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 도밍고 힌도얀 “솔라시안 유스 오케스트라의 성공, 대구 가치 높일 것”
지휘자 도밍고 힌도얀 “솔라시안 유스 오케스트라의 성공, 대구 가치 높일 것”
  • 황인옥
  • 승인 2024.08.1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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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스 오케스트라 단원 경험
현 소속 英 오케스트라서도
유스 오케스트라 지휘 참여
“잠재된 역량 이끌기에 집중”
“성실·재능 등 다양한 자질 필요
유스 오케스트라는 ‘성장 일기’
듣는 귀 좋아지고 사회성 발달”
전·현직 단원 진로 상담은 덤
“참여자들의 기억은 큰 가치
그들이 국내외서 활동할 때
대구 홍보대사가 될 수 있어
다양한 지역 연주자에 기회를”

지휘자 도밍고 힌도얀
지휘자 도밍고 힌도얀.

첫사랑, 첫여행, 첫직장, 첫비행…. 누구에게나 처음에 대한 기억은 존재하고, 그것들은 대개 강렬하다. 처음이기에 설레고, 처음이기에 미숙하지만 열정과 순수성만큼은 최고였던 시기이기 때문이다. 지휘자 도밍고 힌도얀이 “오케스트라를 처음 경험하는 ‘솔라시안 유스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뿜어내는 특별한 에너지를 받는 경험은 굉장히 특별하다”며 ‘2024 솔라시안 유스 오케스트라’ 프로젝트의 지휘를 맡은 배경에 ‘처음’이 있었음을 밝혔다.

“오케스트라를 처음 경험하는 청년 단원들의 순수성과 열정을 지켜보면 저 역시 다시 처음 음악 활동을 시작하며 가졌던 열정으로 돌아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 효과를 기대하고 솔라시안 유스 오케스트라 지휘를 맡았습니다.”

2018년부터 6년간 지속되고 있는 대구콘서트하우스 기획 ‘솔라시안 유스 오케스트라’ 프로젝트는 국내 최대 규모의 청년 음악가 육성 사업이다. 17세에서 29세 이하의 국내외 청년 음악가 100여 명을 오디션으로 선발하고, 일주일간의 멘토와 지휘자의 지도로 기량을 향상시켜 전문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발돋움 시키는 프로젝트다.

올해는 3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93명의 단원들과 국내외 오케스트라 전·현직 단원으로 활동 중인 멘토들, 그리고 지휘자 도밍고 힌도얀, 피아니스트 손민수가 함께 했다. 일주일간의 담금질을 거쳐 지난 8일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10일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성공적인 무대를 펼쳤다.

지난 9일, 전날 대구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다음날 통영 공연을 앞둔 그에게 대구 공연을 마친 소감을 묻자 “좋은 단원들과 좋은 관객들과 함께 할 수 있어 너무 행복했다”며 특히 “대구의 관객들이 열정적으로 즐겨주셔서 너무 감사했고, 더 신이 나서 공연에 임할 수 있었다”며 그날의 분위기를 떠올렸다.

그는 로열 리버풀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이자 오늘날 가장 인기 있고 흥미진진한 지휘자 중 한 명이다. 폴란드 국립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수석객원지휘를 맡고 있기도 하다. 그는 사실 2020년 지휘 의뢰를 받았다. 하지만 코로나 19로 불발됐고, 그로부터 4년 후인 올해 마침내 솔라시안 유스 오케스트라의 지휘봉을 잡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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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라시안 유스 오케스트라 리허설 장면. 대구콘서트하우스 제공

그가 ‘솔라시안 유스 오케스트라’에 이처럼 특별한 관심을 보인 것은 ‘유스 오케스트라’에 대한 그의 남다른 애정 때문이다. 그와 유스 오케스트라와의 인연은 깊다. 그가 속한 리버풀은 청년 음악가 육성 프로젝트인 ‘In Harmony’ 교육 프로그램이 명성을 얻고 있고, 그 역시 지휘봉을 잡았다.

무엇보다 어린 시절 그가 유스 오케스트라 단원 출신이라는 점은 흥미롭다. 그는 조국 베네수엘라에서 ‘유스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참여했다. 그런 까닭인지 “유스 오케스트라 단원도 경험하고, 지휘자로 참여도 하면서 청년 연주자들이 좋은 시스템을 통해 기량을 향상시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그의 유스 오케스트라에 대한 신념은 확고했다. 특히 ‘솔라시안 유스 오케스트라’에선 “지휘자로서 제가 가지는 시스템에서 좋은 단원들과 멘토들과 함께 그들의 열정과 재능을 더 발전시킬 수 있어 좋았다”며 이번 참여가 가지는 의미를 설명했다.

올해 프로젝트에 ‘솔라시안 유스 오케스트라’는 브람스의 원숙하고 사색적인 서사적 흐름과 정통 낭만파 음악을 관통하는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B♭장조’를 피아니스트 손민수와 협연하고, 프로코피예프의 독창적인 교향곡의 세계를 노래함과 동시에 자유롭고 행복한 사람들의 환호, 순수한 영혼을 노래하는 ‘프로코피예프 교향곡 5번 B♭장조, Op.100’을 연주했다. 프로코피예프 교향곡은 유수 오케스트라가 연주하기에 난해한 곡이지만, 각 파트별 악기의 생동감있는 연주를 감상할 수 있어 힌도얀이 선택한 작품이다. “프로코피예프의 이번 곡은 제가 유스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참여했을 때 연주한 곡이어서 더 특별했습니다.”

