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비용 지불하며 배워야 해
생활체육시설의 새 역할 대두
정규 수련부터 합숙까지 진행
공동체 속 다채로운 경험 제공
사회성·책임감·배려심 등 배워
◇사라진 어린이 놀이 문화, 태권도장에서 자라나는 새로운 가치
‘술래잡기, 고무줄놀이, 말뚝박기, 망까기, 말타기…’는 자전거 탄 풍경의 노래 「보물」의 한 구절이다. 이 가사는 요즘 아이들의 현실과는 다소 동떨어져 있지만, 70~80년 대생들에게는 친구들과 어울리며 사회성을 익혔던 공터의 추억을 되살리게 한다. 그러나 오늘날 이런 놀이와 공터는 거의 사라졌고, 아이들은 실내에서 스마트 기기를 들고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창의성과 사회성을 길러주기 위한 책임은 부모와 사회로 넘어갔고, 그 결과 사회적 비용 증가와 사교육 의존도는 높아졌다.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배웠던 경험들이 이제는 계획된 방식으로 인위적으로 제공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런 변화는 저출생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다. 공동체적 경험이 줄어들며, 가족과 사회가 아이들의 양육 책임을 전적으로 떠안게 된 것이 저출생 문제의 또 다른 원인은 아닐까?
이러한 상황 속에서 태권도장, 합기도장, 검도장과 같은 생활체육시설은 새로운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이곳들은 단순한 운동 공간을 넘어, 아이들이 신체적 발달뿐만 아니라 규율, 인내심, 그리고 사회성을 자연스럽게 배워가는 중요한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시기에 형성된 운동 습관과 공동체 속에서의 경험은 아이들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며, 성인이 되어서도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기 때문이다. 이러한 체육시설들은 비록 정식 교육기관은 아니지만, 그 영향력은 교육기관을 능가할 정도다.
이 시설들의 핵심은 바로 관장과 사범들의 역량과 진정성이다. 그들이 아이들에게 어떤 가치와 배움을 전하느냐가 시설의 성공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지도자들의 가르침은 단순한 기술 교육을 넘어, 아이들이 건강한 신체와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흔들리지 않는 신념과 자신만의 철학을 바탕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 박기주 관장(상승태권도(칠곡))은 ‘모든 행동은 습관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한다. 그는 사람 사이에서 지켜야 할 태도와 도리, 그리고 자신의 몸과 가치관을 유지하는 힘이 모두 건강한 신체에서 비롯된다고 믿는다. 특히 어린 시절부터 운동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며, 건강한 몸이야말로 올바른 가치관과 사회적 태도를 형성하는 기초라고 설명한다. 그는 자신의 일에 대한 애정으로 지역사회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생활체육,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태권도장의 역할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은 신체적 건강이 정신적 안정과 균형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신체적 건강은 정신적 안정을 뒷받침하며, 이는 생활체육의 가치를 설명하는 데도 적합하다. 박 관장은 ‘생활체육은 엘리트 체육만큼 중요하며,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더욱 널리 보급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박 관장의 도장에서는 경쟁보다는 즐거움과 건강 증진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이는 생활체육의 본질을 잘 드러내고 있다.
과거에는 학교나 마을에서 자연스럽게 친구들과 어울리며 사회적 기술을 배울 기회가 많았지만, 오늘날 그러한 기회는 크게 줄어들었다. 박 관장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태권도장과 같은 체육관이 중요한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그가 운영하고 있는 태권도장에서는 정규 수련 프로그램 외에도 체험활동과 합숙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편성하여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시대적 요구와 사회적 필요에 부응한 것이라는 박 관장의 설명이다. 이 프로그램은 아이들이 친구들과 협력하고 상호작용하며 사회적 유대감을 형성하도록 돕고, 공동체에서 필요한 다양한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설계된 상승태권도의 시그니처 프로그램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제 체육관은 단순한 신체 활동 공간을 넘어, 아이들이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공동체 안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중요한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요즘 부모님들은 체육관에 대한 기대가 다양해지고 있어요. 과거와는 다른 변화죠. 아이들의 나쁜 습관을 고치고 사회성을 기르는 데 체육관의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박 관장은 ‘체험활동과 합숙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이 친구들과 교류하고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하며, 이러한 경험이 아이들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태권도장에서 진행되는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단순한 운동을 넘어 아이들이 공동체 속에서 책임감과 배려를 배우고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었다.
