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중심 시대의 현재와 미래] <下> 나아가야 할 방향, 개인은 결국 공동체가 유지될 때 더 빛난다
[개인 중심 시대의 현재와 미래] <下> 나아가야 할 방향, 개인은 결국 공동체가 유지될 때 더 빛난다
  • 김유빈
  • 승인 2024.09.1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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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임상심리학회 317명 조사
대한민국 고독지수 평균 78점
개인주의 심화로 사회 고독감↑
팬데믹 장기화·디지털 기술 발달
1인에 맞춰진 생활양식 보편화
사회관계보다 개인 가치에 중점
추석 연휴가 끝난 13일 오전 대구 동대구환승센터 인근 횡단보도에서 시민들이 출근길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전영호기자 riki17@idaegu.co.kr

 개인 중심 사회로 넘어가는 길목은 복합적이고 다양하다. 1인 가구 증가와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로 비대면 문화의 영향이 커지면서 개인주의를 가속화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래 기술의 발달로 디지털과 AI의 도움을 받아 얼굴을 맞대지 않고도 일을 할 수 있는 근무 환경이 조성된 것도 한몫했다.

 전문가는 개인 중심 사회로 넘어가는 변화의 파도 속에도 공동체 의식이 바탕이 돼야 하며 양 극단으로 치닫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강한 집단주의의 폐해로는 개인의 삶과 권리, 선택 제한을 꼽을수 있지만 어떤 변화에도 인간은 사회 안에서 보호받고 존재할 수밖에 없는 공동체적 삶을 산다는 점에서 특징은 뚜렷하다. 개인 중심·디지털 사회로 나아가는 관문. 개인주의와 공동체 문화가 어우러진 안정적인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지표와 제도의 필요성이 커지는 시기다.
 

여성가족부의 '2023년 가족실태조사' 중 1인 가구의 생활상 어려움 문항. 특히 '다른 사람들로부터 고립돼 외롭다'는 응답률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집단은 괴롭고 개인은 외롭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속담처럼 사람들은 나고 자랄 때부터 끈끈한 공동체를 필요로 한다. 집단주의를 벗어나 개인 선택이 존중되는 사회로 나아가고 있지만 1인 가구가 늘면서 대한민국 고독지수는 치솟았다.

한국임상심리학회가 소속 심리학자 3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한민국 고독지수 설문조사에서 ‘현재 대한민국은 얼마나 고독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심리학자들이 매긴 점수는 평균 78점에 달했다. 응답자들은 한국 사회의 고독감이 증가한 원인으로 개인주의 심화(62.1%)를 가장 많이 꼽았다. 사회 계층 간 대립 심화(54.6%), 장기화된 경제 불황(48.3%), 사회적 가치관의 혼란(45.4%), 온라인 중심의 커뮤니케이션 변화(36.3%)가 뒤를 이었다.

고독감으로 발생하는 문제로 우울증, 자살, 고독사, 일 중독, 악성 댓글, 혐오 범죄 등을 꼽은 심리학자들은 ‘고독함이 다양한 정신적 문제, 사회문제와 어느정도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평균 83점으로 응답했다.

1인 가구의 고립감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의 2023년 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의 ‘다른 사람들로부터 고립돼 있어 외롭다’(23.3%)는 응답 비율은 2020년(18.3%)과 비교해 5%포인트 상승했다.

1인 가구 4명 중 1명은 사회적 관계망이 미흡한 것으로 파악됐다. 응답자 중 ‘문제나 걱정거리를 편하게 이야기할 사람이 없다’고 답한 비율은 24.6%에 달했다. 이는 여성(20.6%)보다 남성(31.3%), 연령별로는 60대 이상 고령층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1인 가구가 정부에 바라는 지원은 주택 안정(37.9%), 돌봄서비스(13.9%), 심리·정서(10.3%), 건강증진(10.1%), 가사서비스(10.1%) 등을 들었다.

◇‘나’와 ‘공동체’ 개인주의 확산이 사회적 현상으로

1970년대 이전에는 개인이 살아가는데 영향력을 미치는 환경이 공동체 가족, 친지, 이웃으로 대표될 만큼 집단주의 문화가 강했다. 한국 산업의 기반이 농경, 어업 등 1차 산업 중심으로 노동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마을 공동체가 함께 살아가며 도움을 주고받아야만 했다.

그러나 산업화, 정보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점차 개인주의가 두드러진 사회로 변화했다. 주거 환경의 변화와 디지털 기술의 발달, 코로나19 사태 영향 등으로 생활 환경이 더욱 개인화되면서 이제는 굳이 사람들이 직장에 가지 않아도 AI의 도움을 받으며 가정에서 일을 할 수 있는 문화가 생겨났다.

