된 스토커의 피해자들은 수많은 징조를 무의식중에 느끼고 있었을 것이지만, 29번의 작은 사고들을 무시했기 때문에 극단적인 결론을 맞이한 경우가 많았을 것이라는 말이다.

경찰서에서 자주 보는 동남아 국적의 한 여성이 있다. 어지간해서 같은 사람을 경찰서에서 다시 보는 일은 드물다. 하지만 이 외국인은 알코올 중독 남편의 가정폭력으로 수시로 신고한다. 처음에는 무척이나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젊은 나이, 이국에서 얼마나 무서웠을까 하는 마음에 무엇이라도 도와주고 싶어 쉼터나 일자리도 함께 도와주기도 하였다. 하지만 몇 달의 주기를 거치며 경찰에 신고를 하였고, 위험은 모면하는 듯 보였지만 그사이 남편의 폭력수위는 점점 높아지고 있었다. 경찰은 직권으로 안전조치를 취하려고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한다. 목숨의 위협까지 받으면서 말이다. 말하지 못할 이유야 있겠지만, 세상에 목숨보다 더 귀한 이유가 존재할지 묻고 싶었다.

세상 사람들은 각자 나름 인연에 대한 철학을 가지고 있을 테지만, 징후가 보이고, 작은 사고들이 주위에서 자주 일어난다면 그만 보내줄 때가 온 것이다. 당신을 위해서 말이다. 일어난 일들에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이 있다면 절대 작은 사고들은 연속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인간관계에 지쳐버린 현대인들, 차라리 혼자 살겠다면서 산속으로 들어가는 이도, 계획을 세운 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어려운 일이며 사회라는 섬에 사는 동안 관계에 대한 피로감은 어쩔 수 없는 요소이다. 너무 가까이도, 너무 멀리도 하지 않는 것이 현명한 처사라고 하지만 그게 실상 제일 어려운 일이다.

어려운 세상, 혹 사람 때문에 길을 잃을 것 같다면, 잠시 숨을 멈추고 하인리히 법칙을 떠올려보면 어떨까? 작은 용기가 당신의 역사를 바꿀 수 있다.

게으름의 기준

데드라인의 효과

하인리히는 ’예측할 수 없는 재앙은 없다‘는 말을 남겼다. 그의 말을 옮기면서, 우리를 슬프게 했던 사고가 발생하기 이전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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