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일당에서] 5월을 보내며, 푸른 하늘·맑은 공기·탐스런 구름…매일 이날만 같아라
[호일당에서] 5월을 보내며, 푸른 하늘·맑은 공기·탐스런 구름…매일 이날만 같아라
  • 윤덕우
  • 승인 2024.06.0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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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날씨의 힘
햇살에 빛나는 신록·맑은 하늘
보기만 해도 심신에 생기 충만
시각·청각 등 모든 감각 즐거워
호일당하늘
5월은 ‘계절의 여왕’으로 불리는데, 앞으로도 계속 ‘계절의 여왕’으로 불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 5월을 생각해보면 ’계절의 여왕’이라고 할 정도로 정말 날씨가 좋았던 날이 며칠이나 있었나 싶다. 사진은 호일당 하늘.

5월이 흘러가고 6월이 시작되었다. 5월은 ‘계절의 여왕’으로 불리는데, 앞으로도 계속 ‘계절의 여왕’으로 불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계절의 여왕‘으로 불리는 이유를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5월이 날씨가 좋은 달인 점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 5월을 생각해보면 ’계절의 여왕’이라고 할 정도로 정말 날씨가 좋았던 날이 며칠이나 있었나 싶다.

딱 하루는 정말 날씨가 좋았다. 하루 종일 바깥에서 심호흡을 계속 하고 싶을 정도로. 지난달 16일이었다. 이날은 시각, 청각, 촉각, 마음 등 모든 감각이 즐거워한 날이었다. 지금도 그날의 느낌이 생각난다.

좋은 날씨의 힘을 실감한 이날. 그 전날 밤에 비가 내리고 바람이 많이 불었다. 날이 밝아 아침이 되자, 비바람이 그치고 하늘도 청명해졌다. 대구 시내에서 시골 고향집 호일당으로 가는 데, 날씨의 기운이 정말 상쾌해 몸과 마음에 생기가 넘치며 날개가 돋는 것 같았다.

◇유난히 쾌적했던 5월16일

공기는 더없이 맑고, 푸르디푸른 하늘에는 탐스런 흰 구름이 몇 군데 흘러가고 있었다. 햇살에 빛나는 신록과 맑은 하늘은 보는 것만으로도 심신에 생기가 충만해지는 것 같았다. 자동차 창문을 저절로 활짝 열게 되고, 들어오는 공기는 단맛이 느껴질 정도였다. 이런 날이 언제 있었나 싶었다.

호일당에 들어서니 텃밭의 채소들과 마당의 풀들도 기분이 좋아 춤을 추는 듯했다. 간밤에 내린 비로 목욕을 한 초목들이니 그럴 만도 했다. 촉촉한 기운의 땅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기온은 섭씨 16 내외이고, 바람은 평소보다 좀 많이 부는 편이었다. 그래서 더 쾌적하게 느껴졌다.

잡초를 뽑기도 하면서 텃밭 곳곳을 둘러봤다. 뭘 해도 기분이 좋았다. 서재로 들어와 마시는 차도 더 맛있었다. 차를 마시며 마당의 텃밭을 바라보았다. 텃밭에는 고수(중국이나 태국 등 음식에 사용하는 채소로, 필자가 좋아해 조금 심었다)가 한창 꽃을 피우고 있고, 조금 남은 열무도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텃밭의 절반 정도에 심은 감자는 순이 왕성하게 자라고 있는데, 땅속에서는 그 알이 한창 크고 있을 것이다. 텃밭 가에 조금 심은 국화도 잘 자라고 있어 꽃이 핀 가을의 모습을 기대하게 했다.

이날은 참새들도 기운이 넘치는지 더욱더 쉼 없이 재잘대며 전깃줄과 매실나무, 감자밭, 마당, 돌담 등을 오가며 무언가를 집어 먹고 있었다. 까치들도 마당을 드나들며 노래를 불렀다.

황사와 미세먼지, 자주 내린 비, 고온 등으로 올해 봄은 이날처럼 쾌청하고 상쾌한 날이 거의 없었다.

라디오(KBS 클래식FM)를 들으니 청취자들이 보내온 소식을 소개하는데, 전국 곳곳에서 날씨가 정말 좋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전국 어디나 날씨가 다 좋았던 모양이다. 이날 서울의 가시거리가 평균의 4배라는 보도도 있었다. 이날은 하루 종일 상쾌한 날씨가 계속됐다.

17일 이후에는 섭씨 30도를 오르내리는 여름 날씨가 계속되었다. 쾌적한 날씨가 거의 없었다. 그렇게 5월이 지나갔다. 올해 여름은 폭염과 폭우의 날씨가 될 것이라는 기상예보가 전해졌다.
 

