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주들 “근거가 뭐냐” 반발
시·군, 국토부 매뉴얼 전달만
道 전기차 시설 지상화 조례
누리꾼 “보여주기식” 지적
인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경북에서도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가 확산되고 있다.
주민들이 직접 시군에 전기차 주차 지상화 조례 제정을 요구하고 일부 아파트는 입주자대표회가 전기차 지하주차장 사용 자제 공문을 내걸기도 했다.
도내 아파트가 자체적으로 전기차 지하주차장 진입을 막는 분위기가 확산되면 주민간 갈등 양상이 커질 우려도 제기되면서 전기차 주차구역 및 충전시설 지상화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규정이 속히 마련돼야할 것으로 보인다.
안동시 용상동 A아파트에는 지난 8일부터 엘리베이터마다 전기차 지하주차 자제를 부탁한다는 내용의 협조문이 붙었다. 이에 일부 전기차주들은 “무슨 근거로 이런 결정을 내리냐”며 반발하고 있다.
영천에서는 민원인들이 시청에 “시 조례를 바꾸더라도 전기차 주차 및 충전시설을 지상화해달라”고 요청했다.
10만명 이상 회원을 보유한 온라인 포항 맘카페에서는 전기차 화재와 관련해 “지하주차장에 주차할때 전기차 옆은 피해서 주차한다”, “될수있으면 멀리 주차해야하나 싶다” 등 걱정하는 댓글이 달렸다.
구미시는 ‘경북도 환경친화적 자동차 보급 촉진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조례’에 준해 충전시설과 전용주차구역 지상 설치 및 화재예방시설 설치를 권고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으나 ‘권고’수준으로 강제력이 없어 추가 대책과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처럼 현장에서는 주민 요구와 갈등이 불거지고 있으나 지자체는 명확한 근거 마련보다 국토교통부의 공동주택 전기자동차 화재대응 메뉴얼을 관리사무실을 통해 배포하는 소극적인 대처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경북도가 제정한 전기차 시설 지상화 조례를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와 지역 업계 등에서 부정적 시선도 이어지고 있다.
지하주차장은 계절에 따른 기온 영향을 덜 받고 세대로 바로 올라갈 수 있는 편의성이 있어 전기차만 주차를 금지하면 주민 차별이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회원 100만명 이상을 보유한 온라인 전기차 동호회 게시글에는 “지상으로 뺀다고 해결이 되나”, “보여주기식이다” 등 부정적 댓글이 주를 이뤘다.
미분양 이슈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건설업체도 전기차 시설 지상화 조례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역 건설업체 관계자는 “현재 대다수 아파트 트렌드가 지상을 주민시설과 공원 등 주민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든다. 특히 어린이들의 아파트 내 교통사고 방지를 위해 차량통행과 주차는 지하화하는 것을 대다수 주민이 선호하고 있다”며 “전기차 주차공간과 충전시설 지상화는 분양과 직결되는 조건으로 주민의견 비율이 절대적으로 우위인 상황에서 고려해 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도내 전기차는 2만9천260대로 전체차량 154만3천733대의 1.9%정도다. 포항시가 5천253대로 가장 많고 이어 구미시 3천570대, 경주 2천995대, 경산 2천728대 등 순이다.
이아람기자 aram@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