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그냥 쉬다니요?
[박명호 경영칼럼] 그냥 쉬다니요?
  • 승인 2024.08.25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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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의 여름휴가가 끝자락에 다다랐다. 휴가는 마음과 몸을 충전하여 계속해서 활기찬 삶을 살아가기 위한 것이다. 고된 일과 삶에 지친 이들이 누리는 매우 소중한 쉼의 기회다. 하지만 일 년 내내 쉬는 사람들도 있다. 다름 아닌 직장이 없는 청년들이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그냥 쉰다’는 청년층(15∼29세)은 44만 3천 명으로 이들은 오늘도 계속 휴가 중이다. 경북 구미시의 인구보다 훨씬 많은 숫자다.

‘그냥 쉰다’는 청년층 인구 가운데 무려 75.6%(33만 5천 명)가 일할 의사가 없다고 한다. 이러한 청년층이 올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고 한다. 구직과정에서 겪은 깊은 좌절감 때문일 수도 있겠다. 수많은 ‘거절의 문턱’이 구직 희망을 포기하게 한 것일지도 모른다. 매우 안타깝다. 나머지 구직 의사가 있는 청년층도 ‘원하는 근로조건이 맞는 양질의 일자리가 없다’라고 응답했다. ‘일자리 미스매치’(불일치)의 문제다. 청년들이 좋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심각한 사회 문제가 생긴다. 결혼과 출산의 포기는 물론이고, 경제와 사회 전반의 활력이 크게 떨어진다.

산업 현장에서는 베테랑 숙련 노동자를 원하고 있고, 인공지능(AI)을 장착한 산업용 로봇을 투입하면서 ‘로동자’(로봇+노동자)를 더욱 선호하고 있다. 그 결과 20대 이하 청년층 일자리가 매년 크게 줄었다. 그러나 사회 초년생들이 대부분인 청년층의 ‘일자리 눈높이’는 여전히 높아서 일자리 미스매치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여기다 청년들이 부모들의 경제력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어 ‘그냥 쉬는’ 청년층 인구는 계속 증가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도권과 지방의 ‘일자리 양극화’도 청년층의 고용 환경을 더욱 어렵게 한다. 놀고먹는 청년 니트(NEET;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족이 매년 늘어난다. 개인의 노력만으로 취업 문제를 해결하기가 더욱 어렵게 되고 있다. 결국 노동시장의 구조를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청년들의 실무능력을 키울 수 있는 효율적인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도 등장한다. 하지만 청년들의 직장과 일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무엇보다도 절실하다.

직업과 직장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도전정신이 개인의 성취는 물론이고 직장과 국가 사회에의 기여를 결정한다. 따라서 높은 임금, 사회적 명성, 근무조건만을 주로 고려하는 우리 사회의 직장 평가 기준은 하루속히 바뀌어야 한다. 타인이 원하는 모습이 아니라 자신만의 길을 찾는 도전정신이 중요하다. 자신의 역량과 탤런트를 아낌없이 펼칠 수 있는 직장이 가장 훌륭한 일터라는 인식이 자리를 잡아야 한다. 그리고 내가 하는 일이 어떻게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지도 확인해 보아야 한다.

김인권 여수애양병원 명예 원장은 수년 전 자신이 졸업한 우리나라 최고 학부의 졸업식에서 “직장을 선택할 때는 마음이 이끄는 대로 결정해라. 그리고 직장에 들어가면 우직하게 열심히 일하라”고 조언했다. 윤윤수 필라코리아 회장도 “농부의 아들에서 글로벌 기업인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던 가장 원초적인 힘은 도전정신”에 있었다고 강조했다. 찰리 채플린이 말했듯이 직업은 취미생활이 아니고, 직장은 놀이터가 아니다. 그러므로 직장에서의 일은 ‘적당히 해도 되고, 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류가 아니다.

모든 일은 경제적 보상을 가져다준다. 그러나 일의 의미는 그 이상이다. 심지어 일 자체가 삶의 목적이 되기도 한다. 노동은 보람이고, 동시에 기쁨이 되며, 삶의 가치까지도 결정한다. 마하트마 간디는 ‘노동 없는 부’를 나라를 망치는 사회악으로 규정했다. 지난달 존스홉킨스 의대에 10억 달러를 기부한 전 뉴욕시장 마이클 블룸버그도 “이 세상에 성실한 노동을 따라갈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고 강조했다.

현대경영학의 대부인 피터 드러커는 큰 건축물을 짓는 현장에서 일하는 석공 세 사람에게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를 질문했다. 첫째 석공은 ‘먹고 살기 위해 힘들게 돌을 쪼고 있다’라며 불평스레 대답했다. 둘째는 ‘예술 작품을 만들고 있다’라고 말했고, 셋째 석공은 ‘하나님의 성전을 짓고 있다’라고 응답했다. 일 자체보다는 일에 부여하는 의미와 열정이 일의 가치와 일을 통한 기쁨을 결정짓는다.

직장은 학습의 장(場)이기도 하다. 일하면서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일과 관련된 능력은 물론이고, 동료나 고객과 대화하고 협력하는 방법까지도 배운다. 그래서 직장을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하는 또 다른 대학이라고 부른다. 청년들이 직장에서 항상 배우려는 자세로 자신에게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한다면 일의 보람과 만족감을 누리게 될 것이다. 실패는 청춘의 특권이다. 오늘은 ‘그냥 쉬고’ 있지만, 내일은 얼마든지 일을 할 수 있다.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서, 자신에게 알맞은 일을 당당히 찾아 나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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