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와 문어, 이 두 캐릭터는 제 작업에 늘 등장하는데요. 문어는 바다 깊은 곳에서 살아가는 생명체로, 많은 이들에게 신비로움과 두려움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자료를 찾아보면 문어는 비인간 인격체의 후보로 불릴 만큼 꽤나 똑똑하고 지능이 높은 동물이며 ‘성격’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문어는 이처럼 높은 지능을 가지고 있어 갇힌 병 속에서 병뚜껑을 열고 탈출하고, 레고 블록을 쌓아 은신처를 만들고, 퍼즐을 푸는 등 학습한 것을 기억하기도 한다. 이런 문어의 모습은 인간과 많은 유사성을 보여준다.
나는 겉으로 보기에는 낯설고 멀게 느껴지는 존재인 문어에게서 왠지 모를 친근감과 동질성을 느낀다.
내 그림에서 문어는 거대한 몸집과 힘으로 상대를 집어삼키는 무섭고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라 동글동글한 머리에 귀엽고 친근한 외모를 가진 사랑스러운 존재다. 하나는 어디를 가든 문어와 함께 한다. 문어와 함께 있기에 하나는 새로운 모험에도 용기 있게 도전할 수 있고 신나는 일은 더 신나게 할 수 있다.
나는 우리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는 소녀와 우리와 먼 듯 가까이에 있으며 인간과 비슷한 신비로운 문어의 조합을 통해 우리가 서로 다른 존재와 어떻게 공존하며 교감할 수 있는지를 탐구하고자 한다. 문어와 소녀 ‘하나’의 이야기는 다양한 에피소드로 전개된다.
그들은 때로는 바다 깊은 곳에서 서로의 존재를 탐구하고, 때로는 풍선을 타고 하늘을 날아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기도 한다. 문어와 하나의 관계는 단순히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넘어, 서로 다른 배경과 모습을 가진 이들이 어떻게 소통하고 교감하고 함께 할 수 있는지를 상징한다.
예술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서로 다른 존재들이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중요한 도구라고 믿는다. 앞으로도 나는 문어와 소녀의 이야기를 통해 공존의 메시지를 계속 전할 것이다. 대구라는 도시 안에서, 그리고 그 너머의 많은 이들에게 공존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싶다. 하나와 문어의 순수한 만남과 우정이 서로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서둘러 배척하고 등돌리기 쉬운 우리 사회에 한 번쯤은 되새길만한 메시지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