연말엔 아이들과 기부 활동
나눔 하면서 사회 역할 자각
10대 아이·학부모 함께 운동
세대 간 소통의 장 형성 일조
“방황하는 청소년 정서적 지지
건강한 사회 조성 역할 충실히”
◇나눔과 공동체 정신을 가르치는 박 관장의 교육 철학
박기주 관장의 교육철학은 오랜 선배와의 인연에서 시작되었다. 선후배 관계였던 두 사람은 시간이 흐르면서 동료로 발전했고, 박 관장이 선배의 도장에서 사범으로 활동하던 20여 년 전부터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활동을 꾸준히 함께 이어왔다. 그중 하나가 ‘사랑의 라면 트리’ 행사다. 이 행사는 체육관의 학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라면을 모아 지역사회에 전달하는 연말 전통으로, 20여 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지금은 각자의 도장에서 그 지역의 실정에 맞춰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박 관장은 이 행사가 아이들에게 이웃을 돌보는 가치를 가르치고, 공동체 정신을 실천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다고 말한다.
“저는 단순히 아이들이 신체적으로 성장하는 것만을 목표로 하지 않습니다. 체육관에서 나눔과 공동체의 가치를 직접 경험하면서, 전인적으로 성장하는 것을 돕고 싶어요. 아이들이 나눔을 실천하면서 사회 속에서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자각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태권도를 통해 큰 꿈을 품고, 더 큰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제 소명이라 믿고 있습니다. 체육관이 단순한 운동 공간을 넘어, 아이들이 꿈과 비전을 키워갈 수 있는 중요한 장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태권도로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꿈꾸며 실천하는 삶
필자가 박 관장을 인터뷰하게 된 이유는 두 가지였다. 이는 앞으로 지역사회에서 체육시설의 가치와 역할을 재조명하는 데 충분한 인사이트를 제공할 수 있는 요소들이었다.
첫 번째는 세대 갈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상황에서, 박 관장의 도장이 세대와 세대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태권도를 시작하는 연령은 보통 10세 즈음의 초등학생 때라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이다. 그러나 경북 칠곡 지역에서는 학부모 참여를 장려하는 성인부 프로그램이 입소문을 타면서, 10대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태권도를 시작하는 사례가 늘고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박 관장이 운영하는 도장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으며, 그로 인해 칠곡 지역에서는 태권도를 시작하는 연령이 10세 즈음이라는 통념 또한 깨지고 있었다. 그 안에서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태권도를 경험하며 세대 간 소통과 공감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박 관장은 “부모님과 함께 태권도장 문을 두드리며 대화의 깊이가 달라진 가족들을 볼 때, 태권도의 역할이 얼마나 큰지 느낍니다”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불우한 가정환경 때문에 정서적 지지기반이 부족한 상태로 청소년기를 보내며 방황하던 한 소년의 사례 때문이었다. 현재 그 소년은 박 관장의 따뜻한 지도로 검정고시를 준비하며 자신의 미래를 밝게 열어나가고 있다. 박 관장은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거나 잘못된 길을 걷는 청소년들을 보며, “아이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라고 말한다. 아이의 문제는 본인의 문제가 아니라, 부모나 지역사회의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박 관장의 설명이다. 그래서 박 관장은 자신의 교육 철학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 늘 고민하며,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일을 게을리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박 관장은 자신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사회적 역할을 충실히 다하고 있는 이 시대의 바른 청년이었다. 그는 진정한 어른의 본보기를 보여주며,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어른의 모습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는 “태권도는 단순한 운동을 넘어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라며, 자신의 신념과 태권도를 통해 사회적 유대와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려는 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 모든 청년들을 향해 힘주어 외친다, “상승! 큰 꿈을 품어라.”
이미나 (청년활동연구가/ 교육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