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국가경쟁력 vs 살기 좋은 나라
[박명호 경영칼럼] 국가경쟁력 vs 살기 좋은 나라
  • 승인 2024.06.3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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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지난달 중순 우리나라 국가경쟁력이 독일과 일본을 제쳤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과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올해 순위에서 한국이 20위를 차지한 것이다. 1년 전 28위에서 무려 8계단이나 올랐다. 일명 ‘3050클럽’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 인구 5천만 명 이상) 7개국 중에서는 미국에 이어 2위였다. 우리나라를 이전보다 더 ‘살기 좋은 나라’로 평가한 결과다.

한편, 국제연합개발계획(UNDP)이 올 초 발표한 인간개발지수(HDI) 보고서에서는 스위스가 2년 연속 가장 ‘살기 좋은 나라’로 선정된 가운데, 한국은 전 세계 193개 국가 가운데 19위를 기록했다. 두 기관의 평가가 비슷한 결과를 나타내고 있지만, 과연 ‘살기 좋은 나라’의 객관적 지표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그렇다면 ‘살기 좋은 나라’란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돈 벌기 좋은 나라’일 수도 있고, ‘행복 지수가 높은 나라’일 수도 있다. ‘평화를 사랑하는 나라’, ‘남을 많이 도와주는 나라’도 ‘좋은 나라’로 평가될 수 있다. ‘복지가 잘 되어 있는 나라’나 ‘군사력이 우수한 나라’, ‘과학 기술이 발전한 나라’를 말할 수도 있겠다.

‘좋은 나라 지수’(The Good Country Index)라는 것도 있다. 영국의 정치 컨설팅 회사인 사이먼 안홀트(Simon Anholt)가 설문 조사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작성한 지수다. 2014년부터 보고서를 발표했다. 여기서 ‘좋은 나라’란 자기 나라뿐만 아니라, 인류에 이바지하고 이기적(selfish)이지 않은 나라를 말한다. 그렇다면 우선 스스로 먹고 사는 문제에 어려움이 없어야 한다. 나라 살림살이가 좋아야 남을 돕는 나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60여 년 전 우리나라는 남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최빈국이었다. 1962년 당시 1인당 국민소득은 87달러에 불과했다. 피폐한 나라 경제를 살려내기 위한 노력의 출발점은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실행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었다. 1962년부터 1966년까지의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서 자주 경제의 달성을 위한 기반부터 구축하기 시작했다. 이어서 1996년까지 총 7차에 걸쳐 경제발전 계획이 실행되었다. 4차(1977∼1981)부터는 경제사회개발계획, 5차부터는 경제사회발전 5개년 계획(1981∼1996)으로 명칭이 수정되어 진행되었다.

국민정신을 개조하기 위한 노랫말을 1972년에 박정희 대통령이 직접 작사·작곡했다. ‘새마을 노래’다. ‘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 너도나도 일어나 새마을을 가꾸세’로 시작하는 노랫소리가 새벽마다 온 동네에 크게 울려 퍼졌다. 이어서 1977년에는 ‘잘살아 보세. 잘살아 보세. 우리도 한번 잘살아 보세’라는 노래를 보급하여 새마을 정신을 뒷받침하였다. ‘잘살아 보자’라는 외침은 ‘근면·자조·협동’이라는 새마을 정신을 전국민적 운동으로 확산시켜 줄기차게 뻗어 나갔다. 그야말로 새마을운동은 가난에서 벗어나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한 전 국민의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그리고 전 세계인으로부터 국가 경제발전의 성공모델로 평가되고 칭송을 받았다.

하지만 경제발전으로 이룬 물질적 부는 일정 수준에 이르면 더 이상 ‘잘 사는 느낌’이나 행복도를 높이지 않는다. 행복경제학의 창시자 리처드 이스털린은 ‘지적행복론’에서 행복의 3요소로, 물질적 부, 건강, 가족을 포함한 사회관계를 꼽았다. 비록 물질적 부를 축적하더라도 정신 건강의 악화와 함께 건강하지 못한 사회적 관계가 형성되면 문제는 지속된다. 물신주의가 팽배하고,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면서, 스트레스가 일상화된다. 치열한 경쟁으로 좌절감과 열패감이 쌓이면서 자존감도 떨어진다. 남들이 정한 기준과 목표를 추구하지 않고, 남과의 비교 대신 주체적 결단으로 ‘자기 삶’을 ‘자신의 방식’으로 살기가 매우 어렵게 된다.

그러면 진정 ‘살기 좋은 나라’는 어떤 나라일까. 물질적으로 성공을 거두지 못하더라도 많은 이들이 제대로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는 나라다. 인생의 실패자들을 격려하고 감싸주는 사회적 분위기와 다양한 가치관이 존재하면서 다양한 활동을 추구하는 기회가 많은 나라다. 자신의 고유한 빛깔을 내는 사람이 우대받는 나라,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해 볼 수 있는 그런 놀이터가 넉넉하고, 더 나은 삶을 살아야 할 이유가 분명하고도 충분한 그런 나라일 것이다. ‘잘 산다는 것’은 주어진 여건이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영역이다. 결국 ‘살기 좋은 나라’는 의미 있는 삶과 가치 있는 목표를 추구하는 국민이 많은 나라, 그리고 함께 잘 사는 길을 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나라가 아닐까. ‘살기 좋은 나라’는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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