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가 작가 전시회, 21세기에 서낭당·당산나무 소환한 이유는?
가가 작가 전시회, 21세기에 서낭당·당산나무 소환한 이유는?
  • 황인옥
  • 승인 2024.09.29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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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6일까지
봉산문화회관 기억공작소
좌-신목
가가 작 ‘신목’과 ‘서낭당

봉산문화회관 기억공작소 전시장에 들어서면 입구 벽면에 당산나무 그림이 걸려있고, 이어지는 벽면 아래 전시장 바닥에는 사과 궤짝으로 쌓은 탑 주변에 반야심경(般若心經), 천부경(天符經), 정선아리랑 등의 글귀가 적힌 오방색 깃발들이 나부낀다. 그 옛날 마을 어귀 서낭당과 당산나무에 대해 새롭게 해석한 가가 작가의 작품이다. ‘가가’는 ‘그 사람이’ 또는 ‘그것이’ 또는 ‘그가 그린 그림’ 등 다양한 말을 함축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경상도 방언이다. 작가는 김일환에서 가가로 개명했다.

서낭당과 당산나무는 마을수호, 액운퇴치, 소원성취 등을 기원하는 상징적인 대상이자 장소였다. 그가 토테미즘을 첨단과학을 신봉하는 21세기에 소환한 이유는 무엇일까? “고대 토템사상이나 애니미즘으로 돌아가고 싶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른바 원시문화나 본질로의 회귀였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수축과 팽창을 거듭한다. 음이 수축이면 양은 팽창이다. 이 둘의 공생관계에 따라 세상은 흘러간다. 가가 작가는 음과 양, 인간과 자연, 현상과 본질 등의 대척점에 있는 두 가지의 가치를 소환해 균형감으로 치환해 온 그는 이번 전시에서 수축과 팽창이라는 프레임으로 세상을 해석한다. 그가 판단하기에 현대는 거대한 팽창의 시대로 읽힌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거대한 욕망 덩어리가 세상을 잠식하고, 이런 세상을 걷잡을 수 없는 팽창상태로 인식한다. 이때 필요한 것은 행동인데, 그는 팽창을 잠재울 해결책으로 ‘수축’에 주목한다. 그것이 시원문화로의 회귀다.

“현대사회는 너무 복잡다단하고, 혼란해요.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조차 분별하기 어려워요. 빠른 속도와 소비지상주의는 자연과 인간을 위협하고 있어요. 그 해결책으로 시원문화에 주목했습니다.” 자연을 두려워할 줄 알고, 욕망 없이 살았던 고대원시인들의 삶의 방식이 고도의 문명을 이룬 21세기의 문제들을 바로잡을 해결책이라는 의미였다.

“전시제목이 무시무종(無始無終)입니다. 세상은 고정돼 있지 않고 시작도 끝도 없이 돌고 돈다는 의미인데, 이것처럼 팽창이 극에 달하면 다시 수축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삶의 방식을 시원으로 회귀해야 하는 것이죠.”

작가는 일찍부터 아리랑, 나무 시리즈 등에서 음양오행 사상을 기반으로 우리 민족의 정서인 한(恨)을 즐거움과 밝음으로 해석해 왔다. 특히 “전통적이고 민속적인 것들을 조형적으로 어떻게 나의 것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하는 것에 작업의 열정이 모아졌다. 이번 전시에선 ‘나무’를 매개로 고대로부터 이어진 기원과 소망, 그리고 작업의 시작과 맞닿아 있는 자신의 유년 시절 기억을 소환하고는 나무궤짝을 해체하고 재조합하는 방식으로 설치작품 ‘서낭당’과 평면작품 ‘신목(神木)’을 구현했다.

“괄괄한 성정을 순화하고 싶어 호를 목우로 지속, 어리석은 나무처럼 물 흐르듯 살아가고 있습니다.”

전시엔 나무궤짝으로 캔버스를 만든 평면도 걸렸다. 고대 동굴의 암각화를 떠올리고 나무표면의 캔버스를 짰다. 화면엔 어린시절 그의 집 담장에 흩날리던 찔레꽃잎의 풍경을 표현했다. 또 다른 평면에선 상투 모양을 그렸다. 암각화나 어린시절의 기억, 상투는 모두 시원으로의 회귀를 설명하는 상징물들이다. “원시적인 믿음을 구현한 종교적인 장소에서 양의 기운인 팽창을 음의 기운인 수축으로 잠재우며 균형을 갖게 합니다. 그것을 통해 병리현상들이 회복되었으면 합니다.” 전시는 10월 6일까지.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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