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의료현장 지키는 ‘전공의’ 명단 공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데스크 칼럼] 의료현장 지키는 ‘전공의’ 명단 공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 승인 2024.09.10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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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동 서울취재본부장
추석 응급대란을 막기 위해 근무할 전공의, 군의관 등의 명단이 ‘부역자’라는 꼬리표를 붙여 공개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전공의 집단 사직 이후 복귀한 의료진을 조롱하는 명단 공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엔 응급실에 근무 중인 의사의 실명이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되고 있는 것이다.운영자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메일과 출신 학교와 휴대폰 번호, 외모 및 인성 평가, 연애사 등 민감한 내용들이 공개된 이들에게는 모멸감을 안겨주는 내용들도 담겨 있다고 한다.

이같은 행위는 의료대란 속에서도 시급을 다투는 중증환자를 돌보며 묵묵히 의료현장을 지키고 있는 응급실 근무 의사들의 왕따 조장을 통해 자신들의 의지를 관철하려는 일부 의사와 의료단체들의 일탈행위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는 “해당 사이트가 진료 현장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의 사기와 근로 의욕을 꺾고 있다.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의사들을 위축시키는 용납할 수 없는 범죄 행위”라고 경찰 수사를 요청한 상태다.

정부는 의료 현장에서 성실히 근무하는 의사들을 악의적으로 공개하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수사기관과 협조하여 엄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스토킹법 위반 등을 포함해 적용할 수 있는 법리를 따져 엄중하게 처벌해 응급실 전공의들이 안정적인 환경 속에서 환자를 돌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블랙리스트 작성·유포로 인해 의료계 갈등이 불거지고 국민들께 우려를 끼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면서도 “개인 간 문제를 정치적으로 악용해 양쪽 모두를 피해자로 만드는 파렴치한 수사가 벌어지고 있다”고 오히려 정부를 비난하고 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인력부족으로 인한 응급실 파행은 의대증원 강행에 따른 정부 책임이 크다는 여론이 형성됐지만, 블랙리스트 명단 공개로 상황은 반전되고 있다. 일부 환자단체는 각 수련병원별 이탈 전공의 명단을 보건복지부에 요청했지만 개인정보 유출 우려로 거절당했다. 그럼에도 현장에 남아 있는 전공의와 응급실 대란을 막기 위해 투입된 의사들의 신상정보가 외부로 유출됐고, 의료계 내부에서는 부역자로 낙인이 찍히고 있지만 이들을 보호할 마땅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정치권을 비롯한 각계 각층에서는 응급실 대란을 막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마련을 정부에 요구하고 나섰다. 또 이들은 의대증원 저지와 사직 전공의 보호만을 주장하고 있는 의협을 비롯한 교수 단체들에게도 응급실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전공의들을 보호하는데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정부도 현장을 떠나지 않고 묵묵히 본연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전공의들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는 약속을 하루 빨리 이행해 환자를 돌보는데 진력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아울러 사법기관도 철저한 수사로 재발 방지를 위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민족 대명절 추석연휴를 앞두고 응급실 대란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전국 대학병원 응급실이 위급한 응급환자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국내 응급체계에서는 대학병원이면서 권역응급의료센터 역할을 하고 있는 병원들이 인력난과 의료진 번 아웃으로 셧다운을 결정하면서 연쇄적 파국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역응급실 대부분이 인력부족으로 응급환자를 받아 대처할 여력이 없는 곳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의료계에서는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응급실을 닫는 대학병원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연휴동안 매일 브리핑을 열어 응급 상황을 점검해 대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획기적인 의료진 충원이 없이는 응급실 과부하 상황은 개선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정부는 하루빨리 여·야·정·의 협의체를 구성하는데 진력을 다해 의료대란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마련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의료계도 협상테이블에 나와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국민들의 생명을 지키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것을 정부와 의료계 모두 명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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