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섬이 된 한반도 상공엔 풍선만 떠다니고
[데스크칼럼] 섬이 된 한반도 상공엔 풍선만 떠다니고
  • 승인 2024.06.18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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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영택 편집위원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며칠 후면 6·25전쟁 발발 74주년을 맞는다. 북한의 기습남침으로 시작된 6·25전쟁은 동족상잔의 비극적 ‘동란’이면서, 엄청난 ‘국제전’이었다.

침략을 받은 대한민국을 돕기 위해 유엔군으로 16개국이 전투부대를 파병했고, 5개국은 의료지원단을 보냈다. 물자지원국은 39개국에 달했다. 북한을 지원한 국가도 많았다. 소련, 중국(중공)을 비롯 동구권 사회주의 국가들이 북한을 도왔다. 헝가리의 경우 남북한 모두를 지원한 이력을 갖고 있다. 아프리카 등에서 신생 독립국이 많이 생겨나지 않았던 시기였기에 그 당시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이 6·25전쟁에 어떤 식으로든 관여한 셈이다. 냉전체제의 초기 미국 주도의 유엔 깃발 아래 한국을 돕거나, 소련의 지시에 따라 북한을 지원하거나 어느 한 편에 서야 했다고 볼 수 있다.

6·25전쟁에 쏟아부은 전쟁 비용은 자그마치 제1차 세계대전 전비(戰費)에 버금간다. 1차 세계대전보다 전장(戰場)이 훨씬 좁았던 한반도 강토에 3년간 천문학적 비용을 퍼부었으니 그 참상이 어떠했겠는가. 전쟁의 결과는 알려진 대로 수백만 명의 인명 피해와 남북한 전역의 괴멸적 초토화였다. 6·25전쟁의 폐허에 대해 미국 태평양지역사령관 커티스 르메이 장군은 “북한은 석기시대로 돌아갔다”라고 했고, 당시 종군기자 키이스 비치(전 시카고 데일리 뉴스) 특파원은 “지금은 한국인으로 태어날 때가 아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남북한 모두에게 심대한 피해를 입혔기에 6·25전쟁을 모르고 한국 사회, 남북한 문제의 이해는 불가능하다. 한국 현대사의 근저에는 6·25전쟁이 옹이처럼 박혀 있다.

폐허를 딛고 우리 민족은 일어섰다. 1960년대부터 한국은 경제개발 5개년계획을 의욕적으로 추진했고 수출주도형 경제정책, 과학기술진흥정책, 중화학공업육성 등에 힘을 쏟으면서 산업단지, 제철소, 전력, 고속도로 건설 등 관련 인프라를 집중 구축했다. 1970년부터는 새마을운동을 시작해 농어촌개발의 촉진제로 삼았다. 새마을운동은 기초, 자조, 자립 등 마을의 발전 수준에 따른 체계화 3단계에서 1973년 6%선에 불과하던 상위 자립마을 비율을 1979년 97%까지 올려놓았다. 새마을운동은 농촌 지역사회개발의 획기적 사례로 세계적 평가를 받고 있으며, 그 이론적 체계인 ‘새마을학’은 국가 브랜드가 되었다. 최근 아프리카 여러 국가와 정상회담을 가진 윤석열 대통령에게 ‘르완다의 박정희’라고 불리는 폴 카가메(67) 르완다 대통령은 한국을 롤 모델로 삼아 국가발전을 이끌어가고 있다며, 그중에서도 새마을운동을 높이 평가했다. 최빈국에서 개발도상국을 거쳐 선진국이 된 유일한 나라, 대한민국은 이처럼 개발도상국의 귀감이 되고 있다.

우리가 반드시 유념해야 할 것은, 지금의 ‘선진 한국’ 밑바닥에는 6·25전쟁과 전후의 폐허 속에서 처절하게 몸부림친 앞선 세대의 숭고한 피와 땀, 노력, 헌신, 기여 등 희생의 눈물이 강물처럼 흐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요즘 젊은 세대를 MZ세대라 한다. 그에 상응하는 기성세대는 DMZ세대라고 불린다. DMZ세대는 반공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라는 의미다. 비무장지대, 군사분계선, 휴전선을 뜻하는 용어 DMZ가 세대 구분의 또 다른 선(線)이 되고 있다.

248km의 휴전선이 고착화되면서 한반도는 남북한 모두 섬 아닌 섬이 되었다. 남한은 동·서·남해 해안선에 북쪽 군사분계선(휴전선)으로 섬이 되었고, 북한은 동·서해 해안선에 남쪽 군사분계선, 북쪽 두만강 압록강 철조망(북 이탈 주민을 막기 위해 중국과 국경지역에 설치한 철조망)으로 고립의 섬이 되었다. 남북한 모두 인공섬이 된 셈인데 육로 해로는 막혔고, 가능한 길은 하늘뿐이다. 구름이나 뭇새만이 자유로이 남북의 창공을 넘나든다. 남북한 연인의 로맨스를 다룬 인기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도 하늘길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최근엔 이 하늘마저 조용하지 않다. 때아닌 풍선이 한반도 상공을 떠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북에서 오물이 잔뜩 들어 있는 ‘오물풍선’을 날려보내고 있다. 벌써 1천여 개 이상이 남쪽으로 날아왔고, 대통령실 근처에서 발견된 것도 있다. 남쪽에서는 대북 단체가 중심이 되어 대북 전단과 문화콘텐츠 등을 풍선에 달아 북으로 보낸다.

호국보훈의 달, 섬이 된 한반도에서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풍선이 떠다니는 상공을 바라보는 심정은 착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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