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갤러리]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
[대구갤러리]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
  • 승인 2024.08.0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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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가질 때 까지1
얼굴을 가질 때 까지

독일의 전위작가 요세프 보이스는 모든 인간은 예술가라고 했다. 누구나 그림을 그릴 수 있지만 작가로 입신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왜 그럴까? 왜 이들은 그림을 안 그리고는 못 견디고 온몸이 뜨거워져 견딜 수 없게 될까. 나에게 스스로 질문을 던져본다. 나는 왜 그림을 그리게 되었을까.

초등 1학년 미술 시간, 그림 주제는 택시 그리기였는데 도화지 한 모서리에 조그맣게 그리고 있으니까 선생님이 내 손을 잡고 화면 가득히 꽉 채워 그리도록 이끌어 주던 생각이 난다. 정규교육을 받지도, 변변한 작업실도 없지만 나는 하루종일 작업궁리를 한다. 그림을 오래 그려왔다고 작업이 잘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나는 어떤 목표도 체계도 경향도 추구하지 않으며, 어떤 스타일도 방향도 갖고 있지 않다. 나는 일관성도 없고 무정규적인 것을 그리고, 끝없는 불확실성을 좋아한다는 <요르그 임멘도르프>의 말을 자주 떠올린다. 세계 미술 흐름은 나날이 변하고 있고, 미술사조의 변화는 예측이 어렵다. 어느 시대든 화가들은 이 거대한 사조와 경향을 벗어나기 힘들다. 그동안 많은 화가들이 형태나 색채나 경향의 노예가 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걸 벗어나야 화가는 자유로워질 수 있다. 작업을 하면서 자유를 얻지 못하고 작품 속에 자유가 없다면 무엇 때문에, 누구를 위하여 작업을 해야 하는가 등의 회의가 생길 것이다. 참된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싶으나 거짓되고 환상적인 미에 현혹되지 말 일이다.

작업할 때 나는 혼돈에서 질서를 찾기도 하고 질서 속에서 혼돈을 바라본다. 혼돈이야말로 그 위에 진실이 씌어질 악보이다<헨리 밀러>. 단순한 것이 복잡한 것보다 더 강한 충격을 주는 것을 깨닫는다. 꽉 채우기보다 비워야 할 곳에 대해 고민하고, 숙련되고 화려한 기교보다 좀 모자라고 못생긴 것에 매력을 느낀다. 꼴라쥬 기법에 관심이 높다. 자유란 무엇일까. 사실 그림 속에서 자유를 추구한다. 하지만 과연 자유로울 수 있을까. 그림 그린다는 것은 어쩌면 그린다 하기 보다 지워가는 행위일는지 모른다. <로버트 라우센버그>가 <데 쿠닝>의 목탄 드로잉 한점을 얻어 두 달여 걸쳐 지우고 지운 흔적을 남겨 추상 표현주의를 벗어나고자 했다는데, 그림은 기억 속의 흔적을 지우고 또 그 위에 새로운 기억들을 덧입히는 행위는 아닐까.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아픈 추억들이 모여 하늘의 별이 되었다가 다시 캔버스 위에 내려앉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은 아닐까. 내가 나의 얼굴을 가질 때까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내 작업이 관객들에게 스스로 말을 건내는 그런 작업을 하고 싶다.

윤성도 작가
※ 윤성도 작가는 경북대 의과대학 및 동대학원 졸업한 의학박사다. 극재미술관, 행소박물관, 봄 갤러리, 고도아트센터 등에서 8회의 개인전과 다수의 기획전 및 단체전 에 참여했다. 전 계명대 동산병원 병원장을 역임하고, 현재 계명대 의과대학 석좌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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