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우 칼럼] 상속세 개편: 중산층을 위한 변화
[윤덕우 칼럼] 상속세 개편: 중산층을 위한 변화
  • 승인 2024.06.2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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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우 주필 겸 편집국장
최근 한국에서 상속세 개편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1950년에 도입된 상속세가 지난 수십 년간 경제 발전과 물가 상승 등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해 기업 경영과 국민 실생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특히, 현행 상속세 제도가 중소기업과 중산층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상속세 최고세율을 30%로 낮추는 방안을 제안했고, 이는 상속세 개편 논의에 불을 지폈다. 이번 개편 논의는 중산층의 상속세 부담을 완화하고, OECD 국가들의 평균 수준으로 세율을 조정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현재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이는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OECD 평균인 26%와 비교했을 때 현저히 높은 수치다. 상속세 공제 한도 또한 1997년부터 28년째 10억원으로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물가는 96% 상승했으며, 1인당 국민총소득은 3.8배 증가했다. 이러한 경제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상속세 공제 한도는 그대로 유지되어 왔으며, 이는 중산층에게 과도한 세금 부담을 초래하고 있다.

최근 서울의 아파트 평균 가격은 12억원에 달한다. 이는 중산층이 힘들게 마련한 집 한 채를 상속받는 경우에도 막대한 상속세를 부담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상속세 과세 대상은 1만9944명으로, 2022년 대비 26.5% 증가했다. 이는 과세 대상자가 1만 명을 넘어선 2020년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상속세 부담이 중산층에게까지 확산되면서 ‘초부자’를 겨냥한 세금이 이제는 ‘중산층의 세금’으로 변모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속세 최고세율을 현행 50%에서 30%로 낮추자는 상속세율 인하는 과도한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첫 번째 단계다. OECD 국가들의 평균 상속세율이 26%인 점을 고려할 때, 이는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조치라 할 수 있다. 성태윤 실장은 상속세가 이중과세의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소득세와 기타 세금을 낸 후 모은 재산에 대해 상속세를 부과하는 것은 이중과세다. 따라서 상속세율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추는 것은 합리적인 방안이다.

상속세 공제 한도 상향도 불가피하다. 현재 상속세 공제 한도는 10억원으로, 1997년 이후 28년째 변화가 없다. 물가 상승과 소득 증가를 고려할 때, 상속세 공제 한도를 상향 조정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미국을 비롯한 많은 선진국들은 물가 상승 등을 감안하여 상속세 공제 한도를 꾸준히 늘려왔다. 지난해 미국의 상속세 공제 한도는 1,290만 달러(약 176억 원)로, 한국의 17배에 달한다. 또한, 많은 선진국들은 상속세 세율을 낮추거나 아예 폐지하는 추세다. 캐나다는 1971년에 상속세를 폐지했으며, 노르웨이는 2014년에 상속세를 없앴다. OECD 38개 회원국 중 10개국이 상속세를 폐지했다. 상속세 공제 한도를 현실에 맞게 조정함으로써 중산층의 세금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

유산취득세 도입도 필요하다. 한국의 상속세는 유산세 방식으로, 재산을 상속받는 사람의 수에 관계없이 동일한 세율이 적용된다. 반면, 유산취득세 방식은 각자 상속받은 금액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이는 다자녀 가정의 경우 상속세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유산취득세 도입을 통해 상속세 제도를 보다 공정하게 만들 수 있다.

배우자 공제 한도도 폐지돼 마땅하다. 현재 한국의 상속세 공제 한도는 배우자에게도 적용되며, 이는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있다. 같은 세대인 배우자에게 상속세를 부과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은 배우자 공제 한도가 없다. 배우자 공제 한도를 폐지함으로써 상속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현행 상속세 제도는 기업 경영에도 큰 부담을 주고 있다. 특히 ‘최대 주주 할증’ 제도는 논란이 많다. 상속세 최고 세율이 50%인데,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여 세율을 10%포인트 높여 60%를 부과하고 있다. 이는 기업 상속을 어렵게 만들어 경영권 분쟁을 초래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제약 업체인 한미그룹 창업주 고 임성기 회장의 유족들은 수천억 원에 달하는 상속세 부담으로 인해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이런 과정에서 기업 경영이 위축되고 가업이 망가지는 사례도 발생한다.

상속세 개편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상속세율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추고, 상속세 공제 한도를 현실에 맞게 조정하며, 유산취득세 도입과 배우자 공제 한도 폐지를 통해 보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상속세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 이는 중산층의 부담을 줄이고, 경제 전반의 활력을 불어넣는 중요한 조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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