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 멋으로 읽는 세상] 포항, 북극항로 거점·환동해 경제권 중심도시 꿈꾼다
[맛과 멋으로 읽는 세상] 포항, 북극항로 거점·환동해 경제권 중심도시 꿈꾼다
  • 이상환
  • 승인 2024.07.07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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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일만의 친구
 
산유국
최근 포항 영일만에서 산유국의 꿈을 안고 출발한 대왕고래 프로젝트 덕분인지 불의 정원의 꺼지지 않는 불꽃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동해, 태평양 향하는 해협 길목
정부 ‘대왕고래 프로젝트’ 추진
영일만 인근 가스·석유 매장 추정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애국가 첫 소절이 동해바다를 표현할 만큼 우리 민족에게 동해는 특별하다. 삼국유사의 ‘연오랑 세오녀’ 설화, 동해를 지키는 호국룡의 혼이 깃든 ‘대왕암’, 신라 시대 아라비아 상인들의 교역로가 된 울산 앞바다, 포스코 신화를 만든 영일만, 한반도를 지키는 국토의 막내 독도 등 동해는 단순한 바다나 해양이 아닌 우리 민족의 시작이자 ‘정신적 지주’로서 역사를 함께한 동반자였다.

세계 역사는 바다에 기록된다고 했던가! 로마제국의 지중해, 산업혁명의 발자취 대서양, 팍스아메리카의 상징인 태평양처럼 바다는 늘 번영의 역사를 기억하고 있다. ‘미래의 바다’라고 불리는 동해는 우리나라와 일본, 러시아에 둘러싸여 있기에 환동해라고 불린다. 한류성 해류와 난류성 해류가 교차하고 태평양으로 나가는 해협 길목이자 향후 북극항로를 태평양과 연결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이기에 동해는 늘 주변국들의 관심과 정복의 대상이었다.

러시아는 역사적으로 부동항(바닷물이 얼지 않는 항구)이 거의 없어 시베리아를 거쳐 태평양 연안까지 끊임없이 나아가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한 것 중 하나가 러일전쟁(1904년)이었다. 일본은 역사적으로 끊임없이 한반도 침입을 야욕했고 독도 영유권’과 ‘동해 명칭’ 문제로 지금도 우리나라와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고, 중국은 러시아·북한과의 국경으로 동해 진출이 막혀 오랜 세월 동안 두만강 일대 개발을 통해 동해로 나가는 출해권 확보에 몸부림치고 있으며 미국도 동북아 지역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동해를 주요 거점지역으로 여기고 있다. 이러한 중요성 때문인지 동해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러시아, 중국, 일본, 북한 심지어 미국의 잠수함까지 활동하고 있어 세계에서 잠수함 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동해는 이러한 지정학적 중요성뿐만 아니라 다양한 심해생물과 에너지원이 풍부해 지구의 모든 대양의 축소판이라는 말을 들을 만큼 해양자원적 관점에서 매력적인 곳이다. 동해가 대한민국의 명운이 걸린 바다라는 말은 결코 허언이 아니다. 동해바다는 최근 ‘대왕고래’ 프로젝트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데 ‘대왕고래’는 정부와 한국석유공사가 동해 심해 가스전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석유·가스가 대량 매장됐을 가능성이 높은 가스전 후보지에 붙인 이름이다. 포항 영일만에서 38∼100㎞ 떨어진 넓은 범위의 해역에 가스와 석유가 대량 매장되었다고 추정되고 있는데 자원 빈국에서 에너지 부국의 꿈이 포항 영일만에서 출발하는 셈이다.

 

1971년 박정희, 시장·군수에
“문성동 같은 새마을 만들라”
포항은 한국 번영의 출발점
‘제2의 영일만 기적’ 만들어야

“역사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그 만큼 어떤 지역이 번영을 이루고 기적을 이루는 것은 오랜 세월 동안 그 지역에 살았던 사람들의 정체성과 문화가 발현되고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DNA’를 가져야만 흔히 말하는 ‘시대’를 만나 꽃을 피우는 것이다. 고대 신라의 수도권이었던 포항은 ‘냉수리 신라비’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재산분쟁 해결을 위해 지증왕을 비롯한 일곱 명의 부족장들이 의논 끝에 결론을 낼 정도로 포항은 신라의 수도권으로서 그 위상이 높았다. 고려와 조선시대 때 포항은 주로 영일현(迎日縣)이라 불었는데 이름 그대로 ‘해를 맞이하는 지역’이라는 뜻이다. 이름값을 했던 것일까? 이성지, 남사고, 이중환 등 조선 시대 유명한 풍수학자들은 포항을 민족의 번영이 잉태된 땅으로 예언하였다. 그래서일까? 6.25전쟁 때 포항은 맨 앞에서 자유대한민국을 지킨 일등 공신이었고, 포항인들은 조국의 산업화를 위해 기꺼이 포항땅과 영일만을 내주고 포항제철을 짓게 만들어 ‘영일만의 기적’을 이루었다. 우리도 잘 살아보자는 일념으로 제철소 부지를 위해 이주해야만 했던 위대한 포항인들을 우리는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다.

