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아제한 호령하던 한국·중국
이제는 출산 장려 목소리 높여
청동기시대 세대당 인구 10명
女자 ‘열십十-사귈예乂’ 결합
‘자식 열명 낳을 수 있다면 교제’
서양서 10, 세상을 가득 채운 수
◇신이 설계한 가구당 인구
지구촌 한편에서는 굶어 죽는다고 아우성을 치는 ‘빈곤과 전쟁’이 한창이다. 다른 구석에서는 너무 많이 먹어 ‘비만과 전쟁’을 하고 있다. 또 다른 한쪽에서는 인구과잉으로 ‘산아제한’에 야단법석이다. 건너편에서는 저출산 고령화라고 출산장려에 속태우고 있다. 이와 같은 지구촌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누군가 있다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를 지경이다. 신(神)만이 아니다. 몇 해 전만 해도 중국이나 대한민국은 국민이 다 굶어 죽는다고 산아제한을 추상같이 호령했다. 그때가 어제 같았는데. 이제 와 출산장려라고요? 판소리로 대답한다면, “난감하네~아무리 휘모리장단이라고 해도 너털웃음에 엉~거~주~춤이라네. 육자배기 욕에다가 개다리춤밖에 나오지 않는다네~.”
누군가 지구촌에 생명체들의 둥지를 틀어주었다. 먹이사슬, 번성, 기후변화, 천재지변 등으로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실타래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내어야 했다. 수많은 철학자, 과학자, 정치가들이 실타래 보따리를 밝혀봤다. 그러함에도 지구촌의 인구에 대해 ‘신이 디자인했던 설계도(blueprint designed by God)’가 없었거나 혹은 아직도 찾지 못했다. 눈치 빠른 인구 전문가들이 솔직히 까놓고 하시는 말씀은 i) 기후변화 등의 자연적 환경, ii) 국가정책(산아제한, 출산장려, 교육·보육 등), 경제(주택, 직업, 노동 등), 문화 등의 사회적 환경, iii) 그리고 소득, 지식, 종교 등의 개인적 환경에 의해 출산율이 결정된다.
또 같은 이야기를 BC 300년경 맹자가 “하늘이 내린 자연환경이라도 국가가 결정하는 정책을 당하지 못한다. 국가정책이라도 백성들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뭐하겠나?”라고 말했다.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자연적 환경, 사회적 환경, 그리고 개인적 환경이란 톱니바퀴 3개가 있다. 우리나라는 사회적 환경인 국가정책이란 톱니바퀴를 가장 크게 맞춰놓았다. 개인적 환경과 자연적 환경이라는 톱니바퀴는 망가져 겉돌고 있다. 일제는 민족말살정책을 36년간 실시했다. 여기에다가 산아제한정책이 경제개발 방안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36년간 실시했다. 이렇게 72년간 출산력은 탈진상태가 되었다.
가장 쉽게 신이 설계한 출산력을 엿볼 수 있는 건, 포유류 암컷의 젖꼭지 수는 한꺼번에 출산하여 양육할 수 있는 숫자다. 곤충, 조류 그리고 미생물은 환경에 따라서 무성번식 등으로 스스로 알아서 번식한다. 포유류의 젖꼭지 수를 보면 사람은 1쌍, 소, 염소, 사슴, 사자 혹은 호랑이는 2쌍, 개, 토끼및 고양이는 3~4쌍, 쥐 혹은 햄스터는 4~5쌍, 돼지는 6쌍이다.
최근 암탉이 병아리를 부화하지 않는다. 그러자 사람들이 아예 부화장을 만들어 연간 수백억 마리의 병아리를 깐다. 인간이 계란을 까듯이 불임부부의 경우, 아예 인공배란을 하는 바람에 2~4 쌍둥이까지 출산한다. 그렇지만, 생물학적인 1인의 평생 출산력(lifetime fertility of one person)= 한꺼번 출산력(fertility all at once)× 출산 터울 혹은 회수(spacing or number of births)라는 산식을 초등학생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의미를 안다.
2022년 현재 우리나라 세대당 인구는 2.14 명이다. 1인 세대가 38%나 된다. 가락국기(駕洛國記) 금관가야의 호당인구는 8.2명 있었다. 청동기시대는 이보다 더 많은 10명 내외다. 이를 쉽게 짐작할 수 있는 건 ‘사내 남(男)자’라는 한자를 파자(破字)해보면 열 명(十)의 식구(口)를 벌어먹일 수 있는 능력(力)을 가진 사람이다. 그럼, 계집 여(女)자는? 자식 10명(十)을 낳아서 기를 수 있다면 교제하라.”라는 의미다. 즉 열 십(十) + 사귈 예(乂)를 합해 계집 여(女)자를 만들었다.
