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 물놀이장 시민들 북새통
대기인원만 50명 훌쩍 넘기도
저녁 두류공원 야외음악당 일대
돗자리 펴고 누워서 더위 식혀
빙상장·대형소핑몰·영화관 등
실내 에어컨 찾아 방문객 몰려
“선선해지면 집에 돌아갈 생각”
주말 사이 대구지역이 최고기온 38도, 최저기온이 27도를 넘나들면서 밤낮 할 것 없이 펄펄 끓는 ‘대프리카’ 날씨가 지속되고 있다. 열대야 지속 일수가 15일을 넘겨 당분간 불볕더위와 열대야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자 시민들은 도심 속에서 각자 저마다의 방법으로 주말을 보냈다.
◇ 무더위도 이겨낸다…‘이열치열’ 야외 나들이객
지난 3일 대구 신천 사계절 물놀이장은 물놀이를 즐기려는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기온이 36도 이상으로 올라 폭염경보가 내려지면서 더위가 절정에 다다른 오후에는 입장하려는 대기 인원만 50여명을 훌쩍 넘기기도 했다.
물놀이장 일대에는 간이 천막으로 그늘 쉼터가 만들어졌지만 수영장에는 해가 그대로 내리쫴 불편을 호소하는 이용객도 있었다.
방학을 맞아 물놀이장을 찾은 중학생 변하영·김세연 양은 “기다리다가 진짜 너무 더워서 기절할 뻔했다. 가까운 곳에 물놀이를 할 수 있는 곳이 있어 너무 좋은데 발바닥이 너무 뜨겁다”며 친구 손을 잡고 파도풀로 뛰어들었다.
인근 신천 산책로에는 시민들이 내리쬐는 햇볕을 피해 나무그늘에서 더위를 피했다. 옹기종기 모인 시민들은 목에 걸친 수건으로 연신 흐르는 땀을 닦아내고 강바람이 만족스럽지 않은 듯 부채와 손 선풍기로 땀을 식히기도 했다.
박한기(61·대구 중구)씨는 “가만히 앉아서 시원한 강바람 맞으며 냉커피나 한잔 마시면 딱 좋겠다”고 웃었다.
달궈진 공기가 한층 식은 저녁 두류공원에는 산책하러 나온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아이들은 2·28 광장 바닥분수에서 물놀이하며 더위를 식혔고 야외음악당 일대에는 돗자리를 펴고 누워 쉬는 시민들이 눈에 띄었다.
일인용 모기장을 펴고 누워있던 황모(54·대구 달서구)씨는 “에어컨을 틀면 답답하고 창문을 열어도 더워서 그냥 한번 밖에서 자볼까 하고 나왔다. 땀은 많이 흘러도 훨씬 낫다”고 말했다.
◇대프리카에서 여름나기…에어컨 찾아 들어온 ‘실내 피서객’
숨이 턱턱 막히는 공기에서 벗어나 쾌적한 에어컨 바람을 찾은 시민들로 실내 피서지도 연신 북적였다.
대구의 한 실내 빙상장에는 가족, 연인, 친구 단위의 방문객들이 시원한 빙판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며 더위를 식혔다. 부모들은 아이들의 손을 잡고 스케이트를 가르치고 학생들은 친구들과 컵라면, 핫바 등 간식거리를 사 먹으면서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아이들과 함께 이곳을 찾은 유진실(36·대구 달서구)씨는 “바깥활동을 도저히 할 수 없는 날씨라 아이들과 실내로 스케이트를 즐기러 왔다”며 “가격도 저렴하고 시원하니 피서지로 딱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서강빈(10·대구 달서구)군은 “밖은 한여름인데 여기는 겨울같아서 스케이트를 타도 땀이 안난다”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식사와 쇼핑, 영화 관람 등을 한번에 할 수 있는 대형 쇼핑몰도 피서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주차장이 만차인데도 입차하려는 차량들이 쇼핑몰 밖까지 길게 줄을 늘어뜨려 한동안 정체를 빚기도 했다.
동구의 한 수족관에서 만난 김세훈(29·대구 북구)씨는 “여자친구와 실내 데이트 장소를 찾다 시원하고 볼거리도 많은 아쿠아리움을 찾았다”며 “사람이 너무 많아 정신이 없긴 하지만 여기서 저녁도 해결하고 영화도 본 뒤 선선해지면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중구의 영화관을 찾은 서지수(26·대구 중구)씨는 “원래 집에서 편하게 OTT로 영화를 보는 것을 좋아해서 영화관을 잘 오지 않았는데 요즘은 집도 더워 영화관을 자주 찾게 된다”며 “다양한 영화들이 많이 개봉해서 이번주에만 세번째 영화를 보러왔다”고 웃음지었다.
유채현·김유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