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소학(小學)’의 교육적 의의
<대구논단> `소학(小學)’의 교육적 의의
  • 승인 2009.03.18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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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 · 교육학박사))

이른바 동방 오현(五賢)의 수현(首賢)으로 꼽히고 있는 한훤당 김굉필(寒暄堂 金宏弼)은 성인이 되어서도 스스로를 `소학동자(小學童子)’라고 일컬으며 자신의 모든 행동은 `소학(小學)’에 따르고 있다는 것을 긍지로 여겼다.

김굉필은 김일손(金馹孫), 정여창(鄭汝昌) 등과 함께 김종직(金宗直)의 문하에서 `소학’ 등을 배웠다. 이를 계기로 그는 평생 동안 `소학’을 손에서 놓지 않았는데, 누가 혹 시사(時事)를 물으면 `소학동자가 무엇을 알겠는가?’라고 답할 정도로 이 책에 심취하였다고 전해진다.

도대체 `소학’이 어떠한 내용을 담고 있기에 당대의 학자가 평생 동안 이에 제시된 생활 규범을 실천하기에 진력했을까? 그리고 그 어떤 점이 그로 하여금 지치주의(至治主義)에 입각한 개혁정치를 주도하도록 이끌었을까? 이 책은 한 마디로 인간 본연의 자세에 충실하되 반드시 실천에 옮길 것을 가르치고 있다.

`소학’은 배움의 시작과 관련된 `입교(立敎)편’, 인륜을 밝히는 `명륜(明倫)편’, 몸가짐을 조심하도록 가르치는 `경신(敬身)편’, 옛일을 돌이켜 배울 것을 가르치는 `계고(稽古)편’, 아름다운 말을 하도록 가르치는 `가언(嘉言)편’ 그리고 착한 행실을 권하는 `선행(善行)편’ 등 모두 여섯 편으로 되어 있다.

이 중에서 `계고(稽古)편’ 제24장의 내용을 살펴 보자. 伯兪有過 其母笞之 泣 其母曰 他日笞 子未嘗泣 今泣 何也 對曰 兪得罪 笞常痛 今母之力 不能使痛 是以泣 (백유가 잘못을 지어 그 어머니가 매를 때리니, 백유가 눈물을 흘렸다. 그 어머니가 물었다. `전에 매를 때릴 때에는 네가 운 적이 없었는데, 지금은 눈물을 흘리니, 왜 그러느냐?’ 백유가 대답하였다. `제가 잘못을 지어 어머니께 매를 맞을 때에는 항상 그 매가 아팠는데, 지금은 어머니께서 힘이 없어서 매가 아프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눈물이 났습니다.’)

많이 들어본 이야기이다. 지금도 도덕 교과서에는 이와 같은 선행 미담들이 많이 나온다. 그런데 `소학’은 이 이야기를 단순한 미담으로 제시하지 않고 다음과 같이 비판을 달아 실행하는 이를 보다 근원적으로 반성하게 하고 있다. 아마도 이 부분이 많은 선현들로 하여금 ’소학`에 더욱 심취하게 한 것이 아닌가 한다. 다음은 위의 백유 이야기에 대한 중국 전한(前漢)의 학자 유향(劉向)의 해설 겸 비판이다.

父母怒之 不作於意 不見於色 深受其罪 使可哀憐 上也 父母怒之 不作於意 不見於色 其次也 父母怒之 作於意 見於色 下也 (부모님이 노여워하실 때에, 마음에 아무런 불만을 갖지 아니하고 얼굴에 아무런 변화를 드러내지 아니하여, 그 처벌을 깊이 받아들여 부모님으로 하여금 가엽게 여기는 마음이 생기도록 함이 상등이요, 부모님이 노여워하실 때에, 마음에 아무런 불만을 갖지 아니하고 얼굴에 아무런 변화를 드러내지 아니함이 그 다음이요, 부모님이 노여워하실 때에 마음에 불만이 움트고 얼굴에 변화가 드러남은 하등이다.)

이 말은 부모의 마음을 흡족하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효라고 가르치고 있다. 단순히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 원리에 충실하라는 것이다.

또 `선행편’ 제55장에는 다음과 같은 예화가 실려 있다. 劉寬 雖居倉卒 未嘗疾言遽色 夫人 欲試寬令 伺當朝會 裝嚴已訖 使侍婢奉肉羹 飜汚朝服 婢遽收之 寬 神色不異 乃徐言曰 羹爛汝手乎 其性度如此 (유관은 아무리 급하더라도 말을 빨리 하거나 안색을 갑자기 바꾸는 일이 없었다. 부인이 유관을 시험하여 한번 화나게 해 볼 요량으로, 조회에 나가는 날 의관을 다 갖춘 것을 엿보고는, 여종으로 하여금 고깃국을 받들고 가서 그릇을 엎어 조복을 더럽히게 하였다. 여종이 쏟은 국을 허둥지둥 쓸어 담으니, 유관은 마음과 안색에 전혀 변화가 없이 천천히 말하기를, `네 손을 데지는 않았느냐?’고 하였다. 그 성품과 도량이 이러하였다.)

이 또한 사람이 지녀야 할 기본 성품을 설명하고 진실로 이와 같이 실천할 것을 가르치고 있다. `소학’은 오늘날 우리 청소년들에게도 반드시 읽혀야 할 고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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