개인들은 공동체, 집단과 사회적 유대관계 속에 존재 의미를 찾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 주체로서의 개인과 자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개인이 공동체에 의존하는 빈도가 과거에 비해 현저히 낮아져 자연스레 공동체 의식은 약화됐다.
개인 중심 사회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전문가는 개인과 집단 어느것도 도외시하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허창덕 영남대 교수에 듣다  “공동체 있어야 필수 욕구·개인 욕망 충족”

대면접촉 약화, 소통능력 저하
1인 가구 늘어 사회 부담 증가
공공 질서·사적 영역 구분해야

허창덕-영남대교수
허창덕 교수

허창덕 영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와 함께 개인 중심 사회의 미래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 봤다.

- 공동체 의식이 약화되고 개인주의가 확산될 때 장·단점은

△ 강한 집단주의 문화의 폐해로는 사회가 개인의 삶, 권리, 선택을 지나치게 옥죄고 희생을 강요했다. 반면 개인주의가 확산되면서 상대적으로 개인의 권리와 선택이 존중되는 사회로 변화하며 개인 복지, 자기 결정권, 자기 만족, 행복이 의미있는 가치가 됐다.

인간의 욕구는 살아가는데 최소한으로 필요한 욕구인 needs와 무한한 개인의 욕망인 wants로 나뉘는데 사회 발전으로 개인의 needs는 어느정도 충족시킬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사회의 자원은 유한하지만 개인의 wants는 무한하기 때문에 사회가 개인의 욕망을 다 보장해주지 못한다. SNS 등 소셜미디어가 개인의 욕망을 더 키우고 확대하면서 개인들이 불만과 결핍이 생기고 행복을 위해 욕망을 쫓다가 오히려 불행해지는 역설에 놓일 수 있다.

- ‘챗GPT’ 등 AI와 접목된 개인 서비스가 인기를 끄는데 개인주의적 사회 분위기와 연관이 있나

△ 과거에 개인이 지식을 습득하는 방법은 선생님이나 친구 등 대면 관계를 통해 다양한 생각들을 배울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1차적인 관계가 아니더라도 컴퓨터와 AI가 모든 역할을 할 수 있어 사회 공동체 속에서의 대면 관계와 사회적 대화 기술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AI가 존재하는 것을 정리해서 보여주는 백과사전에 불과하기 때문에 인간의 독자적인 사고와 상상력, 예술성을 막고 퇴보시킬 수 있는 한계가 있다.

- 개인중심 사회의 미래 모습은

△ AI, 디지털 기술과 인터넷 문화는 비약적으로 발전하는데 그와 관련된 법 제도나 문화가 따라가지 못하는 더딘 모습을 보일 것이다. n번방, 딥페이크 등 기술은 발전했지만 이를 제재할 수 있는 법이 뒤늦게 만들어지는 등 지체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변화 속도는 더 빨라지고 그 간극은 더욱 더 벌어질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사회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할 것이다. 현재 대면접촉이 약화되고 타인과의 소통능력이 떨어지면서 저출산 문제에 봉착했고 개인화된 생활양식으로 인해 외톨이, 1인가구는 더욱 증가할 것이다.

- 개인 중심 시대,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줄이기 위한 정책과 제도는

△ 가족 공동체는 가족 내에서 서로를 부담하고 돌보지만 가족 공동체가 느슨해지면 그 부담은 사회의 몫이기 때문에 앞으로 복지 영역은 더 확대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선택적 복지로 필수 욕구조차 충족되지 않는 개인들을 보호하고 다음으로 늘어나는 1인가구들의 욕망을 챙기고 돌보는 제도가 필요하다.

아무리 디지털 기술이 발전해도 인간은 사회 안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고 그 안에서 존재할 수 밖에 없으며 공동체 일원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개인의 욕구, 선택,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개인주의 문화로 간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최소한의 공동체가 유지되는 범위 안에서 보호받아야 한다. 제한받지 않는 자유는 결국 잃고 만다.

공동체가 있어야 개인의 필수 욕구와 욕망도 충족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이 공동체 중요성, 역할, 개인과의 연관성을 자각하고 성찰해야 한다. 그래야 기술이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도 needs를 침해당하지 않고 개별적인 주체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공공의 질서,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을 구분할 수 있는 성숙한 자세와 인식이 필요하다.

김수정·김유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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