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를 찾아서] 뇌 하나 추가요
[좋은 시를 찾아서] 뇌 하나 추가요
  • 승인 2024.06.24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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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하 시인

문어는 다리가 여덟 개인데 뇌는 아홉 개다 머리에 있는 두뇌 말고도 다리마다 그것을 담당하는 뇌가 하나씩 있다 그래서 다리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고 또 다리가 잘려나가더라도 새 다리가 나와 자라면서 뇌도 새로 생긴다

문어는 나보다 훨씬 진화한 종이다 나는 뇌가 딱 하나만 더 있으면 좋겠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말이 먼저 나가서 난처한 상황에 빠지곤 한다 그때마다 나는 내 얼굴에 스스로 먹물을 뿌리고 도망친다

내 혀에도 뇌가 하나 붙어있으면 좋겠다 말하기 전에 생각부터 해서 이제 먹물을 그만 뒤집어쓰고 싶다 혀가 정 마음에 들지 않을 땐 잘라버려도 되는 문어가 부럽다.

◇이용하= 2019년 ‘문학과창작’ 등단. 시집 ‘너는 누구냐’. 동국대 명예교수.

<해설> 문어를 이야기하면서 뇌를 이야기하고 또 뇌가 하나뿐이어서 뇌를 하나 더 갖고 싶은 자신을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 아이러니하게 묘사된 시인의 문장에는 언어와 상상을 동시에 능란하게 다루어 재미를 더하고 있다. 뇌가 하나여서 난처한 상황에 빠진 자신이 그래도 얼굴에 먹물을 뿌리고 도망친다는 점에서는 문어과에는 속하는 것은 맞는데, 시인의 가장 큰 고민은 아마도 허투루 내뱉은 말에 대한 책임을 혀에게 묻고 싶은 것이다. 해서 혀에도 뇌가 하나 더 있어야겠다는 엉뚱한 생각을 “뇌 하나 추가요” 라는 제목으로 넉살스레 표현하고 있다. -박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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