포항은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계기로 ‘제2의 영일만 기적’을 이루려는 도전을 시작해야 한다. 성공 기대와 실패의 두려움이 공존하지만 포항은 위기에 강한 성공의 ‘DNA’를 가진 지역이다. “전국의 시장·군수는 (포항) 문성동과 같은 새마을을 만들어라”. 1971년 9월 17일 전국 시장·군수 현지 회의 때 박정희 대통령이 한 말이다. 이렇게 포항은 새마을 운동을 시작하게 만들어 전국의 초가집들은 기왓집으로 바뀌었고, 1980년대 강남개발, 1990년대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건설과 2000년대 2기 신도시(판교·위례·광교 등)건설을 거쳐 2010년대 뉴타운 건설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포항은 대한민국 번영의 출발점이었다. 이런 점을 볼 때, 포항 앞바다인 영일만에 가스와 석유가 발견된다면 어쩌면 역사적 운명처럼 느껴질 것 같다.

영일만
최근 포항 영일만에서 산유국의 꿈을 안고 출발한 대왕고래 프로젝트 덕분인지 불의 정원의 꺼지지 않는 불꽃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환동해 중심도시’로 육성 필요
르네상스청 설립 통해 행정 지원
포항·경주·울산 ‘도시연합’ 조직
기능별 분권형 행정체제 구축을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던 포스코 성공신화가 포항의 과거였다면, 포항의 미래는 이차전지 산업 선두 도시로서 미래 북극항로와 환동해 경제권의 중심이 되는 것이다, 포항을 넘어 대한민국의 번영을 위해서라도 이번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성공해야만 하고 설사 실패하더라도 대한민국이 환동해의 중심이 되려는 노력은 누가 정권을 잡더라도 멈추지 말아야 한다.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고 했던가! 영일만의 높은 파도와 거친 바람은 포항인들의 끈질긴 ‘근성’을 만들었고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도시문화는 포항을 철강과 이차전지의 중심도시로 성장시키는데 밑거름이 되었다. 이제는 포항을 환동해의 중심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대한민국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특히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환동해 패권국으로서 미래 대한민국을 만드는 주춧돌이므로 이를 위한 정치적·행정적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먼저, ‘환동해 르네상스청’을 설립해야만 한다. 환동해의 자원·안보·생태·관광 등 분야별 PM형 조직에 제3섹터 기능을 가미하여 환동해 지역 개발의 컨트롤 타워 권한을 부여하고 대한민국 최고의 전문기술가 그룹이 의사결정에 중심이 되도록 운영해야 한다. 그리고 (가칭)‘대한민국산업수도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여 해오름 동맹(포항·경주·울산)지역을 환동해 중심도시로 키워야 한다. 포항·경주·울산은 도시 연담화가 진행되고 있고 동일 역사권과 남동임해공업지역이라는 공통점이 있고 주민들 간 이질감도 없어 ‘해오름 동맹’의 도시 연합은 필연적이다. 경제수도 서울, 행정수도 세종, 산업수도 포항·경주·울산 도시연합을 기반으로 한 기능별 분권형 행정체제가 만들어진다면, 국토균형발전에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다. 과거 포항과 울산, 경주 등은 ‘동래부(東萊府)’라는 같은 행정구역에 속한 적이 있었고 박정희 정권 때 실세 이후락에 의해 경상동도(포항·경주·울산·양산 등)가 구상되었다는 점에서 어쩌면 해오름 동맹의 도시연합이 산유국이 된 대한민국의 산업수도가 되는 것은 역사적 운명인지도 모르겠다.

 

울릉, 양양, 포항·경주공항 연결
신규 트라이앵글 노선 신설 추진
환동해 해양관광산업 선점해야

미래의 북극항로가 열린다면, 글로벌 항만들과 선사들이 북극항로를 두고 벌이는 ‘물류 경쟁’은 산업혁명만큼 파급력이 클 것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 중심에 환동해가 있다. 우리나라가 확실히 환동해를 대한민국의 앞마당으로 만들려면 이번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성공을 기반으로 하여 환동해를 아우르는 해양관광산업을 선점할 필요가 있다. 환동해 랜드마크가 될 영일만 대교를 조속히 만들고 개항예정인 울릉공항과 양양공항, 포항·경주공항을 연결한 일명 ‘환동해 트라이 앵글 노선’을 만들어 환동해 전체를 관광 자원화시켜야 한다.

‘영일만(迎日灣)’의 한자를 풀이하면 ‘해를 맞이하는 만’이라는 뜻이다. 해는 빛, 열, 에너지, 불을 뜻한다. 영일만에서 가스가 나오고 석유가 나올 것 같은 예감이 들 때면 민족 시인 이육사가 포항을 여행하면서 지은 ‘청포도’라는 시가 생각난다.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던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영일만의 친구 포항! 나라의 명운이 걸린 ‘대왕고래’를 잡는데 가장 앞에 서라! 불굴의 도전정신으로 대한민국의 뜨거운 심장이 되어라! 그것이 실패를 모르는 포항인들의 운명이다. 그리고 승리의 주문을 외쳐라! 우리는 포항이다!

 
이상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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