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다양성 위기, 정원서 답을 찾다
생물다양성 위기, 정원서 답을 찾다
  • 김종현
  • 승인 2024.06.1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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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산림환경 아카데미’ 르포
최근 트렌드 변화
비싼 소나무 등 상록수 줄어들고
자연갈색 위주 ‘윈터가든’ 선호
한국의 자생 수종·식물 등 활용
한국적 분위기 내는 정원도 유행
정원산업 문화확산 박차
산림청, 산업진흥 기본계획 수립
연령·분야별 정원전문가 양성
아가베
국립세종수목원에서 특별전시되고 있는 신세대 감성의 괴근식물.

괴근
몸통과 뿌리가 한 덩어리이면서 척박한 환경에 살아남기 위해 수분을 저장하는 뿌리가 축구공처럼 부푼 다육식물이 괴근식물(아프리카 식물)이다. 아프리카·마다가스카르·북남미가 원산지다.

한수정이사장
한국수목정원관리원 류광수 이사장이 ‘정원의 일상화, K가든 세계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종현기자

기후위기시계는 지구 온도가 산업화 전보다 1.5도 높아지는 때까지 5년여가 남았다며 경고를 보내고 있다. 해마다 1천만 ha의 산림이 소실되는 지구에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기상이변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생물다양성 위기가 커지는 가운데 국내 수목원들과 한국수목정원관리원은 사라져가는 수목자원보호와 정원을 통한 치유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세종·대전 총괄지사가 한국수목정원관리원(이사장 류광수)과 협업해 지난달 개최한 ‘2024 산림환경 아카데미’ 현장을 소개한다.

◇속속 도착하는 기후변화 청구서

우리나라에서 역대 가장 더웠던 봄 1, 2, 3위는 최근 3년이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3월에서 5월 전국 평균 기온은 13.2도로 평년 봄 기온보다 1.3도 높다.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해수면 온도는 평균 14.1도로 10년 평균을 웃돌았고 10년 중 최고치였다.

세계기상기구는 지난해가 가장 뜨거웠던 해였지만 지난해의 기록이 5년 안에 깨질 가능성이 86%라고 관측했다. 5년 안에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 평균 기온보다 1.5도 이상 높아질 가능성이 80%다.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오르면 고위도와 중위도 극한고온(일최고기온의 연 최고치)은 4.5도와 3.0도 오르고 해수면은 26~77㎝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곤충 6%, 식물 8%, 척추동물 4%가 서식지의 절반 이상을 잃고 어획량은 150만t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23일 대구의 낮 기온은 32도를 기록했다. 봄철 동안 평년보다 높게 유지된 해수면 온도 탓이다. 섭씨 50가 넘는 기온이 나오면서 적도 부근 수온이 올라가는 엘리뇨 현상 때문에 올해 폭염 기록을 다시 쓸 것 같다. 폭염대응 시설을 만들거나 전력사용이 크게 늘어나는 악순환의 반복이다. 2006년 세계 최대 이산화탄소 배출국이 됐고 현재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의 대홍수는 흔한 뉴스가 됐다. 베트남 농가는 기후변화로 생산량이 줄자 커피밭을 갈아엎고 태국이 주로 재배하던 두리안 재배에 뛰어들었다. 공급 부족으로 베트남 로브스타 원두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기후변화의 청구서가 우리나라에도 도착하고 있다.

기후위기 속에서 수목원과 정원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정부는 2015년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정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다. 2017년 5월에는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을 설립했다. 지난해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에는 980만 명이 찾았다. 세종수목원은 올해 100만 명의 방문이 예상되고 있다. 수목원과 정원관리원이 한국에 새로운 정원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수목유전자원 증식, 정원산업 지원, 정원관광 활성화, 정원치유, 도시재생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 암센터와 같이 활동하고 있는 뉴욕 식물원

지난달 30일 열린 특강에서 류광수 한국수목정원관리원(한수정) 이사장은 “산림청은 2021년에서 2025년까지 정원진흥 기본계획을 세우고 정원산업 문화확산을 위해 공공정원을 확충하고, 연령대별·분야별 정원정문가를 체계적으로 양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수정은 정원분야 미래인력 양성을 위한 자격제도와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정원치유 활동을 지원해 생활 속 면역력을 증진하도록 나서고 있다.

이석우 한수정 기획이사는 ‘산림 생물다양성의 이해’ 주제의 특강에서 “생물다양성 손실은 올해 다보스 포럼에서 발표한, 가장 심각한 세계의 위기요소 10개 중에 3위에 선정됐다. 1위는 이상기후, 2위는 지구 시스템의 변화, 4위는 자연 자원 부족이다. 즉 생물다양성 손실 문제는 이상기후와 함께 인류가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난제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산림은 지구 육지 면적의 31%, 육상 생물다양성의 80%를 차지한다. 다양한 식물을 키우는 것은 식물자원뿐만 아니라 동물의 생존에 직접 영향을 끼친다. 상당수 신약의 소재는 식물에서 찾을수 있기 때문에 뉴욕 식물원은 미국 암센터와 같이 활동하고 있다. 생물다양성이 붕괴되면 지구온난화가 이어지고 건조한 지구는 산불로 덮이게 된다.

대구와 같은 대도시에 다양한 수목이 필요한 이유다. 대구수목원을 비롯한 대구의 공원이 대구 도심의 온도를 낮췄다는 발표도 있었다. 미세먼지 해소에도 수목이 도움이 되고 관광객을 통한 지역경제에도 수목원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1992년 브라질 리우 지구정상회담에서 생물다양성 협약이 채택돼 1993년 12월 발효됐다. 현재 196개국이 서명하고 195개국이 비준했는데 우리나라는 1993년 비준했다. 미국은 선진국 중 유일하게 아직 비준하지 않고 있어 자국 이기주의란 비난을 사고 있다.

한국수목정원관리원은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민간기업의 ESG(Environment 환경, Social 사회, Governance 지배구조-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기 위해 고려해야하는 요인들)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수목원 웨딩촬영, 생물다양성 교육, 정원치유 프로그램, 가족의 날 프로그램 등 다양한 사업가이드를 제안하고 있다.

◇‘검이불루, 화이불치’

이번 아카데미에서는 국내 유명 정원작가인 이주은 ‘공간이오’ 소장의 특강도 있었다. 이 소장은 정원을 ‘자연과 인간을 연결해주는 매개체로 디자인된 공간이며 정서적 감흥을 일으키는 예술, 자연과 식물이 있는 공간’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 검소하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나 사치스럽지 않다)로 정원의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비싼 소나무를 식재하던 정원에서 탈피해 공간구조를 단순화하고 자연스런 식재로 재료의 물성을 살리는 정원이 대세”라고 말했다.

작은 가정집 정원이라도 4계절 계속 꽃을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관목식물을 심는 사람들이 늘어 났다고 했다. 겨울에도 푸른 나무를 보기 위해 굳이 상록수를 심어야 한다는 인식이 줄어들고 다양한 자연 갈색이 있는 윈터가든이 늘고 있는 것도 큰 변화라고 한다.

자연주의 정원의 거장 피트 아우돌프((Piet Oudolf 네델란드)의 영향으로 한국의 자생 수종과 식물을 활용해 한국적인 분위기를 내는 정원도 유행이다.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 내 피트 아우돌프의 자연주의 정원은 올해부터 제대로 감상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 소장은 “영국의 첼시 플라워쇼와 같은 국제 정원 박람회가 소개되면서 우리나라의 정원 트렌드가 변화한 것 같다”며 영국식 정원이나 네델란드 정원을 한번 감상해 볼 것을 권했다.

김종현기자 oplm@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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