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아침>천년불패, 신라국학 1330주년의 축제 모범 발견
<달구벌 아침>천년불패, 신라국학 1330주년의 축제 모범 발견
  • 승인 2012.05.21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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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홍식 한국선비문화수련원 기획팀장

전국 234개 자치단체는 자기지역을 대표하는 축제를 개최한다. 축제를 통해서 자기지역의 정체성을 모색하고 지역주민의 화합한다는 제법 그럴듯한 명분을 제시한다. 그러나 지금 전국은 가히 축제 과소비의 시대라고 할 만큼 서로 비슷한 축제가 난무하고 있어, 축제의 주체여야 할 지역주민은 물론 축제를 준비하는 행정담당 공무원들은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우리가 눈여겨 볼만한 축제의 장이 경주에서 펼쳐지고 있다. 에이펙(APEC) 세계교육장관회의, 대한민국 좋은 교육박람회, 게다가 신라국학 1330주년을 기념하는 교육의 향연 등이 다채롭게 펼쳐져, 교육과 문화의 향연이 천년고도 경주를 밝히고 있다.

천년고도 서라벌(경주)은 석굴암과 불국사로 대표되는 찬란한 불교문화의 도시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 실상을 따져 볼 때, 신라문화의 뿌리는 유교문화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신라의 고승 원광법사의 세속오계(世俗五戒)에서도 충(事君以忠), 효(事親以孝), 믿음(交友以信)과 같은 유교이념을 바탕으로 살생유택(殺生有擇)이라는 불교이념을 말하고 있다. 이러한 유교와 불교의 융합을 바탕으로 임전무퇴(臨戰無退)라는 신라인의 용맹함을 고무시켜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할 수 있었다.

의사결정과정에서 만장일치를 추구했던 신라의 화백제도(和白制度)도 따지고 보면, 소수의견을 존중하고 모두가 함께 화합해야 한다는 유학적 가치를 담고 있다. 소수에 대한 다수의 폭력이 공공연히 행해지고, 과정과 절차는 무시하고 결과만을 중시하는 우리의 교육현실에서 볼 때 눈 여겨 보아야 할 가치임에 분명하다.

신라는 유교를 국학으로 정하여 통일신라의 이념적 토대를 구축했다. 경주향교는 신라국학 1330년의 역사와 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한 채 오늘날까지 그 맥을 이어오고 있다. 말하자면, 신라국학은 우리나라 국립대학에 해당하는 국립교육기관의 효시를 이루었다. 요즘으로 치면, 아마 국립서울대학정도의 위상을 간직하고 있는 지성의 전당이라고 할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신라국학 1330주년을 기념하는 축제는 경주만의 축제가 아니라, 한국의 대표축제라고 할만하다. 더구나 한국교육의 위상이 바닥에 떨어지고 있는 교육의 위기 속에서 1330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신라국학의 의미를 고찰해 보는 것은 온고지신(溫故知新)의 계기가 될 것이다.

이 날 교육의 향연에는 전국의 유수 대학총장들이 참여하여, 교육에는 차별이 없고 누구에게나 열려있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유교무류(有敎無類) 네 글자에 서명하여 경주향교 명륜당에 게판 하는 의식도 거행되었다. 대학서열화, 교육양극화와 같은 우리교육의 문제점을 간결하게 보여주는 글귀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퍼포먼스는 옛 성현들의 뜻을 계승하여 오늘의 교육현실을 개선하고자 하는 대학총장들의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성균관과 전국에서 참여한 유림지도자들은 선언문 낭독을 통해서 시대의 변화를 선도하고 구체적 현실문제에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실천적 유림이 되어야 한다는 결의를 다졌고, 이러한 의지는 다음 날 국제학술대회를 통해서 다양하게 구체화되어 나왔다.

한마디로 이 번 신라국학 1330주년을 기념하는 향연은 우리교육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조망하는 축제의 올바른 모범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축제는 보여주기 위한 것도 아니요, 흥청망청 소비하는 행위도 아니다. 모름지기 축제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로 이어지는 시간의 좌표 속에서 현재적 자신의 위치를 되돌아보고, 미래를 향한 도약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행위여야 한다.

경주 향교에는 그 옛날 1330년 전 설총이 마셨다는 우물이 아직도 원형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 경주향교 대성전 문을 나서면 계림 숲에 둘러싸인 통일신라 천년의 역사 속에 묻혀 있는 반월성 옛 궁터가 지척에 바라다 보인다. 그 옛날 통일신라를 이끌었던 무수한 역사 속 인물들의 꿈을 이제 세계로 넓혀가야 하지 않을까? 교육 강국 신라의 꿈, 경북의 꿈을 세계로 펼쳤던 신라국학 1330주년 행사를 통해서 진정한 축제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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