물론 이렇게 까놓고 이야기를 못 해 밭 전(田) 자와 힘 력(力)로 분해하여 “밭을 가는 힘을 가진 사람(耕田力者)”이라고 애매하게 한문 선생이 해명했다. 최정자(崔貞子, 1944~1987) ‘처녀 농군(處女農君)’ 노래에 한문선생은 말문이 막혔다. 계집 여(女)자는 어머니(母)가 되기 전에 모습을 형상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10명의 자식을 선호했던 동양에서는 하늘의 수(天數)를 십(十)으로 봤다. 하늘을 떠받들고 있는 기둥을 십간(十干)이라 했다. 서양에서도 10은 세상을 가득 채운 수(滿數)로 봤다. 요한계시록에서 10을 한 주기의 끝(완성)으로 봤다. 10일간 환란(10 days of tribulation), 열 개의 별, 열 개의 면류관(ten crowns), 열 명의 제왕 등이 있다. 여기서 10은 제한된 완벽함이었다. 기번(Gibbon)의 ‘로마 쇠망사(羅馬衰亡史)’에서 로마제국의 어머니들이 10명의 자식을 두었다고 적고 있다. 청동기 이전 고대사회에서 개인은 십(10¹)명을 완성으로 봤다. 부족사회에서는 백(10²) 명에서 만(10⁴) 명까지로. 작은 나라는 만(10⁴) 명에서 10의 6승인 백만명까지다. 대제국은 10의 7승 천만명에서 10의 8승 1억 명으로 번창을 의미했다. 이렇게 고대사회에서는 10의 승수효과(乘數效果, fiscal multiplier)를 내는 게 바로 지도자(leader)의 마법이고 카리스마로 통했다.
◇일순삼식(一旬三食) 즉 10일에 3끼
우리나라 조선시대 삼대기근은 순수한 천재지변만이 아니었다. 천재지변에다 당쟁, 사화, 예송논쟁 등의 인위적 재앙까지 가미해 제대로 매운맛을 봤다. 선조 1593년부터 1594년 계갑대기근이 있다. 1592년 4월13일 임진왜란으로 인해 농민들을 군역에 다 끌어내었다. 전염병까지 덮쳤다. 왜놈과의 전쟁이 아닌 ‘전염병과 끼니와의 전쟁’이었다. 100만 이상의 백성이 세상을 떠났다.
현종은 정묘호란과 인조의 병자호란이란 외침을 두 눈으로 보고도 정신을 못 차렸다. 제1차 무슨 고차원의 예송논쟁을 한다고 야단법석을 떨었다. 하늘도 너무 한심해서 1670년부터 1671년까지 경신대기근을 내렸다. 그렇게 140만 명의 백성이 쓰러져 갔다. 이런 판에도 “오랑캐에겐 손을 벌릴 수 없다.”는 대의명분만 타올랐다. 국가지도자들은 청나라의 원조를 단호하게 거절했다.
숙종 때 1695년부터 1696년까지의 을병대기근은 장희빈 사건으로 당쟁이 시끌벅적할 때다. 온갖 재앙을 다 불러 들였으니 폭우, 가뭄, 홍수, 태풍, 메뚜기 떼(蝗蟲), 천연두, 전염병 등 140만 명에서 400만 명의 백성이 굶고 병들어 죽였다. 조선시대 국왕이나 양반들은 기록상 하루에 5끼를 먹었다. 그래서 장질환과 소갈병이 많았다. 오늘날 용어로는 소화불량과 당뇨병이다. 일반 백성의 하루 한 끼는 태평성대다. 전쟁 때 백성들에겐 일순삼식(一旬三食) 즉 10일에 3끼 먹는 것이 최상이었다. 김훈의 ‘칼의 노래’에서 이순신은 “지나간 모든 끼니는 닥쳐올 단 한 끼니 앞에 무효”였다.
힘없고 가진 것 없었던 백성들에게 대기근이 닥치면, 2~3일 굶는 일은 양반용어로 항다반사(恒茶飯事)다. 밥 먹고, 차 마시는 것처럼 평범한 일이다. 당시 “사흘 굶어서 남의 담 안 넘는 놈 없다.”가 유행했다. 달포간 먹을 것이 없어 물만 마시다가 일어날 힘조차 없고 나면, 그때는 눈알까지 뒤집힌다. 그때는 질병으로 혹은 굶어 죽은 사람의 시신마저도 아까워 땅에 묻지 못했다. 먹을 수 있는 건 입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땐 자식, 부모, 형제의 시신도 먹거리였다. 그러나 인륜이란 걸 아는 인간이라 차마 목구멍으로 넘기지 못한다. 이때 부모, 형제, 자식의 시신은? 서로 모르는 사람들끼리 맞바꿔 먹거나 빌려준다.
글·그림= 이대영 코리아미래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