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의 작가와 마찬가지로 사람 사는 이야기를 주제로 작업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먼 과거로부터의 인간행동과 사고가 변화해왔던 흔적들, 그리고 현대인의 모습이나 심리 등이 작업의 주제가 된다. 작업에서 주제가 되는 이야기를 명확한 메시지로 정제하여 결과물에 내포하려하지는 않다. 그러한 것들은 작가 본인의 좁은 경험에서 비롯된 짧은 생각이며, 정확한 정답이 없는 문제들을 다루는 까닭이다. 다만, 물음을 던지고 사유하는 과정을 조각이라는 작업방식을 통해 기록하고 있으며, 이러한 행위를 끊임없이 반복하면서 성숙해져가는 삶을 살아가고자 할 뿐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완성된 작품을 통해 관객들과 소통하는 기쁨은 작업을 놓지 아니하고 더욱 깊이 빠져드는 커다란 원동력이 된다. 최근에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존재와 자유를 선고받은 인간의 ‘피투성’, 그리고 피할 수 없는 죽음이라는 불안감에 맞서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을 던지는 ‘기투’의 모습들을 조각하면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나의 작품 ‘Overstater’는 여느 때와 같이 인체해부학 이미지들을 스크랩하던 중, 어떤 알고리듬을 타고 근세유럽의 퐁탕주 헤어스타일을 한 여성의 사진을 보게 되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너무나도 비효율적인 형태일 터인데 그런 모습을 하고도 아름다워 보이고 심지어는 고급스러워 보이기까지 한 여성의 자태에 잠시 넋을 놓았다. 인간은 꾸밈없이 존재자체만으로 더없이 아름답다는 나의 생각에 다시금 의문이 제기된 순간이었다. 당시 유행했던 이 헤어스타일은 더욱 크게, 더욱 높게 쌓아올릴수록 높은 지위의 여성임을 상징했다는데, 이러한 분위기로 인해 지나치게 부풀린 머리카락속의 고정 장치와 장식품들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혼자서는 거동이 힘들었고, 심지어 목이 꺾여 목숨을 잃는 사고까지 있었다고 한다. 또 다른 작품인 ‘Sacrificer’은 어머니께서 지금의 내제 나이와 비슷할 때 즈음 췌장암 판명을 받고 큰 수술을 받으신 것과 관련된다. 그 때의 나는 유치원생이었고 모두가 어머니께서 돌아가실 거라고 했다. 그러나 정말 감사하게도 어머니는 모든 고통을 이겨내고 돌아오셨다. 큰 병을 극복하고 아버지 없이 나와 내내 여동생을 키워내신 어머니는 내게 그 어떤 신이나 위인보다 위대한 사람이다. ‘Sacrificer’는 나의 자랑스러운 내 어머니에 대한 아들로서의 마음의 표현이다.
※ 한수위 작가는 영남대 트랜스아트 대학원을 졸업했다. 대구 두리미술관에서의 개인전 1회와 경산 남매지조각축제 등의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