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 멋으로 읽는 세상] 국토균형발전, 대한민국 국운 ‘U자형 해양거점도시벨트’ 조성에 달렸다
[맛과 멋으로 읽는 세상] 국토균형발전, 대한민국 국운 ‘U자형 해양거점도시벨트’ 조성에 달렸다
  • 윤덕우
  • 승인 2024.08.04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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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주도 하에 경제발전 기획
경인축·경부축 중심으로 육성
불균형 전략 탓 지방소멸 야기
호랑이
호랑이는 한반도를 상징하는 동물이다. 호랑이의 강력한 기운이 좁은 한반도에 갇혀 있으면 안된다. 환동해로, 환태평양으로 나아가야 한다.

국토의 균형개발도 중요한 멋이다. “수도권 집중화에 따른 양극화 심화”. 이 문구는 최근에도, 10년 전에도, 심지어 20년 전에도 쉽게 볼 수 있는 뉴스나 신문 ‘헤드라인’이었다. 그만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과밀화는 어제, 오늘 문제가 아니었다. 분명한 것은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경제발전은 ‘불균형 성장전략’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개발경제학자 허쉬만이 말한 대로 ‘불균형 성장전략’은 어느 부문이 먼저 발전하고, 다른 부문은 그것을 따르며 추월하는 연속적인 불균형 발전의 결과가 궁극적으로 국가 전체 경제발전을 이루어내는 것을 말한다. 자원과 기술이 부족한 저개발국가나 개발도상국들이 선도적 부문을 선정하고 집중투자함으로써 국가발전을 위해 ‘불균형 성장전략’을 택하는 것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남북이 대치된 상황에서 자원도 기술도 없었던 대한민국이 오늘날 글로벌 10대 강국으로 성장한 것도 국가 주도 중앙집권적 발전행정과 불균형 성장전략에 기반한 정책들이 기여한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특히 경제개발 초기, 빈약한 자본과 기술에 비해 저렴한 노동력이 풍부했던 우리나라가 노동집약적 경공업을 선도 산업으로 하는 불균형 성장정책을 추진했던 것은 불가피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경인공업지역이다. 그 후, 어느 정도 자본과 기술이 축적됨에 따라 정부는 남동임해공업단지로 상징되는 중공업을 육성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경공업의 상징인 ‘경인축’과 중공업의 상징인 ‘경부축’은 오늘날 대한민국이 성장하는 양 날개가 되었다.

이렇게 ‘경인축’과 ‘경부축’ 중심의 발전전략은 중앙정부가 경제발전을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수출 증대를 위한 국가기간산업육성이라는 국가적 목표 달성에 기여했다. 그러나 ‘불균형 성장전략’의 과실을 ‘균형 성장전략’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고 투자재원들이 경제와 사회 각 부문과 지역에 배분되는 국가적 시스템을 구축하는데도 미흡했다. 개발시대의 ‘우리도 잘살아 보자’라는 구호는 단순한 정치적 구호만은 아니었다. 그 당시 국민 모두의 희망이었기에 자본도 사람도 서울로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경제개발이 가속화될수록 노동력은 더욱 필요했기에 이촌향도 현상은 심화되었고 특히 서울 곳곳에는 무허가 판자촌이 난립하게 되었다. 이들을 도시 외부로 분산시켜야 했기에 인접 경기도 지역은 ‘수도권’이라는 이름으로 ‘서울 확장’의 상징이 되었다.

이렇게 서울과 수도권으로 몰려든 사람들은 하나의 ‘규모의 경제’가 되어 서울이 세계적인 메트로폴리스가 되는데 일조했다. 특히 경공업 지역이었던 ‘경인축’이 자연스럽게 첨단산업·IT산업·문화콘텐츠 산업 등으로 탈바꿈되면서 수도권은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자본 집약적인 산업으로 자연스럽게 전환했다. 이에 반해 지방거점도시들의 주력산업은 사양산업이 되거나 산업구조개편 실패로 신성장동력을 가지지 못한 채, 인구만 늘어난 도시형태가 많았다. 국가적으로 고출산·고성장시대에는 농촌이나 인근 소도시들이 지방거점도시에 인구를 공급하고 소비시장의 한 축이 되었기에 지방권 대도시들의 위상과 영향력은 유지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지방거점도시로 이동할 인구가 많지 않다. 대부분 지방인구가 급속히 감소하고 고령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기업이나 첨단산업이 없는 지방권 대도시들은 지방 쇠락의 상징이 되어 아파트값만 비싼 도시가 되어 버린 채, 가처분소득을 비롯한 주거수준이나 문화 수준은 탄탄한 산업기반을 가진 중소도시보다 못한 경우도 생겨났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지방도시들이 ‘극심한 인재유출’과 ‘지방소멸’을 걱정하다 보니, 중앙정부에 대해 분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고 심지어 그 어떤 비판이나 검증도 허락지 않는 ‘절대 반지’처럼 지방분권강화나 자치권 확대를 실천적인 로드맵 없이 맹목적으로 주장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그 결과 ‘지방소멸’ 어젠다가 국가적 난제가 아닌 ‘소지역주의의 볼모’가 되고 있다는 불만도 들린다. 이런 상황에서 거시적 정책제안이나 합리적인 토론 없이 ‘묻지마 지방분권 강화’가 단순히 지역 정치인들의 정치적 체급을 올리는 ‘정치적 레토닉’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 같다는 의심과 고소득층과 인재의 수도권 집중 가속화가 단순히 중앙과 지방의 권한 배분의 문제이냐에 대한 의구심의 목소리도 있다.

