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풍기읍 금계마을] 제1승지로 유명한 인삼의 고장, 활력 되찾아 명맥 잇는다
[영주 풍기읍 금계마을] 제1승지로 유명한 인삼의 고장, 활력 되찾아 명맥 잇는다
  • 배수경
  • 승인 2024.10.0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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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1년 풍기군수 주세붕 선생
백성들 근심 덜고자 인삼 재배
그를 모시고 제례 지내는 개삼각
해마다 5월 8일 ‘개삼제’ 열려
350여명 주민 평균 연령 70세
농촌건강장수마을 사업 추진
접근성 높이고 마당극 공연
소백산 자락 노적봉과 갈매봉 줄기가 마을을 포근하게 감싸안아 마치 금닭이 알을 품고 있는 듯한 ‘금계포란’형 지세를 갖고 있는 금계마을은 조선시대 예언서 ‘정감록’에서 말하는 십승지 중 제1승지로 꼽히는 마을이다. 김선국 사진작가
소백산 자락 노적봉과 갈매봉 줄기가 마을을 포근하게 감싸안아 마치 금닭이 알을 품고 있는 듯한 ‘금계포란’형 지세를 갖고 있는 금계마을은 조선시대 예언서 ‘정감록’에서 말하는 십승지 중 제1승지로 꼽히는 마을이다. 김선국 사진작가

 


조선시대 예언서 ‘정감록’은 전쟁이나 흉년, 전염병 등을 피할 수 있는 안전한 10곳의 피난처, 십승지(十勝地)를 기록하고 있다. 어수선한 세상을 벗어날 수 있는 이상향인 셈이다. 영월 영월읍, 봉화 춘양면, 상주 화북면, 합천 가야면 등 승지로 꼽힌 대부분의 마을은 산으로 둘러싸여있어 외부와의 교류가 차단되어 있고 중간에는 넓은 평야가 있어 식량의 자급자족이 가능한 곳으로 환난을 피해 대를 이어 살아갈 수 있는 최적의 땅에 자리잡고 있다.

영주시 풍기읍 금계마을은 십승지 중에서도 제1승지로 꼽히는 곳이다. 신라의 ‘도선비기’에도 우리 나라 지세를 살피기 위해 7년간 전국을 누비고 다닌 도선대사가 ‘소백산 아래 두 강 사이로 돋아 있는 풍기 금계동이 훗날의 안전을 도모할 터이다’라고 말했다고 전한다. 그만큼 예로부터 명당으로 알려진 마을이다.

 
마을입구표지석
마을 입구에는 정감록 제1승지이자 풍기인삼시배지임을 알리는 표지석이 있다.

소백산 자락 노적봉과 갈매봉 줄기가 마을을 포근하게 감싸안아 마치 금닭이 알을 품고 있는 듯한 ‘금계포란’형 지세를 갖고 있는 금계마을은 임실(부계밭), 잿밭, 소발리, 공원산, 용천동 등 5개의 산재부락으로 되어있다. 풍기역에서 2km 남짓이면 닿는 마을 입구에는 ‘鄭鑑錄 第一勝地 豊基人蔘 始培地 金鷄一里’(정감록 제1승지 풍기인삼 시배지 금계1리)라고 한자로 쓰여진 커다란 표지석이 우뚝 서 있다.
십승지터
십승지터에는 마을의 역사와 풍수에 관한 비석이 서있다.

마을 입구에서부터 잘 조성된 무궁화길을 따라 가다보면, 세월을 가늠할 수 없는 아름드리 느티나무 아래에 십승지터가 자리잡고 있다. “동국의 명승이요 세상을 기리는 보배로다, 적선한 집안의 후손이라야 들어가 살리라. 금계가 첫째이니 좋은 운이 천년에 뻗으리라”로 시작되는 풍수이야기와 마을의 역사를 담은 비(碑)가 보이고, 바닥에는 전국의 십승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지도석도 있다. 느티나무 아래에는 해마다 음력 2월 15일에 동제를 지내는 제단도 마련되어 있다.

금계마을은 십승지 중 제1승지면서 풍기인삼의 시배지이기도 하다. 풍기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인삼, 그 시작이 금계마을이다.

1541년(조선 중종 36년) 풍기군수로 부임한 주세붕이 나라에 공물로 바치는 산삼 때문에 고통받는 백성을 보고 소백산에서 산삼 종자를 채취해 이곳에서 처음으로 인삼 재배를 시작했다. 인삼은 기후, 토질이 맞지 않으면 생육 자체가 어려운 식물이다. 인삼 재배에 성공하면서 부족한 산삼 공납량도 채우고 백성들의 근심도 사라지게 되었다.

개삼각
풍기인삼 시배지 앞에 세워진 개삼각.