지구촌 기후 갈수록 극단화
황사·미세먼지 어느새 일상
날씨 좋은 날 점점 줄어들어
더 악화되지 않게 노력해야

◇중국 여대생의 소원을 떠올리는 기후

사람은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게 되고, 날씨의 좋고 나쁨을 느끼는 정도도 상대적이긴 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산수와 공기는 금수강산이라는 표현처럼 오랜 세월 동안 좋은 산수와 날씨를 누려왔다. 봄과 가을의 날씨는 특히 좋았다. 하지만 좋은 날씨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지금의 날씨도 얼마나 누릴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을 떨칠 수가 없게 되었다.

중국의 한 여대생이 들려준 그녀의 소원이 생각난다.2013년 가을 중국 허베이성 스좌장(石家庄)시를 다녀왔다. 대구 서예가들이 스좌장 서예가들과 교류행사를 갖기 위해 방문하는 일행과 동행했다. 교류작품전 참관, 서화가 작업실 방문, 관광 등의 일정을 소화했는데, 통역은 중국 현지 여대생 3명이 맡아 수고를 했다. 이들은 스좌장시의 한 외국어대에서 한국어를 전공하는 여학생들이었다.

학생들은 모두 한국어가 능숙한 수준은 아니었다. 그래서 서툴기도 하고 답답한 점도 있었지만, 열심히 애쓰는 모습에다 서툰 통역이 웃음을 주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유쾌한 여행이 되도록 하는 측면도 있었다. 일정 막바지에 이르렀을 즈음, 이야기를 많이 나눴던 한 여학생에게 장래에 이루고 싶은 일이나 소원이 있는지 물어봤다.

그 대답은 의외였다. 빨리 돈을 벌어 부모님과 함께 공기가 맑고 살기가 좋은 중국 내 다른 지역이나 외국으로 가서 사는 것이라고 답한 것이다. 베이징 남쪽에 위치한 그곳은 황사와 매연 등으로 인해 1년 내내 맑은 공기를 들이킬 수 있는 날이 드물다고 했다. 중국의 대기 오염 심각성을 새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우리 일행이 그곳에 머무는 기간 내내 공기가 안 좋아 불편했음은 물론이다.

‘우리나라는 어디 가나 경치가 아름다워 예로부터 금수강산이라 부르거니 이 강산에 태어난 자부심을 어디에 비기랴.’ ‘자연의 경관에 관한 한 우리나라는 언제나 금수강산이었다.’

문학가, 법률가 등으로 활동한 현민(玄民) 유진오(1906~1987)가 1960년대에 출간한 수필집 ‘구름 위의 만상’에 나오는 글귀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자연을 산색이 아름답고 물이 맑은 금수강산(錦繡江山)으로 표현한 글이 많다. 청명한 날씨의 가을은 이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계절이다.

2016년 가을에 중국을 다녀왔는데, 당시에도 좋은 공기와 산천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장쑤성의 난징과 양저우, 그리고 쓰촨성의 청두를 다녀왔다. 비가 내리기도 했지만, 4박 5일 동안 계속 답답한 안개 속을 헤매다 온 기분이었다. 특히 청두는 대기오염이 심해 비가 내리지 않았는데도 이틀 내내 하늘을 볼 수가 없었다. 공기도 나빠 숨쉬기가 불편할 정도였다. 시야는 2~3㎞에 불과했다. 가이드는 청두가 분지인데다 대기오염이 심하고 맑은 날이 잘 없어서 ‘해가 나면 개들이 놀라서 짓는다’라는 말이 있다고도 했다.

수필가 피천득(1910~2007)은 수필 ‘오월’에서 이렇게 찬미했다.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 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져 가고 있다. 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 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밝고 맑고 순결한 오월은 지금 가고 있다.”

피천득이 ‘오월’에서 묘사한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 한 살 청신한 얼굴’에 부합하는 5월 날씨는 지난달 15일 하루 말고는 없었지 않나 싶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지구촌 전체의 기후가 갈수록 극단화되어 가고 있다. 황사나 미세먼지는 어느새 일상이 되어버렸다. 중국 여대생의 소원이 지구촌 사람 대부분의 소원이 되고 있는 형국이다.

그 여대생의 소원이 꼭 이루어지고, 우리의 자연과 기후도 더 이상 나빠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기후 문제가 우리만 조심하고 노력한다고 해결될 과제는 아니지만, 우리부터 최선을 다해 노력하지 않으면 해결될 수가 없는 문제이기도 하지 않은가. 지구의 전 생애에서 보면 기침을 몇 번 한 정도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남은 삶 동안 얼마나 혹독한 기후 변화의 과정을 직·간접으로 경험해야 할지 걱정되기도 한다.

 

글·사진=김봉규 칼럼니스트 bg429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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