분명한 것은 수도권 집중이 만든 양극화가 심화된다면 국토균형발전을 저해하고 국가경쟁력 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래서 수도권과 지방 모두 상생할 수 있고 국가 전체적인 발전을 이끌 수 있는 해법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방 활성화와 지역 개발을 단순히 수도권이나 중앙정부에 대한 ‘한풀이’식으로 접근하거나 지방분권이나 자치권 강화를 위인설관(爲人設官:어떤 사람을 임명하기 위해 일부러 벼슬자리를 만드는 것)의 목적 또는 중앙 예산을 지방예산화하여 간섭없이 쓰겠다는 논리로 접근한다면 전국적으로 ‘소지역주의’가 발병되어 지금까지 대한민국이 이룬 번영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는 ‘리스크’가 될 수도 있다.
 

항만도시, 세계적 도시로 도약
우리도 바다 품은 지방도시 활용
강원·영남·호남·충청 벨트화해야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 세계적인 도시로 성장한 곳은 대부분 항만도시였다. 런던, 뉴욕, LA, 홍콩, 상하이, 싱가포르, 로테르담, 두바이 등이 그렇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다. 세계 2위 환적항인 부산항을 보유한 부산과 국내 최초 컨테이너 부두였던 인천항을 보유한 인천은 세계적인 도시가 되었다. 이제 우리나라는 단순히 수도권과 지방이라는 이분법을 넘어 ‘지방’이라는 지역을 하나의 국가적 동력으로 활용해야 한다. 한 마디로 ‘운동장을 넓게 쓰자’는 얘기다. 지금 이 시대는 더 이상 서울이 대한민국 전체를 견인할 수 없으며 소비도시로 전락한 지방거점도시들이 새로운 동력을 만들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가 나아갈 길은 더 넓은 바다밖에 없다고 본다.

 

해양 3면 연결할 철도망 구축
산업시설·주거·문화공간 조성
부가가치 창출 통해 투자 유치

과거 경인축과 경부축 중심의 개발은 호남의 소외를 낳았고 서해안과 남해안을 중심으로 한 L자형 국토 개발축은 영남의 반발을 낳았다. 이제는 강원, 영남, 호남, 충청을 모두 포괄할 수 있는 ‘U자형 해양도시개발축’을 제대로 개발하여야 한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수도권을 제외하고 생산기반 자립도시로 성장가능한 곳은 대부분 남동임해공업지역이나 수도권 인접 서해안 해안도시들이다. 국토 삼면의 전방위적 활용을 위해서는 서해안 신산업벨트와 동해안 환동해&에너지 벨트를 기존의 남동임해공업지역(영일만~광양만)과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부산과 인천을 포함한 초광역산업벨트(강릉·동해·삼척, 울진·영덕, 포항·경주·울산, 창원·진주·사천, 여수·순천·광양, 목포·새만금, 당진·서산·아산, 평택·화성)를 만들어 이른바 ‘U자형 해양거점도시벨트’를 구축하여 지방 경쟁력 강화의 출발점이 되게 만들어야 한다.

나라가 성장하려면 먼저 도시가 성장해야 된다는 말이 있다. U자형 해양거점도시들이 성장하려면 해양 삼면을 연결하는 여객&물류 철도망이 구축되고 제조업과 서비스 산업이 융합된 ‘모던 팩토리와 쾌적한 주거·문화공간이 조성되어야 가능하다. 특히 항만과 공항, 철도망을 가진 해양도시들은 원료와 최종 상품 간 수많은 과정을 통해 부가가치와 물류를 창출하여 투자유치를 통해 배후도시까지 성장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 그 결과 ‘U자형 해양거점도시벨트’가 하나의 글로벌 네크워크가 되어 해양대국 대한민국의 기틀이 될 수 있다.

전 세계의 약 80억 인구들은 우리를 ‘코리아’(korea)라고 부른다. ‘코리아’(korea)의 어원은 ‘고려’에서 나왔다. 고려가 망하고 조선이라는 나라가 500년 동안 존재했는데도 말이다. 해양세력이 집권했던 고려는 아라비아 상인들과 무역할 정도로 글로벌했다. 조선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역사는 말해준다. 우리 민족은 해양세력이 강할 때 부강했고 문화도 뛰어났다. 네덜란드도, 스페인도, 영국도 해양세력이 강할 때 패권국가가 되었다. 대한민국의 국토균형발전과 지방분권 정책! ‘U자형 해양거점도시벨트’조성을 통해 ‘글로벌 히든 챔피언 시티’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하자! 바다에 미래가 있다는 말이 있다. ‘대한민국 국운’이라는 ‘월척’을 낚아보자!
 

 
칼럼니스트 이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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