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시민은 먼 길 돌아가기도
관리 주체 나눠져 설치 어려움
임수환 구의원 “안전 보행 환경
구체적 계획·실행 방안 필요해”
보행자의 안전한 이동을 위해 도로 아래 터널 형태로 설치된 지하보도 절반 가량에 방범용 CCTV가 설치되지 않아 시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지난 10일 저녁 찾은 대구의 한 지하보도는 입구를 비추는 가로등만 있을 뿐 터널 내에는 조명이 없어 어두컴컴했다. 담쟁이 덩쿨로 뒤덮인 벽면과 금이 간 바닥들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술에 취한채 비틀거리며 지하보도를 지나가는 시민도 볼 수 있었다.
노후되고 방치된 지하보도에 CCTV조차 설치돼있지 않아 일부 시민들은 저녁 시간대에는 아예 지하보도 이용을 꺼리고 있다. 지하보도를 이용하면 금방 갈 수 있지만 혼자 지나가기가 무서워 먼길을 돌아가는 주민들도 많다.
북구 주민 민모 씨는 “요즘 리모델링이 잘된 지하보도도 많지만 여전히 몇몇 지하보도는 저녁이 되면 으스스하다”며 “어두컴컴해지면 CCTV도 없고 무서워서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른 길을 이용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주민들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하루빨리 지하보도 환경을 개선해 안전하게 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2012년에 마련된 현행법에는 지하보도에 CCTV를 설치하도록 했지만 실제 설치된 곳은 많지 않은 상황이다.
대구 각 구·군에 따르면 각 지자체가 관리하는 지하보도 43곳 중 CCTV가 설치된 곳은 20여곳에 불과하다. 특히 북구는 15곳 중 칠성(동편 보도)·동인(동편 보도)·농수산지하보도 3곳에만 CCTV가 설치돼 있어 설치율이 20%에 그치고 있다.
지하보도는 지자체뿐만 아니라 공공시설관리공단, 국토관리사무소 등 관리 주체가 나눠져 설치가 쉽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공단이 관리하는 지하보도에 CCTV를 설치하려면 각 구에서 공단으로 협조 요청을 해야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각 구청에서 지하보도 침수 대비 목적으로 CCTV를 설치·운영하기 때문에 공단은 구조물 관리 차원에서 CCTV를 고정하는 부분에 대한 의견만 낸다”며 “공단이 관리하는 지하보도 15곳 중 쌍계, 수목원 지하보도만 CCTV를 설치하고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하보도는 범죄 사각지대에도 놓여있다. 지난달 2일 새벽시간 숭례문 인근 한 지하보도에서 노숙 중이던 남성이 환경미화원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피해자는 이른 새벽 혼자 근무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수환 북구의원은 “지하보도는 폐쇄적이고 목격자가 적어 범죄 발생에 유리한 환경”이라며 “지하보도를 안전한 환경으로 만드는 구체적인 계획과 실행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빈기자 kyb@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