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하면 둘 다 상상력과 직관적 이해가 중요한 학문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으로 나는 창작하고 살아간다. 미술작품은 내용과 형식으로 되어 있다. 내용은 미술가가 창작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나 사고이고, 형식은 내용을 시각화하는 재료와 방법 등을 말한다. 내용과 형식 중에서(이 둘을 완전히 분리하기는 어렵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특히 미술가의 연구는 형식과 관련된다.
예컨대 미술가는 여러 가지 재료와 방법을 시도하고 연습하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미술(세계)을 만들어 나간다. 무엇을 그리는가보다 어떻게 그리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나는 회화(painting)를 전공했다. 그래서 창작의 출발점은 항상 회화이다. 회화에 대한 나의 사고를 평면적으로 혹은 입체적으로 창작하고 있다.
이러한 나의 작품에서 내용은 ‘회화의 뉴트럴성’이고, 형식은 ‘시아노타입(cyanotype, 청사진 기법)’이다. ‘회화의 뉴트럴성’에서 뉴트럴성은 영어 ‘neutral’에 ‘~의 성질’을 붙여 만든 말이다. ‘neutral’은 명사적으로 ‘중립, 중간, 중성’ 등의 의미이고, 형용사적으로는 ‘불명확한, 애매모호한’ 등의 의미이다. 즉, 나는 회화라는 세계가 불명확한 인간의 지각을 기반으로 한다는 생각(내용)을 시아노타입(형식)을 통해서 만들고 있다.
시아노타입은 본래 사진 복사 기술의 하나다. 나는 천에 감광액을 바르고 나서 그 위에 반투명한 종이로 만든 입체작품을 올려놓고, 햇볕에 쬐어 정착시킨 뒤 물로 씻어 작품을 제작한다.
제작과정에서 빛에 노출된 부분은 천(바탕지)에 정착되고 입체작품에 가려 빛에 노출되지 못한 부분은 물에 씻겨나간다. 작품의 형태는 흰색(씻겨나간 빈자리)과 푸른색(정착되어 채워진 자리)으로 만들어진다. 부재와 존재의 반전된 인식을 통해 색과 형태에 관한 지각이 불완전하다는 것, 즉 ‘뉴트럴’하다는 것을 발견하고 바로 여기에서 나는 회화의 본질을 찾고 있다. 대체로 파란색의 질은 빛의 세기, 노출 시간에 의해 결정된다. 내가 원하는 색이 나의 능력 밖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미술가의 의도성에 갇히지 않는 표현에 매력을 느끼면서, 나의 미술을 열심히 만들어가는 중이다.
※ 신경애는 경북대 교육학 박사로 동 대학 미술학과에서 서양화를, 일본 나가사키대학에서 미술교육을 전공했다. 대구, 나가사키, 오사카 등에서 14회의 개인전과 청백여류화가회, 대구현대미술가협회 등 단체전 및 기획전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