금계마을에서 최초로 인삼농사를 지었던 밭 앞에는 주세붕 선생을 모시고 제례를 지내는 개삼각이 자리잡고 있다. 2017년 건립된 개삼각에서는 해마다 5월 8일에 개삼제를 여는데 이때는 함안 무릉마을에서 주세붕 선생의 후손들도 마을을 찾는다.
 

풍기인삼의 탄생을 알리는 '금계야, 날아라'는 마을 주민들이 주인공으로 펼치는 마당극이다.
풍기인삼의 탄생을 알리는 '금계야, 날아라'는 마을 주민들이 주인공으로 펼치는 마당극이다.

 

주세붕 선생의 활약과 풍기인삼의 탄생과정은 마당극 ‘금계야, 날아라’를 통해 쉽게 알 수 있다. “백성들이 처음으로 풍기인삼 길러낸 곳, 세워보세, 세워보세, 개삼터를 세워보세” 신나는 노래가락에 어깨가 절로 들썩들썩해지는 마당극에 등장하는 배우는 모두 마을 주민이다. 아마추어라고 해서 어설프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6·70대의 마을 배우 13명이 30여분간 펼치는 마당극은 영주 세계풍기인삼 엑스포 등 큰 무대에서도 선을 보여 박수갈채를 받은 바 있다.

마당극수승금계주
지난 8월 열린 금계일승지 개삼터 힐링음악회에서 마당극 ‘수승금계주’를 처음 선보였다. 무대에 선 배우들은 모두 마을주민들이다.

‘금계야, 날아라’의 호평에 힘입어 올해는 새로운 마당극 ‘수승금계주’를 선보였다. 금계바위 맑은 물에 소백산의 인삼, 그리고 사과를 섞어 3일동안 지극정성으로 담근 마을 전통주 수승금계주의 탄생과정을 웃음과 해학을 담아 재미있게 만들어냈다. 공연시간이 50분이라 대사도 꽤 많다. 마을 배우들은 낮에는 농사짓고 매일 저녁 함께 모여 두달 넘게 연극연습을 했다. 지난 8월 30일 열린 마을음악회(금계일승지 개삼터 힐링음악회)에서 초연을 해 호평을 받았다.

정감록 제1승지마을로 알려진 덕분에 금계마을에는 6.25때 이북에서 피난을 내려온 실향민들이 많이 살고 있다. 당시 ‘풍기로 가야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지금은 피난 1세대 어르신들은 대부분 돌아가시고 2세대 몇 가구가 남아있다.
 

풍기인삼을 처음으로 재배한 마을이지만 지금은 주민 대부분이 사과 농사를 짓는다.
풍기인삼을 처음으로 재배한 마을이지만 지금은 주민 대부분이 사과 농사를 짓는다.

 

풍기인삼을 처음으로 재배한 마을이지만 지금은 주민 대부분이 사과 농사를 짓는다. 현재 158세대, 350여명에 이르는 주민의 평균연령이 70세를 넘어서면서 노동력이 많이 필요한 인삼을 경작할 인력이 없고, 인삼은 연작이 되지 않아 새로운 땅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아서다. 게다가 인삼의 소비가 줄어 값이 떨어진 것도 이유다.

정감록 제1승지 마을, 풍기인삼 시배지라는 의미있는 마을이 고령화로 점점 쇠퇴해지고 겨우 명맥만 유지하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었던 주민들은 마을의 발전을 위해서 마음을 하나로 모을 방안을 궁리했다. 대를 이어 마을에서 터를 잡고 살아온 집성촌이 아니고 외지에서 이주해 온 주민들이 많아 부녀회, 노인회, 청년회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우리 마을’이라는 공동체 의식을 높일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마을 회관에 마련된 U헬스존
마을 회관에 마련된 U헬스존

제일 먼저 노후된 마을회관 리모델링을 통해 함께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2013년부터 시작된 ‘농촌건강장수마을’ 사업을 통해 마을 주민들의 건강관리는 물론 서예, 공예, 건강체조, 풍물 등 다양한 동아리활동도 시작했다. 2015년부터 시작된 ‘창조적마을만들기’ 사업으로 마을회관에 심장제세동기, 음파진동마사지기, 안마의자, 각종 운동기구까지 갖추고 U헬스존을 만들어 스마트건강관리 시스템도 구축했다. 마을회관에서 혈압 등 건강상태를 체크하면 영주시보건소로 바로 데이터가 전송돼 어르신들의 건강지킴이 역할을 한다.

행복명당문화센터
마을회관 앞에 세워진 행복명당문화센터는 주민문화활동의 거점역할을 한다.

