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말의 마을이 있다
때론 폭설이 내리기도 하고 때론 폭우가
쏟아지는 큰 마을
착한 말과 사나운 말은 같은 주민이다
내 안에 살고 있던 말들
내 의지와는 다르게 튀어 나온다
정작 철퇴를 휘둘러야 할 말은
온순하게 고삐에 묶여 딴청이다
수만 가지의 말들이 엉켜 있다
봄꽃들을 피워내다가 느닷없이 뛰쳐나간다
어제 내가 한 말
말발굽 소리 요란한 말처럼
입 속에서 입 밖으로 달려나갔다
말 한마디를 건네받아 곱씹어 보면
말과 말 사이에 시간이 있다
그렇다면 생의 마지막 말은 무엇일까
그 말을 기다린다
◇전명옥= 2019 년 ‘시와 시학’으로 등단함 . 시집 ‘창문 수업’, ‘가끔 실패하는 미래’가 있음. 숙명여자 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광복 30주년 기념 교원 백일장 우수상 수상, ‘색동문화상’을 수상함.
<해설> 생의 마지막 말은 무엇일까? 를 고민하다가 시인은 말과 말의 틈새에 끼어 서로 다른 언어로써의 말과 착한 말과 사나운 말을 두고 깊은 고민을 드러내고 있다. 두 가지가 드러내는 양면성에서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타성을 어찌하면 길들일 수 있을지, “내 안에 살고 있던 말들 /내 의지와는 다르게 튀어나온다 /정작 철퇴를 휘둘러야 할 말은 /온순하게 고삐에 묶여 딴청이다”에서 세상이 맘같이 뜻대로 되지 않음을 알아버린 시인은, 말 한마디를 건네받아 곱씹어 보다가 말과 말 사이에도 시간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최후에 뱉을 말에게 진정성의 무게를 두고자 하는, 시인의 태도를 이 시는 잘 드러내고 있다.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