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노무현은 구속될 것인가
<대구논단> 노무현은 구속될 것인가
  • 승인 2009.04.20 16:4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 대 열 (객원 大記者)

세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대통령의 스캔들이 없는 나라는 거의 없다. 대통령 중심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는 말할 나위도 없고 내각책임제 국가에서는 총리가 대통령과 맞먹는 권력을 누린다. 그들은 내치를 담당하고 국방을 책임지며 외교를 지휘한다. 그들의 권한은 나라에 따라서 다르지만 고대 왕조시대의 왕이나 진배없다. 지금도 군주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가 간혹 눈에 띈다.

해가지지 않는 나라로 더 알려졌던 영국은 막강했던 왕의 권력은 세습적으로 그 권위만 인정받고 총리가 모든 권한을 행사한다. 왕의 권력을 전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나라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 역시 현대의 대통령이나 총리와 버금할 뿐이다. 다만 북한이나 쿠바 등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몇 안 되는 나라들은 국방위원장이다, 국가평의회 의장이다 하는 식의 이름으로 강력한 군사력을 거머쥐고 모든 권력을 한 손에 틀어쥔다.

이들은 전제 군주주의 시대를 뛰어넘는 독재 권력을 행사하며 인민 위에 군림한다. 다른 나라들과의 불화를 자초하고 문물의 교류를 거부하면서 경제적으로 매우 핍박한 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정치체제를 유지한다.

과거 러시아나 중국 역시 똑같은 전철을 밟아왔으나 고르비와 등소평의 과감한 개방정책으로 오늘날 경제대국의 면모를 갖췄다. 국민총생산과 소득은 아직 개발도상국이지만 거대한 인구,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세계시장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 것이 특이하다.

이러한 나라들도 급격한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받아드리면서 필연적으로 관료부패 현상이 만연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장의 개방에 따른 경제규모의 확대는 권력과 금력의 밀착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 구조적 맹점을 가지고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이는 단순한 책임감이나 사명감만으로는 부족하다. 반드시 제도적 장치가 수반되어야 한다.

나라마다 이를 위한 법률적 체제를 준비하여 온갖 법의 이름으로 부정부패를 단속한다. 그러나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금권유착은 깊어만 간다. 중국대륙을 모택동에게 내주고 대만으로 쫓겨 들어간 장개석이 `깨끗한 자유중국’을 표방하고 부패를 엄벌로 다스렸다. 그런데 며느리가 보석을 선물로 받은 사실을 알고 권총을 선물상자에 넣어 보냈다. 며느리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현재 중국에서는 관료들의 뇌물죄를 최고형으로 다스린다. 고위층 인사도 처형되어 관료사회를 일시적으로 긴장시키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요원하다. 필리핀에서 영화배우 출신의 에스트라다 대통령이 탄생하여 뉴스거리가 되었다. 그러나 그는 재임 중 뇌물죄로 탄핵을 받고 구속되었다. 현직 대통령이 군사쿠데타와 같은 예외적 사태로 체포되는 수는 있지만 부패혐의로 처벌받기는 금시초문이다.

전직 대통령이 부정축재 등의 죄목으로 투옥된 사례는 한국에서도 두 사람이나 있다. 전두환과 노태우다. 김영삼이 대통령에 취임한 후 두 사람의 전직 대통령을 내란과 부정축재 혐의로 구속했다. 광주에서 수많은 시민을 살상한 5.18의 역사적 죄과를 묻자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들은 현직에 있으면서 온갖 부정비리를 저지른 사실이 밝혀졌다. 각각 수천억에 달하는 엄청난 큰돈을 부정축재로 숨겨 놨다.

두 사람은 사형선고를 받았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면 우리 사회에 주는 충격은 어마어마했을 것이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이라는 이유로 2년 남짓 감옥살이를 하다가 사면으로 풀어줬다. 이로서 대통령을 지내더라도 성역은 아니라는 법 정신은 확립되었으나 후임자들에게는 아무런 경고가 못 되었던 모양이다. 김영삼과 김대중 역시 재임 중 정치자금 문제로 말썽을 빚었으나 아들들의 소행으로만 기소되어 그들만 구속 처벌받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가장 도덕적인 대통령으로 자부하고 깨끗한 정부를 그다지도 강조했던 노무현이 박연차 등으로부터 막대한 돈을 받은 것이 드러났다. 처와 아들, 조카사위, 비서관 등이 총동원되어 아귀처럼 달러를 받았다. 노무현은 이를 몰랐던 것으로 입을 맞춘 모양이지만 검찰에서는 증인들의 대질신문과 복잡한 송금내역을 꼼꼼히 대조하고 있다. 이러한 증거를 바탕으로 곧 그를 소환한다.

대통령이 더럽게 돈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며 국민의 자존심을 꺾는 일인데 구차한 변명으로 부인에게 책임이 있는 양 미루는 행위는 보기에도 민망하다. 그가 변호사의 상투적인 용어로 `방어와 해명’을 들먹이고 있어 검찰과 치열한 법리논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그러한 법률적 선택을 한 이상 확실한 증거가 나타나면 다른 공직자들과의 형평성 원칙에서 구속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에서도 불구속 기소를 주장하는 등 양론이 있다고 들리지만 모든 것은 `확증’이 말해야 한다. 또 한 사람의 전직 대통령이 기소되어 재판을 받아야 하는 불행한 나라에 살고 있지만 이를 계기로 다시는 부정부패 대통령과 관료가 생겨나지 않기를 기원할 뿐이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