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아침] 아버지와 아들 1
[달구벌 아침] 아버지와 아들 1
  • 승인 2024.06.09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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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란 주부
아버지는 아이가 처음 태어났을 때 딸이어서 서운해했을까? 아들이기를 바랫을까? 한 번도 아들이 좋다거나 딸이라서 섭섭하다거나 하는 말은 한 적은 없다. 그렇지만 아버지가 자식들에게 기대하는 것과 해준 것을 생각해보면 아들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 것 같다. 농촌이라서 아들이 일을 더 많이 할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아니었다. 딸은 결혼하면 출가외인이 되어 자주 볼 수 없는 사람이 되지만, 아들은 결혼해서 나이든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양하고 노후를 돌보며, 대를 잇고 제사를 지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버지의 생각대로 딸은 부모를 돌보는 역할을 아들, 특히 첫째 아들보다 적었다고 볼 수 있다. 아버지가 책임을 많이 주지 않았기에 책임감을 덜 느껴서인가? 늘 딸이어서 부모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만 생각했는데 그만큼 책임감은 적었을 지도 모른다. 가장 많은 기대와 지원을 했던 첫째 아들은 장남으로서 큰 책임감을 안고 살았을 것이다.
아버지의 첫째아들은 중학교때 공부를 잘 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인문계 고등학교를 갔고, 대학교를 갔다. 그를 제외한 첫째 딸은 중학교를 마치고 공장으로 갔다가 산업체 고등학교도 마치지 못하고 결국 방송통신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둘째아들은 공고를 갔고, 막내딸은 상고를 갔다. 막내딸 고등학교 진학 때 담임선생님이 아버지를 불러서 인문계 고등학교를 가기를 권유햇지만 아버지는 '아들'이 아니라는 이유로 여상을 보내서 바로 취업을 하기를 원했다.
공부를 잘 했기 때문에 첫째아들만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막내딸에게 했던 말로 미루어보아 그런 것은 아니었다. 공부를 아주 잘 못하더라고 고등학교를 진학하고, 인문계를 가는 아이들은 많았다. 단지 첫째아들이 공부를 잘 하지 못했더라도 아버지는 첫째아들만큼은 인문계고등학교를 가서 대학교를 가기를 원했을 지도 모른다. 다행히 첫째아들이 공부를 잘 했고 다른 아이들은 공부를 그만큼 잘하지 못해 형제들간에 분란이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분명 아버지의 기대는 달랐다. 고등학교와 대학교부터 엇갈린 아들과 딸의 인생행로, 그건 아버지가 정해준 길이었고, 아버지가 딸과 아들을 '차별'한다는 증거였고, 누구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게 해주는 척도였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아버지가 누구를 가장 사랑했는가? 말을 한 적이 있다. 첫딸은 첫딸이라 말했고, 막내딸은 막내딸이라 말했다. 장남과 차남은 아무말도 하지 않앗다. 굳이 말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을까? 말하지 않아도 될 만큼 스스로 아버지의 마음을 알고 있는 것일까?
아버지는 큰아들에게 가장 기대를 했고, 책임감을 주었다. 크게 많은 말은 하지는 않았지만 아버지와 아들은 서로 알고 있었다. 큰아들은 집에 오면 집에 붙어있지 않았다. 아버지와 대화를 하지도 않았다. 인사만 하고 친구들을 만나러 밖으로 나갔다가 아버지가 잠이 든 새벽에 들어왔다. 아버지는 꾸짖지도 않고 칭찬도 하지 않았다. 그저 말없이 지켜보았다. 어떤 마음으로 큰아들을 바라보았을까?
큰아들이 군대에 있을 때 멀리 있는 군대에 면회도 다녀왓다. 삐둘빼뚤한 글씨로 편지를 썼다. 아버지로서의 사랑과 염려와 당부가 담긴 편지였을 것이다. 아버지의 편지를 받아 본 사람도 큰아들 한 명뿐이다. 작은아들은 군대를 가지 않았다. 지금의 공익요원처럼 '방위'로 집에서 다니며 군복무를 대신했다. 아마 고등학생나이에 외지생활을 하며 동생을 돌보던 큰딸도 아버지의 편지를 받아보지 못했을 것이다. 막내딸도 마찬가지다. 대구에 살거나 울산에 살 때 아버지가 와 본적도 없다.
아버지는 큰아들을 가장 사랑하고 기대가 컷다.그런 아버지의 기대가 가끔은 큰아들을 숨막히게 했지만 다행히 길을 잘 찾아 아버지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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