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북한 ‘두 국가론’ 에 “기존 평화·통일담론 전면 재검토 필요”

“북한 핵보유국 지위 주장할 것
비핵화 해법 새로 설계할 수도”
임종석 “두 국가 수용” 제안도
文 측 “엄중한 현상황 진단한 것”

19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리는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은 19일 “기존의 평화 담론과 통일 담론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고 나선 데 따른 대응 방안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2024 한반도 평화 공동사업 추진위원회가 연 ‘9·19 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어 문 전 대통령은 “이(평화·통일 담론 재검토)는 대한민국 정부가 앞장서서 해야 할 일들”이라며 “그러나 현 정부는 그럴 의지도 역량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직격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 초대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전 실장도 이날 “두 개의 국가를 수용하자”고 말한 데 이어 문 전 대통령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이 나온 것을 두고 사전 교감이 있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미국 대선에 대해서도 문 전 대통령은 “미국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북·미 간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입장에서도 갈수록 커지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그럴 때 우리가 과거처럼 이른바 ‘패싱’당하고 소외되지 않으려면 먼저 대화를 선도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 전 대통령은 “대화가 재개되면 북한은 지난 정부 때와 달리 완전한 비핵화를 받아들이지 않고 핵보유국 지위를 주장하고 나설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우리 입장대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관철하려면 한미 간 더 긴밀한 협상전략 공유와 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비핵화 해법과 평화 프로세스도 새롭게 설계해야 할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자신이 이 재임 중 주도한 9·19 공동선언에 대한 입장도 내비쳤다. 문 전 대통령은 “최근 9·19 합의가 폐기됐고 남북 간 오물 풍선과 대북 확성기 방송 같은 비군사적 형태의 충돌이 시작됐다”며 “한 걸음만 삐끗하면 군사 충돌로 번질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 “남한과 북한 당국은 더 이상 상황을 악화시키지 말고 당장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은 이날 문 전 대통령 연설에 앞서 기조연설을 통해 “통일, 하지 맙시다. 객관적 현실을 받아들이고 두 개의 국가를 수용하자”고 제안했다.

다만, 문 전 대통령과 임 전 실장이 이날 행사 발언 내용을 두고 사전 교감을 하지는 않았다고 문 전 대통령 측은 확인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엄중해진 남북 관계 현 상황을 진단하고 정부가 남북 정책을 다시 검토해 주기를 바란다는 뜻을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홍철기자 khc@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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