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 받는 아줌마 처절한 복수 시작
무시 받는 아줌마 처절한 복수 시작
  • 승인 2013.04.02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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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공정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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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설계사인 ‘아줌마’(장영남·사진)는 초등학생 딸이 유괴범에게 성폭행당하자 직접 범인을 찾아 나선다. 별거 중인 치과의사 남편(배성우)과 경찰에 범인을 잡아 달라고 호소했지만 돌아오는 건 무시와 냉대, 방치뿐이었다.

딸이 기억하는 어린이집과 슈퍼마켓, 아파트의 특징을 적은 메모지 한 장 달랑 들고 40일 동안 수도권 일대를 뒤진 끝에 드디어 범인과 마주한다.

영화 ‘공정사회’는 우리 사회가 ‘아줌마’로 상징되는 이 땅의 여성들을 보는 시각과 사회적 약자인 그들이 일상에서 겪어야 하는 고통과 아픔, 부조리를 그렸다.

“아줌마, 당신 딸이 강간당했다는 증거 있어?”, “아줌마가 나서서 뭐해? 애나 잘 봐!”

‘아줌마’란 말에는 무시와 경멸받는 현실이 오롯이 담겼지만 사실 그 속에는 어머니와 여성의 강인함, 질긴 생명력이 숨어 있다. 이 영화는 영어판 제목도 ‘AZOOMA’로 달 정도로 철저하게 여성에 관한 내용이지만 공정하지 못한 한국 사회의 구석구석도 비춘다.

보험 가입을 권유하는 아줌마에게 끈적끈적한 눈길을 보내는 고객은 우리의 자화상이다. 가출신고를 받는 경찰관의 얼굴은 집 나간 강아지를 찾아 달라는 주인을 바라보듯 따분함과 졸음이 가득하다. 모든 일엔 순서와 절차가 있다면서 뒷구멍으로 뇌물을 챙기는 형사에게선 법과 원칙을 내세우며 온갖 탈법과 추태를 일삼는 권력층의 모습이 내비친다.

성폭행 피해자 조사 때 번갈아 가며 똑같은 내용을 몇 번씩이나 되풀이하고, 피의자를 심문하듯 속사포 질문으로 추궁해댄다. 심지어 떠올리기조차 싫은 상황까지 꼬치꼬치 캐물어 가까스로 사그라든 수치심과 공포를 일깨운다.

집회와 시위 현장에 어김없이 나타나는 공권력은 정작 일선 치안 현장에서는 부실함 그 자체이거나 아예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 아줌마가 택한 것이 흥신소와 사적 복수.

독립영화 방식으로 제작된 이 작품은 요즘 한국영화 평균 제작비의 10분의 1인 5천만원밖에 들이지 않았고, 배우들도 재능기부로 출연했다. 촬영도 9회로 모두 끝냈다. 꼼꼼한 사전 기획과 집중력 없이는 힘든 일이었다. 장소별, 시간별로 시나리오를 준비해 하루에 한 곳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을 한꺼번에 찍었다.

소형 HD카메라 두 대로 촬영했고, 장비 세팅 시간을 줄이려고 조명기기를 안 쓰는 노라이트 형식을 택했다.

이 작품은 2012년 코스타리카국제영화제 최우수장편영화작품상, 네바다국제영화제 플래티넘어워드, 2013년 벨로이트국제영화제 최우수작품상을 받았다. 곧 열리는 미국 달라스영화제 장편경쟁 7편 중에 아시아 영화로는 유일한 초청작이다. 그동안 주로 프로듀서와 제작을 맡았던 이지승 감독의 연출 데뷔작이자 장영남의 첫 주연작이기도 하다.

4월18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상영시간 75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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