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무대에 서게 한 원동력 관객에 50년 연극인생 바친다
나를 무대에 서게 한 원동력 관객에 50년 연극인생 바친다
  • 황인옥
  • 승인 2013.03.24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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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배우 박정자展 개막

1962년 데뷔…연극 140여편 출연

사진·팜플렛·포스터·의상 등

지나온 무대 흔적 작품처럼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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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속 인물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조금씩 완성해가는 그 자체가 연극입니다. 벌써 50년을 달려왔다니 믿어지지가 않네요. 50년 동안 연극은 저의 모든 것이었다고 말할 수 있지요. 기운과 건강이 허락하는 한 앞으로도 언제까지나 무대를 지켜 나갈 것입니다.”

연극배우 박정자의 50년 무대를 정리하는 ‘박정자’展이 지난 22일 개막했다. 봉산문화회관 기획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그녀의 50년 연극인생을 담은 사진, 팜플렛, 연극 포스터, 대본, 의상, 동영상 등과 그녀의 초상과 마리오네트 등이 정교한 플랜 위에 배치돼 소개되고 있다. 개막 이틀째인 23일에는 배우 박정자의 낭독으로 연극‘10그리고80’ & ‘이멜다 마르코스의 항변’이 오후 3시와 7시 두 차례에 걸쳐 전시와 함께 펼쳐졌다.

이날 공연을 끝낸 후 기자와 만난 배우 박정자는 “저의 배우 인생 50년을 기념하는 해를 그냥 넘길 수 없다는 주위의 권유로 서울에서 먼저 전시회를 갖게 됐습니다. 화가의 작품이 그림이라면 연극배우의 작품은 연극무대인데 배우도 자신의 지나간 무대를 미술 작품처럼 전시를 기획하고 소개하며 관객들과 기쁨을 나눠도 의미있는 일이겠다 싶었지요”라며 “저의 전시에 많은 분들이 와 주시고 공연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어 주신 대구 관객들과의 만남은 정말 행복했습니다”며 대구 행사의 소회를 밝혔다.

연극배우 박정자는 1962년 연극 ‘페드라’를 시작으로 ‘피의 결혼’, ‘위기의 여자’, ‘에쿠우스’, ‘신의 아그네스’ 등 140여 편의 연극에 출연하며, 무대와 객석을 집어삼킬 듯한 고압적이고 강렬한 광채로 박정자 만의 색을 만들어왔다.

그녀가 대한민국 연극의 대모로 존경받는 배경에는 그녀가 지난 50년 동안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무대를 만들어온 대 기록도 한몫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오직 연극 앓이로 50년을 투신해 온 한 배우의 기록이자, 대한민국의 생생한 연극사가 담긴 전시다.

직접 만난 그녀는 여전히 현재진행형 배우였다. 이번 전시는 그런 그녀를 담고 있다. 그녀는 “이 전시는 나의 지난 50년을 회고하기 위한 전시가 아닙니다. 과거는 현재를 이어주고 현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과거 자체로는 의미가 없지요. 저는 이 전시에서 과거의 저와 현재의 저를 연결하며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저를 보여드려고 합니다”고 했다.

전시와 함께 지난 23일 진행된 그녀의 무대에서는 연극 ‘10그리고80’ & ‘이멜다 마르코스의 항변’이 낭독 형식으로 펼쳐졌다. “연극은 무대를 옮겨야 하는 공간적인 제약이 많지만 낭독은 무대 이동이 쉽고, 무엇보다 관객들이 더 집중할 수 있고, 더 많은 상상력을 일깨우기도 하는 연극과는 또 다른 맛이 있지요.”

직접 만난 71세의 그녀는 71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여전히 무대의 주인공으로 카리스마를 뽐내고 있었고, 여전히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전사였다. 눈가 깊게 패인 주름은 아름다웠고, 얼굴은 생기로 가득했다. 나이 들수록 초라해지기보다 간결한 멋이 더해지는 그런 배우였다.

공연 후 전시장으로 옮긴 그녀는 자신을 보러 온 팬들에게 일일이 사인을 하고, 사진을 함께 찍으며 정겨운 담소를 나누는 등 따뜻함을 보여줬다. 하루 2번의 공연으로 지칠 법도 한데 팬들과의 시간에 소녀처럼 즐거워하는 그녀에게 팬은 어떤 의미인지 궁금했다.

“관객들은 나를 무대에 서게 하는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지요. 내 무대를 바라봐 주는 관객이 없었다면 나는 벌써 지쳐서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겁니다. 관객들은 내 무대를 완성시키는 중요한 존재이며 내 존재감을 만들어 주는 소중한 벗이기도 하지요.”

배우 박정자가 없는 무대, 무대에 서지 않는 박정자는 상상하기 힘들 만큼 그녀는 우리나라 연극계의 특별한 존재다. 여전히 젊은 후배들보다 더 먼저 도전하고 성취하는 열정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그녀는 “쉼없는 도전으로 쉼표 없는 악보로 남겠다”는 약속을 뒤로 하고 이날 대구 관객들과의 만남을 마무리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 연극을 선택한 것이지요. 그어떤 것보다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앞으로도 나한테 주어진 연극배우의 역할과 프로듀서로서의 생각으로 관객들에게 새롭고 다양한 모습을 선사하며 힘이 있는 한 무대를 지킬 것입니다.” 전시는 오는 30일까지 봉산문화회관 제3전시실. (053)661-3081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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