프로젝트 운영 기간이 일주일이다. 그 짧은 시간에 얼마만큼의 기량 향상을 이끌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지점이다. 하지만 지난 6회를 거치며 느낀 것은 “일주일의 마법은 존재한다”라는 것이다. 일주일간의 담금질 후에 무대에 오른 단원들은 프로 오케스트라 못지않은 기량을 뽐냈고, 그들 스스로 벅찬 감동을 느끼는 모습을 목도 할 수 있었다. 이는 단원들의 열정과 지휘자와 멘토들의 섬세하고 헌신적인 음악적 교류의 힘이었다. 그는 “지휘자로서 단원들 속에 잠재된 음악적인 역량을 이끌어 내는데 역점을 두었다”고 고백했다.

그런 그에게 좋은 연주자가 갖춰야 할 덕목을 물었더니 “재능만 있어서는 안 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열정과 성실함, 카리스마 등 다양한 자질이 재능과 함께 발현될 때 좋은 연주자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가 유스 오케스트라의 존재 이유를 언급했다. 바로 “청년 음악가들의 성장 일기”라는 것. 오케스트라를 경험하며 동료 연주자의 소리에 귀를 귀울이게 되고, 사회성도 길러진다는 내용이었다. “오케스트라는 독주와 달리 단원들과 함께 연주하는 특성이 있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다른 연주자의 연주를 ‘듣는 귀’가 좋아지고, 그룹간의 협업으로 인한 사회성도 길러지게 됩니다.” 연주력과 사회성을 높이는 것 못지않게 단원들이 유스 오케스트라 참여를 희망하는 이유는 또 있다. 참여하는 멘토들과의 인연이다. 청년 연주자들이 선망하는 국내외 유수 오케스트라의 전·현직 단원들이 멘토로 참여하는 만큼, 그들과의 만남은 향후 단원들의 진로 상담을 위한 장기적인 멘토를 얻는 것을 의미했다. 실제로 단원들은 프로젝트가 마무리 돼도 멘토들과의 인연을 이어가며, 유학과 관련한 멘토들의 조언에서부터 연주활동에 대한 문의까지 의지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프로젝트 오케스트라, 그것도 오케스트라 경험이 전무한 청년 음악인들이 두 차례 연이어 공연하는 것도 단원들에겐 매력으로 다가온다. 솔라시안 유스 오케스트라는 올해도 대구에 이어 통영에서 공연을 펼쳤다. “통영 무대에서도 대구 공연의 기운을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힌도얀은 “공연은 항상 제로에서 시작한다”며 씽긋 웃었다. 동일한 오케스트라라도 환경이 달라지면 또 다른 연주가 나온다는 의미였다. “통영에선 새로운 지역, 새로운 관객과 함께 하기 때문에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알 수 없지만, 새로운 무대니까 또 다른 설레임으로 공연을 하게 됩니다.”

실질적인 혜택도 다양하다. 올해는 대구와 통영에서 2회의 공연을 마치고, 우수단원 10명을 선발해 장학금 500만원도 수여했다. 단원들 중 소수는 대구콘서트하우스가 자체 운영하는 챔버 오케스트라인 ‘DCH 비르투오소 챔버’ 객원 단원으로 발탁될 수도 있다.

‘솔라시안 유스 오케스트라’는 청년 단원들에게만 꿈의 무대인 것은 아니다. 기라성 같은 스타 연주자들에게도 참여 열망을 자극하는 프로젝트다.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손민수나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강 등의 명연주자가 협연했고, 미국 신시내티 심포니 오케스트라 부지휘자 이승원, 신예 지휘자 김선욱, 로열 리버풀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 도밍고 힌도얀 등의 명망있는 지휘자들이 기꺼이 대구로 왔다.

이처럼 계속해서 명성을 높여가고 있는 ‘솔라시안 유스 오케스트라’지만, “대구 지역 청년 음악가에게 기회가 더 많이 주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일부 나온다. 여기에 대해 힌도얀은 “지역에 국한하지 않고 점차 글로벌화 되는 ‘솔라시안 유스 오케스트라’의 성공은 곧 대구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 장기적으로 대구에 이익”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일주일간 대구에서 유스 오케스트라를 경험한 단원들은 평생 대구를 좋은 기억으로 간직한다. 베네수엘라의 작은 도시에서도 지역을 넘어서서 유스 오케스트라 시스템인 ‘엘 시스테마(El Sistema)’를 운영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라는 것이다.

“참여했던 단원들이 가지는 대구에 대한 좋은 기억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이며, 장기적으로 그들이 국내외로 흩어졌을 때 대구의 홍보대사로 큰 자산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더 많은 예산으로, 더 다양한 지역의 연주자들에게 기회가 주어져야 합니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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