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아침>실업률 수치의 두 얼굴
<달구벌 아침>실업률 수치의 두 얼굴
  • 승인 2012.05.28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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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지민 경북새일지원본부 연구원·정치학박사

평소 정부가 발표하는 실업률 수치를 보면서 의아한 생각을 가져본 적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주변에는 모두들 취업이 어렵다고들 난리들인데, 왜 발표되는 실업률은 이렇게 낮은 것인가 하는 의문 말이다.

`스펙 6종 세트’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요즘 대학생들이 취업을 위해 꼭 갖추어야 할 필수 조건들이란다. 학벌, 학점, 토익, 인턴 십, 자격증, 봉사활동이 6종이고, 여기에 여학생들은 성형까지 더하면 `스펙 7종 세트’가 된다고 하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를 잘 모르겠다. 대학생들은 1학년부터 내내 이 스펙 세트를 구비하기 위해 옆에서 지켜보기 안타까울 정도로 온갖 노력을 다하며 보낸다.

일자리 때문에 힘들어 하는 것은 청년들만의 일은 아니다. 결혼 이후 출산과 육아로 인해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은 재취업을 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한창 일할 나이에 직장에서 명퇴하게 된 장년층들은 힘든 재취업과 자칫하면 쪽박을 찰 수 있는 창업 사이에서 고민한다. 젊은 시절을 가족들을 부양하느라 정작 자신의 노후를 챙기지 못한 노년층들은 노후의 여유가 아닌 먹고 사는 절박한 생존의 문제 때문에 일자리를 찾느라 고심한다.

현실이 이런데도 정부가 발표하는 우리 사회의 실업률 수치는 소위 `완전 고용’에 가까운 놀라운 수준이다. 작년 실업률은 3.4%이며, 얼마 전 통계청이 발표한 `2012년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 달 실업률은 3.5%로 지난 2월 4.2%에서 정점을 찍은 뒤 3월 3.7%, 4월 3.5%로 하향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공식 실업률과 우리가 느끼고 있는 실업률 사이에는 격차가 큰 것일까? 최근 발표된 국회입법조사처의 `실업통계의 문제점과 개선과제’ 보고서에 의하면 국민들의 체감 실업률은 정부의 공식 실업률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이는 우리의 실업률 계산 방법이 `취업 애로계층’을 포함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공식 통계에서 실업자가 되기는 참 힘들다. 통계상 실업자로 분류되려면 일이 없고, 일을 할 수 있는 상태에 있으며,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는 3가지의 조건을 충족해야만 한다. 이 때문에 일을 할 수 있지만 일을 찾다가 실망감이나 여러 기지 이유로 사실상 구직을 `포기’한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해야 하는’ 조건에 맞지 않아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어 정부의 실업률 통계에서 원칙적으로 제외되게 된다.

취업이나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청년들도 `공부를 하는 것’이 구직활동으로 간주되지 않기 때문에 역시 비경제활동인구에 포함한다. 반면 주당 1시간이라도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은 일이 있기 때문에 취업자로 잡히지만, 사실상 이들은 실속 없는 `불완전 취업자’일 뿐이다.

이처럼 정부의 공식 통계에서 빠지는 `불완전 취업자’나 `구직 단념자’를 실업자로 간주해서 실업률을 계산해 보면 국민들의 2011년 체감 실업률은 7.7%로 공식 실업률보다 2배 이상 높다. 즉 현재 정부가 발표하는 실업률은 2011년 기준 57만 8천여 명의 취업 준비자들과 20만 8천여 명의 구직 단념자들을 아예 제외하고 계산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실업률 수치에는 분명히 다른 두 얼굴이 존재하고 있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를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보는 일이다. 정부는 현재 고용 보조지표로 사용하는 `취업 애로계층’ 통계를 일반에 공개하기를 꺼리고 있다. 정부의 입장은 공식통계의 신뢰성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지만, 속내는 높은 실업률이 공개될 경우 정부의 고용증대 노력이 폄하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정책을 제대로 마련하려면 통계수치의 이면의 현실에 대한 냉정한 분석이 필요하다. 오죽하면 세상에는 세 가지 거짓말이 있는데, 착한 거짓말, 나쁜 거짓말, 그리고 통계라는 말이 있을까. 정부는 실업률 수치의 이면의 또 다른 얼굴을 좀 더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들여다보고, 이를 바탕으로 고용정책 전반을 새롭게 구상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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