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피해금액으로 인하여 많은 전기차 차주 또는 전기차 구입을 고려한 사람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이러한 차량 화재 사고 시 전기차 차주 및 자동차 제작사의 책임이 어떻게 될까?
화재로 타인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무조건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다. 민법에 따라 가해자의 ‘고의 또는 과실’이 있어야 한다. 벤츠 소유자가 고의적으로 배터리 부분을 손상시켜 화재가 발생하도록 만들지 않고 일반적인 방법에 따라 운행, 충전, 주차하였다면 벤츠 소유자의 고의 또는 과실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화재로 인하여 아파트에 엄청난 손해가 발생하여도 벤츠 소유자의 과실이 없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책임 ‘0원’이 될 가능성이 많다. ‘운전자의 운전습관으로 주행 시 하부충격으로 인한 운전자 과실’이라는 가짜 뉴스도 있다.
위 내용이 사실이라고 가정하여도 차량은 운전 중 차량 하부가 도로 요철 부분에 접촉할 가능성도 있으므로 이를 두고 운전자 과실이라고 할 수는 없어 역시 손해배상책임이 없다.
만일 차주에게 과실이 있다고 인정될 경우에는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 제3조(손해배상액의 경감)가 적용되어 ‘화재의 원인과 규모, 피해 확대의 원인, 배상의무자 및 피해자의 경제상태’를 고려하여 감액할 수 있다. 법원은 피해액이 100억원에 가까워도 차주에게는 가입한 보험금 이외에 실질적인 부담금액이 1억원 이하가 되도록 판결할 가능성도 있다(물론 차주는 그래도 억울할 것이다).
차량을 제작한 벤츠 자동차회사 또는 판매 법인의 책임은 어떨까? 뉴스를 종합하면 해당 벤츠 전기차는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배터리가 아닌 중국 파라시스의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가 탑재되어 있고, 2021. 파라시스의 NCM 배터리 전기차 3 만여대가 ‘특정 환경에서 배터리 화재 발생 가능성이 있다’며 리콜을 시행되었고, 파라시스는 결함을 인정하고 리콜 비용을 모두 부담했다고 한다.
제조물책임법에 따라 피해자들이 벤츠 자동차에 직접 손해배상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제3조에는 제조업자는 제조물의 결함으로 손해를 입은 자에게 그 손해를 배상하하도록 하였고, 여기서 “결함”이란 해당 제조물에 (1)제조상 (2)설계상 또는 (3)표시상의 결함이 있거나 그 밖에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안전성이 결여되어 있는 것을 말한다. 제조상 결함 내지 설계상의 결함은 매우 전문적인 내용이므로 정확히 말할 수 없으나 이미 해당 배터리가 리콜을 받은 제품이라면 그와 같은 리콜 사유가 이 건 배터리에도 명쾌한 개선 없이 진행되었다면 설계상 결함에 해당할 가능성도 있다.
법률가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결함은 “표시상의 결함”이다. “표시상의 결함”이란 제조업자가 합리적인 설명ㆍ지시ㆍ경고 또는 그 밖의 표시를 하였더라면 해당 제조물에 의하여 발생할 수 있는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 벤츠에서 이 건 차량을 판매할 때 (1)전기차 화재 시 진압 곤란하다는 내용 (2)가급적 지하주차장에 주차하지 말라는 내용 (3)이 건 차량에는 화재위험으로 리콜 명령을 받은 중국 파라시스 제품을 사용하였다는 내용을 표시하였다면 벤츠 소유자로서는 이 건 차량을 구입하지 않았거나 구입하여도 차량을 지하주차장이 아닌 지상주차장에 주차하여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므로 “표시상의 결함”에 해당할 가능성이 많다.
이 경우에도 실화법 제3조에 따른 책임감경을 할 것인가? 내가 판사라면 일반 전기차 배터리도 우발적 화재의 위험이 있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벤츠가 저가 배터리 장착을 통한 수익극대화를 추구한 점, 배터리 제작사가 밝힌 전기차 화재비율이 0.025%(4천대 당 1대)이므로 1억원 차량 1대당 수익을 1천만원으로 계산할 경우 400억원 수입으로 이를 충분히 배상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손해액을 감액하지 않거나 감액하여도 소액만 할 것이다.
화재로 인한 대규모 피해의 위험성을 인식하면서도 전기차를 판매하는 회사에 대하여는 ‘위험을 판매하는 도박적 사업에 대한 배상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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