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중국 커머스는 ‘검은 백조’인가
[박명호 경영칼럼] 중국 커머스는 ‘검은 백조’인가
  • 승인 2024.06.02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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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예기치 못한 변화가 일상이 되어버린 시대를 살고 있다. 로봇이 밭을 갈고, 드론이 농약을 치는 세상이다. 생성형 AI는 생활 속의 여러 부분에서 인간을 대체하고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 창출도 생성형 AI가 인간의 두뇌를 앞선다. 한편, 유통업계에서는 상상 불가의 압도적 초저가로 알테쉬(알리, 테무, 쉬인) 등 중국 커머스가 국내 이커머스(e-commerce) 시장에서 영향력을 급속히 확장해 나가고 있다.

중국 커머스 플랫폼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국내 이커머스 사업자와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피해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국내 소비시장을 해외 직구가 주도하고 있어서다. 마침내 지난달 중순, 정부가 비상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졸속 시행령이며, 국제 협약을 무시한 쇄국정책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정부는 ‘흰 것은 희다’라고 당당히 말했지만, 정책의 비현실성과 실현 불가능성을 강하게 질타당했다.

현실에서는 ‘흰 것’이라고 당연시했던 것이 흰 것이 아닌 것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검은 백조’ 이론이다. 모든 백조는 희다. 하지만 300여 년 전 호주에 살고 있는 한 생태학자가 실제로 검은 백조를 발견했다. 이후로 ‘검은 백조’는 불가능으로 여겨졌던 일이 현실로 등장하는 사건을 상징하는 표현으로 쓰여 지게 되었다. 동시에 ‘검은 백조’란 도저히 쉽게 일어날 것 같지 않지만, 만약 발생하면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주는 사건을 뜻하기도 한다. 타이태닉호의 침몰, 인터넷과 PC의 등장, 리먼과 AIG 사태, 911사태 등도 모두 검은 백조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코로나 대유행, 이태원 참사 등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모든 백조가 검은색으로 보이는 불확실의 시대다. ‘검은 백조’ 이론의 핵심은 위험 관리에 있다. 나심 탈레브(Nassim Taleb)는 ‘블랙스완(검은 백조)’에서 어떠한 사건을 블랙스완 이벤트로 간주하려면 세 가지 필수요건을 갖추어야 한다고 했다. 첫째, 그 사건이 희귀하고 예견할 수 없어야 한다. 둘째, 그 사건의 여파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어야 한다. 셋째는 사건 발생 후 뒤를 돌아보았을 때 그 사건이 예견될 수 있었던 것이어야 한다. 중국 커머스는 위의 세 가지 요건을 두루 갖춘 검은 백조다. 그것도 매우 위험한 ‘검은 백조’다.

중국 커머스의 위협에 국내 유통 기업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첫째, ‘상황 대응적’(contingency) 전략을 쉼 없이 고안해 내고, 변경하고, 활용해야 한다. 예측 불가능한 유통 환경에서는 완벽한 시장분석을 토대로 작성한 의도적이며 정교한 전략은 무용지물이다. 전쟁과 유사한 급박한 시장 상황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는 직관적 대응만 작동하기 때문이다. 유통 시장은 매 순간 가장 적절한 전략 방안을 찾아서 신속히 대처해야 하는 전장이다. 둘째, 시장의 변화를 제대로 파악하고 추론할 수 있는 다양한 인재를 활용해야 하고, 유연한 조직문화를 유지해야 한다. 유통 환경의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모든 구성원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거리낌없이 제시하는 것이다.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 대응하는 유일하고 최선인 해답은 언제 어디서도 존재하지 않는다. 셋째, 언제나 익숙한 것과 결별하려는 단호함을 추구해야 한다. 혁신적 발상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사업 분야·사업 방식을 추구해야 한다. 기존의 사업을 강화하면서도 기업의 미래 먹거리가 될 새로운 사업을 꾸준히 탐색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오랫동안 지속된 내수 부진은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다. 제한된 소비 여력이 해외 소비에 지출되면서 국내 지출이 줄어든 탓이다. 이러한 가운데 서울 서초구가 전국 최초로 오는 7월부터 대형마트의 새벽 배송을 전면 허용한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지난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자체가 규제개선에 나선 것이다. 가격과 배송 속도가 경쟁력의 관건인 대형마트가 영업시간 제한 없이 새벽 배송을 포함한 전면적인 온라인 영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단 한 번의 클릭만으로 빠르게 다른 쇼핑 옵션으로 갈아탈 수 있는 이커머스 시장은 진입장벽 제로다. 이 시장에 검은 백조로 등장한 중국 커머스의 위협에 대응하려면 국내 유통업체들의 유통 변혁이 절실하다. 위기를 돌파하고 뛰어넘는 가장 강력한 힘은 언제나 혁신이다. 그것은 유통경영의 혁신이며, 유통산업의 규제 철폐다. 혁신적 접근을 시도하는 모든 사업 활동이 보장되어야 국내 유통업은 살아날 수 있다.

쿠팡의 김범석 의장은 진입장벽 제로인 이커머스 시장에서도 결국은 “최고의 상품과 가격, 서비스로 매번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통업은 유통혁신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다. 그리고 불필요한 유통 규제가 철폐되어야 국내 유통산업의 혁신과 경쟁력이 되살아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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