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중순즈음부터 인스타그램이 이상해졌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평소처럼 게시물을 올렸더니 삭제가 되었다거나 댓글이 안 달린다거나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문제해결을 위해 고객센터에 검토요청을 해도 감감무소식,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는데 ‘경고가 반복되면 계정정지를 한다’는 알림까지 받게 되자 무서워서 게시물 올리기를 포기하겠다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시간이 흐르면서 고객센터의 공식 답변이 아니라 이용자들 사이에서 해결 방법이 공유가 되었다. 프로필에 있는 네이버블로그 주소를 지우면 된다는 것이다. 다른 SNS와는 달리 인스타그램은 게시물 본문에서는 링크가 적용되지 않고 유일하게 프로필 영역에서만 링크를 통해 다른 사이트로 이동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유일한 통로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짧게는 하루 이틀, 길게는 몇 주 동안 속을 끓이던 사람들은 블로그 링크를 지우자마자 그동안 애를 태웠던 것이 무색하게 바로 해결이 되었다고 신기해했다.
천성이 ‘오지라퍼’라 문제를 확인한 순간부터 인스타그램 친구들의 계정을 살펴보며 뭔가 이상한 징조가 보이면 프로필부터 확인을 하고 조심스레 메시지를 보냈다. ‘계정에 문제가 있는지, 그렇다면 프로필에 있는 블로그 링크를 지워보시라’고. 몇 주간 어떤 방법을 써도 오류가 해결되지 않아 전전긍긍하다 그동안의 작업을 정리해놓은 계정을 두고 새로운 계정으로 이사를 결심했던 이도, 오랫동안 쌓인 자신의 기록에 자신이 접근금지 당하는 것이 너무 속상했다는 이도 바로 해결되었다며 감사 인사를 전해왔다.
SNS는 개인의 기록을 담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별도의 비용없이 자신과 자신의 일을 홍보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필자가 ‘이 좋은 걸 왜 안하냐’며 SNS활용을 적극 권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소중한 공간에 문제가 생기면 누구나 당황할 수 밖에 없다.
8월 초에는 페이스북이 비슷한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악성 소프트웨어를 만들거나 공유하거나 호스팅한것 같다’라며 게시물과 댓글이 삭제 되었다는 알림이 왔다. 역시나 ‘반복적으로 규칙을 위반하면 계정이 추가로 제한될 수 있다’라는 경고까지. 문제가 된 것은 네이버 블로그 링크를 공유해서 몇달 전 올린 게시물이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메타가 모회사로 같다. 한가족인 셈이다. 이쯤되면 ‘네이버와 메타가 싸웠나’라는 이용자들의 궁금증이 진짜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페이스북 오류가 시작되자 좀 더 적극적인 불만이 쏟아졌다. 팔로워 10만의 이찬진 ‘한글과 컴퓨터’ 창립자도 그중 한 사람이다. 그는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페이스북이 엉망진창’이라며 ‘최근 네이버와 전쟁중이라더니 네이버 블로그 글을 링크했다고 그 댓글과 게시물을 삭제하는 것은 애교 수준이고 그룹 사용을 못하게 하고 페이지는 25년 7월 25일까지 좋아요를 못받게 한다고 난리다’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게시물보다 광고가 많다고 느낄 때가 많았고 유명인 사칭광고는 그대로 방치하고, 호기심을 자극한 게시물로 댓글을 보게 해서 쿠팡으로 자동연결시키는 페이지도 범람하고 있다’며 페이스북에 대한 불만도 함께 덧붙였다. 결국 ‘정떨어져서 페이스북 사용을 최소화하려고 한다’고 선언했다.
이쯤되자 몇 주동안 제대로 된 공지 하나 없고,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던 메타 측은 ‘단순 오류’라며 네이버와 긴장 관계는 없다고 밝혔다. 이후 13일경부터는 네이버블로그 링크 관련 오류는 해결이 된 듯 하다. 그렇지만 또 언제 이런 일이 반복될까 이용자들의 마음은 불안할 수 밖에 없다.
이런 현상이 벌어진데 대해 일각에서는 네이버가 지난 6월 지자체 등 공식 사이트 검색에서 SNS연동기능을 없애고 공지사항과 보도자료 중심으로 개편을 한것에 대한 보복이라고 보기도 한다. 그러나 직접 노출이 없어졌을 뿐 링크를 통한 바로가기는 그대로 제공이 되고 있고 지난 7월 25일부터는 인물정보에서 블로그, 유튜브 외에 인스타그램 게시물도 바로볼 수 있도록 서비스를 업데이트했으니 특별히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대한 노출 빈도를 낮췄다고는 보기 힘들다.
오히려 최근 인스타그램 이용자수는 정체가 되고 있는것과는 달리 네이버 블로그에 1020 세대의 유입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에 대한 위기의식 때문이라고 보는 쪽에 더 힘이 실린다.
이렇게 한달 가까이 ‘단순 오류’를 방치하는 사이 대부분의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프로필에서는 네이버블로그 링크가 사라졌다. 자신의 계정에 또 문제가 생길까봐 다시 블로그 링크를 적용시키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초연결의 사회를 살아가면서 SNS 채널도 이쪽 저쪽 자유롭게 넘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시대를 역행해 그 통로를 끊어버린 것이 부디 ‘단순 오류’였기를 바란다. 메타와 네이버, 두 회사의 기 싸움에 애꿎은 이용자들만 피해를 본 것이 아니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