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아침>플뢰르 펠르랭(김종숙)장관과 이자스민 국회의원
<달구벌 아침>플뢰르 펠르랭(김종숙)장관과 이자스민 국회의원
  • 승인 2012.05.22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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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화 대구경북학회장 / 경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올랑드가 프랑스 대통령이 되었다. 그는 여러 가지 화제를 낳고 있다. 결혼하지 않고 사는 그의 파트너에 관한 이야기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큰 관심거리는 취임 후 정부각료의 절반을 여성으로 임명함으로써 성평등 정부의 약속을 지켰다는 것이다. 한국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을 벌이는 올랑드와 그를 뽑은 프랑스 사람들에게 부러움 같은 것도 느낀다.

신기한 일은 그것만이 아니다. 올랑드가 유능한 젊은 여성 플뢰르 펠르랭을 중소기업·디지털 장관으로 임명했는데, 알고 보니 그녀는 1973년 8월에 서울에서 태어나 프랑스로 입양되었다. 프랑스 사람들 사이에서 훌륭하게 성장한 그녀는 2007년 대선 당시 사회당 대선캠프에서 언론담당으로 정계에 투신하였다.

그녀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든지 해외로 입양된 버려진 아이였다든지 그런 것 따위는 프랑스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녀는 단지 프랑스인 일 따름이었다. 그녀가 한국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나는 한 번도 출생지를 방문한 적이 없다. 나는 완전한 프랑스인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부모님은 내가 출생지를 잊지 않도록 본래이름을 호적에 일부러 남겨 뒀다”라고 했다.

`성공신화’와 `인간승리’를 호들갑스럽게 내세우고 싶은 우리로서는 그녀가 한국 출신이라는 것을 확인하면서 야단법석을 떨고 싶은데, 그녀는 담담하게 자신은 프랑스인 일 뿐이라고 한다. 그 말이 우리에게는 섭섭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서운해 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그런 점을 우리는 부러워해야 한다. 우리는 그녀를 피부색이나 핏줄, 출신지역과 출생배경을 이유로 차별하지 않고 훌륭한 `프랑스 사람’으로 키워낸 프랑스의 사회적·문화적 저력에서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 그와 같은 일이 한국 같았으면 가능했을까? 플뢰르 펠르랭(김종숙)은 프랑스에서 자랐기 때문에 장관이 될 수 있었다.

물론 우리에게도 이자스민과 같은 `성공신화’와 `인간승리’가 있다. 잘 아는 바와 같이 이자스민은 지난 4월11일 국회의원 총선 때 새누리당의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된 사람이다. 그녀는 항해사인 한국인과 결혼하여 1남1여를 두었고, 그녀의 한국인 남편은 2년 전 물에 빠진 딸을 구하려다가 익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는 외국민생활지원과 계약직 공무원이기도 하고 영화에도 출연한 적이 있다. 성공 스토리가 있는 삶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자스민에 대한 우리 사회의 태도다. 그녀를 두고 인터넷 상에 오른 인신공격성 글들은 다문화사회를 지향하고 있는 곳에서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내용들이었다. 예를 들면 “매매혼이 늘어 날 것이다”, “불법체류자가 판을 치게 되었다”, “대한민국의 등골을 빼 먹는 다문화의 실체가 드러날 것이다.`’ 등등의 글들이 인터넷 상에서 확산되었다.

그녀는 다행스럽게도 소수의 사람들이 그런 것이니 개의치 않는다고 하였고, 좋은 한국인들이 더 많기 때문에 괜찮다고 하였지만 다문화를 받아들이는 우리 사회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뒷맛이 못내 씁쓸했다.

플뢰르 펠르랭(김종숙)과 이자스민 소식을 들으며 우리는 다문화라는 가치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 본다. 다문화사회란 다양한 가치관들이 공존하는 사회이다. 남과 다름이 강점이 되고,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그런 `다름’이 사회적 자원이 되는 사회이다. 플뢰르 펠르랭(김종숙)의 경우는 한국 얼굴을 가진 사람이 `왕따’를 당하기는커녕, 다양한 프랑스인 중 한사람으로 역량 있게 키워져 훌륭한 인적자원으로 성장한 프랑스사회의 `일반적 얘기 거리’일 뿐이다.

우리사회의 다문화수준은 아직 초보 중에도 초보이지만 이자스민은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잘 살려서 한국의 다문화가족이나 결혼이주여성의 문제들을 일선에서 잘 풀어 나가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당당한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으로 우리사회의 다문화수준을 높이는 데 그 역할을 잘 해 주었으면 좋겠다. 다문화사회는 다양성을 존중하고 소통하며 인내하고 연대하는 사회다.

한국에서도 미국의 오바마와 같은 대통령이 나오고, 프랑스의 플뢰르 펠르랭(김종숙)과 같은 장관도 배출되어야 한다. 우리사회가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올라가려면 다문화 민주주의에 대한 문제의식이 지금보다 훨씬 더 커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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