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항상 완벽하고 완전한 것을 추구한다.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꿈의 공간인 유토피아의 존재도 완전한 이상을 추구함에서 탄생하였다. 무엇인가 모자란 불완전한 것은 우리에게 불안함을 준다. 유토피아는 이 불안함을 떨쳐내려는 노력이다. 유토피아라는 이상적 공간을 상상함으로써 현실의 걱정에서 벗어나보고자 하는 것이다. 나는 현실과 다른 모습으로 표현된 유토피아를 동경하며 이를 소재로 한다. 유토피아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지만 사라지지도 않는 공간이다. 사람들이 유토피아를 상상하며 꿈꾸는 이상 이 공간은 계속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또한 영원히 이 공간을 마주하지 못한다. 이런 유토피아의 추구는 플라톤의 이데아 이론에서 그 뿌리를 찾아볼 수 있다.
이데아는 모든 게 윤리적, 이성적이며 가장 완성된 공간이며 사람들이 살아가는 현상계는 이데아의 모방에 불가한 것이다. 그림자 세계인 현상계는 현실이 어지럽지만 이를 극복하고 선한 공간인 이데아를 목표 삼아 모방해가며 발전을 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주장했다. 하지만 나의 유토피아적 공간은 현실을 담고 있다. 내가 꾸며낸 공간은 현실에서 가져온 이미지 조각들의 조합을 통해 만들어진다. 나에게 있어서 현상계는 플라톤이 말하던 모방론과는 조금 다르게 이데아의 그림자라는 의미를 넘어서서 나의 유토피아를 만들어지게 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
나는 작품 활동을 통해 유토피아적 공간을 현실 어딘가에 존재할 듯한 모습으로 표현함으로써 유토피아가 주는 행복을 특별한 것이 아닌, 현실에서 찾을 수 있는 소소한 행복에서 찾으려고 했다. 이러한 생동감 있는 이상향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나는 현실의 이미지와 함께 원색적인 색채를 사용하였다. 나는 현실에서 가져온 이미지를 실제와 다른 생생한 원색을 사용해 내가 원하는 세계를 표현함으로써 현실세계와의 차별성을 부여하고 작품 속에 활기를 불어넣으려 하였다.
나의 작품 속에는 우리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풍경과는 다른 다양한 원색의 색감이 어우러져 표현되어 있다. 특히 '색온도(Color Temperature) 시리즈' 연작은 색색깔 물감의 다층적 구성을 강조한 '색 드로잉 회화'로 여러 가지 형상이 연상되지만 모호한 형태로 존재해 상대적으로 색을 강조한다. 회화적 요소를 극대화 한 미적 세계를 그려냄으로써 나와 청년세대의 현실에 대한 불안함을 극복하려는 태도를 담았다. 작품을 이루는 형상은 명료하지 않은데 이는 보는 이의 해석을 통해 비로소 완성된다. 즉, 그들만의 경험과 사고에 의거한 해석을 통해 모호한 형상은 완전해지며, 작품을 바라보는 관람자가 이 작품을 완성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주체가 된다. 완벽한 유토피아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현실과 환상을 결합함으로써 어딘가에 존재할법한 가상공간을 만들어내고자 한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한순간이나마 여행을 하듯 일탈을 경험하는 작업을 하고 싶다.
※ 이예지 작가는 인천대 조형 예술학부와 미술학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대구 달서아트센터 ‘Color Temperature’전 등 2회의 개인전과 대구 DGB 갤러리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