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아침> 대구스럽다
<달구벌 아침> 대구스럽다
  • 승인 2012.05.24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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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쌍규 ㈜ Dream Care 지식충전소 대표사원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1인당 지역총생산(GRDP)의 가장 꼴지가 대구다. 2010년 기준으로 1인당 지역총생산은 1494만원이다. 대구는 1993년부터 18년째 내리 `꼴찌’ 행진을 이어왔다. 1위를 기록한 울산 시민의 1인당 지역총생산(5400만원)은 대구의 3.6배에 달했다. 대구의 총생산은 극히 부진하지만, 개인소득과 민간 소비는 전국 평균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전국 평균을 100으로 가정할 때 대구 개인소득은 96.0(연 1297만원), 1인당 민간 소비는 92.2(연 1160만원) 수준이다. 이처럼 대구의 생산 활동이 부진한데도 소비와 개인소득은 평균치에 근접한 이유는 구미·포항 같은 도시가 있어 일은 주변 도시에서 하고, 주로 소비나 여가만 대구에 살면서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 산업 공동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만년 꼴찌’의 대구 현실을 나타내는 통계지표이다.

통계지표는 비키니와 같다는 오래된 격언이 있다. 통계가 드러내는 것은 선정적이지만, 정작 감추어진 것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는 뜻이다. 불행하게도 대구 통계지표에는 `노예근성’이라는 절망의 키워드가 숨어있다. 한때 행동이나 성격이 바람직하지 못하거나 논리 없이 자기주장만 되풀이하는 검사를 빗대어 `검사스럽다’라는 신조어가 유행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타지 사람들이 대구를 바라보는 시각을 표현한 신조어 하나가 있다.

바로 `대구스럽다’라는 표현이다. 매년 선거 때가 되면 “한쪽만 몰아주니까 신경 안 쓴다 아이가. 글마들이 해준 게 뭐꼬. 이제 골고루 시켜야 된데이.” “인자 진짜 마지막이데이. 뭐라 캐도 박근혜 대통령 시킬라 카믄 이번에는 몰아줘야 한데이. 그래야 대구가 발전할 거 아이가.” “뭐라카노 이명박이 대통령 돼가 대구가 잘된 게 뭐 있노.” “그래도 우짜노, 이번에는 달라지겠지.” 이런 정치적 공방에도 불구하고, 투표 결과는 항상 한 정당에 대한 싹쓸이 투표였다.

더 이상 `대구스럽다’를 국어 문법적 잣대로만 바라 볼 때가 아니다. `대구스럽다’는 대구의 위기를 비관적 증후로 바라보는 말이다. 장밋빛 일색의 대구 미래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표현이자, 대구 붕괴를 예견하는 미래적 단어이다. 1인당 지역총생산이 가장 꼴지인 대구가 지역 출신의 대통령을 한 번도 배출하지 못해서 과연 꼴지가 되었을까? 과연 그렇까? 아니다.

가장 중요한 원인은 산업 구조 자체가 60~70년대 경공업 중심의 산업 구조를 벗어나질 못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대구에는 지속 가능한 자체 성장 동력이 없다. 이 성장 동력을 고민하고 실천하지 못한 무능한 지역 정치인의 미사여구에 여전히 대구시민이 정치적 무방비로 현혹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 사투리로 대구시민이 지역 정치권에 `무까끼하이’하게 소극적으로 대처해온 결과이다. `무식하게’ `습관적으로’ 한 정당에 무조건 지지해주면, 한 사람의 절대 권력자가 나타나면, 대구의 모든 문제가 구원 받을 수 있다고 살아온 우리의 정치적 업보일지도 모른다.

대구를 한방에 발전시킬 정치적 메시아는 없다. 1990년대 이후 민주화와 서울 중심의 발전론으로 대구에 대한 일방적 경제적 혜택이 사라진지 오래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하늘을 난다. 한쪽 날개의 힘만으로 결코 하늘을 날 수 없다. 한쪽 날개의 에너지로는 대구를 절대 비상시킬 수 없다. 추는 균형을 유지해야만, 그 기능을 다 할 수 있다. 대구의 새로운 미래는 균형 잡힌 시각의 토론과 공론의 합의가 없으면 결코 발전 할 수 없다. 그것이 현실이고, 대구의 미래적 사실이다.

정치적 메시아의 장밋빛 환상 보다는 지금 당장 굶고 있는 대구의 현실이 중요하다. 함부로 기대하지 말고, 우리 스스로가 내부에서 자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정답이고 정공법이다. 긴 호흡의 넓은 고민과 성찰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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