올해는 마을회관 앞에 ‘행복명당문화센터’가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 마당극 연습을 하고 난타와 댄스 등 문화동아리 활동도 펼칠 예정이다. 주세붕 선생과 성리학 등 지역과 관련된 포럼을 개최하고 그 자료들을 모아 전시도 할 계획이다. 지난 8월에는 문화센터 앞 마당에서 ‘금계일승지 개삼터 힐링음악회’도 열었다. 마을주민들이 준비한 마당극과 색소폰연주, 품바공연, 주민 노래자랑 등 다채로운 공연을 펼쳤다. 마을 주민뿐 아니라 이웃마을에서도 찾아와 공연을 즐겼다. 앞으로는 이곳에서 야외 영화 상영회도 가질 예정이다.

과거에는 환난을 피할 수 있는 제1승지로 꼽혔던 금계마을은 더 이상 오지가 아니다. 마을 앞으로 도로가 잘 닦여있어 접근성도 좋고 소백산 자락길 2자락, 풍기 1승지 둘레길 등 걷기 좋은 길도 마을을 지나간다.

 

무궁화길
산림청 주최 무궁화명소 공모전에서 수상한 무궁화길.

늦여름부터 가을까지는 산림청 주최 무궁화 명소 공모전에서 수상한 무궁화길과 빨갛게 잘 익은 미니사과나무가 걷는 재미를 더해준다. 명당의 기운을 지닌 조용하고 인심좋은 금계마을에 오고가는 발길이 많아지며 새로운 활력이 더해지고 있다.

김교윤·배수경기자

 

[우리 마을은]   

우리마을은-이장길이장
이장길 이장

 

이장길 이장 “주민들 이야기 담은 사람박물관 준비”

농협에서 근무를 하다가 퇴직하고 풍기에서 농기구수리센터를 하고 있는 이장길 이장은 올해로 10년째 이장직을 맡아 마을 대소사를 두루두루 챙기고 있다. 마을 토박이는 아니지만 금계마을로 이사온지 20년이 넘었으니 이제는 이곳이 고향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마을에 쏟는 애정도 크다.

이 이장은 금계마을이 제1승지 마을이라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래서 지난 2022년부터 추진해오고 있는 ‘정감록 제1승지 문화마을 조성사업’에 누구보다 열심히 앞장서고 있다. 그 거점 역할을 할 ‘행복명당문화센터’에서 주세붕 포럼을 열고 그 자료를 바탕으로 전시관이나 역사관을 꾸밀 계획도 갖고 있다. 관광객들이 마을을 찾아오면 이장이 직접 차도 대접하고 십승지터와 개삼각 등 마을 곳곳을 다니며 해설사 역할을 자처한다.

마을주민이 주인공이 되어 펼치는 마당극 ‘금계야, 날아라’에 이어 마을 전통주인 금계주를 주제로 한 작품 ‘수승금계주’가 탄생한데도 이 이장의 역할이 컸다. 대본을 쓰고 음악감독, 조명감독, 매니저 역할까지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정도다. 새로운 마당극이 호평을 받은 데 대해서도 “낮에는 농사짓고 밤에는 연습하고, 배우들이 너무 고생했어요. 출연료도 없는데 모두들 너무 협조를 잘해주니 너무 감사할 따름이죠.” 라며 배우들에게 공을 돌린다.

이 이장은 마을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금계마을 사람박물관도 준비중이라고 말한다. 사람박물관은 마을을 지켜온 어르신들의 삶을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이다. 일단 80세 이상 47분의 어르신들부터 먼저 태어난 곳, 그동안 삶의 애환 등을 설문지 형식으로 만들어 조사하고 기록하고 있다. 십승지 마을의 자긍심을 담은 스토리북도 준비중이다.

무엇보다도 이 이장은 마을을 찾는 이들에게 좀 더 체계적인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마을학예사를 양성하고 싶은 바람을 전한다. 혼자만의 힘으로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수첩에 빼곡하게 적힌 일정과 앞으로의 계획들을 보면 그가 얼마나 마을에 애정을 쏟고 있는지 느낄 수 있다.

배수경기자 micbae@idaegu.co.kr

[가볼만한 곳]

가볼만한곳-인삼박물관
영주인삼박물관

◇영주인삼박물관

영주 풍기는 우리나라에서 인삼재배를 처음 시작한 지역이다. 풍기 인삼의 우수성과 역사를 알리기 위해 세워진 영주인삼박물관은 지하1층, 지상2층 건물로 전시실, 기획전시실, 어린이체험장 등이 있다.

풍기 인삼의 역사와 생육시기별 인삼의 모양 등 재배과정, 인삼의 효능 등을 자세하게 알아볼 수 있다.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길은 죽령옛길을 재현해 마치 숲길을 오르는 느낌이라 이색적이다. 클라이밍 하면서 인삼모형 캐기, 인삼농사짓기, 모래 놀이터, 어린이 도서관 등 어린이를 위한 재미있는 체험공간들도 있다. 소백산풍기온천리조트와 인접하고 있다. 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료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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