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이 된 그녀의 코믹 연기·화려한 고음
인형이 된 그녀의 코믹 연기·화려한 고음
  • 황인옥
  • 승인 2013.04.21 10:5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객들 감동의 도가니…박수 갈채 쏟아져

세계적 소프라노 캐슬린 김 대구 첫 무대 ‘성공적’
/news/photo/first/201304/img_95431_1.jpg"캐슬린김/news/photo/first/201304/img_95431_1.jpg"
지난 19일 저녁 7시 30분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에 화려한 조명이 켜지자 강렬한 빨간 드레스 차림의 캐슬린 김(사진)이 등장해 첫 곡으로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 중 로지나의 아리아 ‘방금 들린 그대 목소리’를 노래하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오스트리아 빈 국립 오페라하우스와 함께 세계 3대 오페라극장으로 꼽히는 뉴욕 메트로폴리탄의 주역인 캐슬린 김의 경쾌한 몸짓와 음색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맛보는 짜릿한 순간이었다. 캐슬린 김은 여성 소프라노에서도 가장 화려한 기교로 가장 높은 음역을 기술적으로 구사하는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창법을 구사하는 차세대 성악가다.

대구 무대가 그녀의 국내 첫 데뷔 무대 중에서도 첫 지역의 공연인 만큼 캐슬린 김도 떨리는 무대였고, 미지의 세계인 캐슬린 김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로 출렁였던 객석에도 그녀의 떨림은 고스란히 전달됐다. 빨간 드레스 차림의 강렬한 모습으로 그녀가 등장하자 객석에서 탄성이 흘러 나왔고, 드레스만큼이나 열정적인 그녀의 첫 곡이 끝나자 약간은 상기된 박수와 함성이 무대를 휘감았다.

하지만 아직은 관망하는 듯 한 분위기. 이어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 중 로지나와 피가로의 이중창 ‘그건 바로 나 잖아요’와 돈 지오반니 중 돈 지오반이와 체를리나의 이중창 ‘그대 손을 주오’가 바리톤 조셉 립과의 이중창이 펼쳐지자 객석은 서서히 캐슬린 김의 음악적 마술 세계로 빠져드는 듯 달아올랐다.

그녀의 하이라이트는 1부 후반부 곡인 하프만의 이야기 중 올림피아의 아리아 ‘인형의 노래’에서였다. 인형으로 빙의 된 듯한 코믹하고 유머스러운 연기와 고음에서 더욱 빛을 발한 그녀의 화려하면서도 밝고 경쾌한 음색의 완벽한 조화는 어디에서도 맛보지 못한 감동 그 이상의 감동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 역할 좀 해 보는 게 소원”이라고 말하는 그녀의 푸념 아닌 푸념이 말해 주듯 ‘인형의 노래’는 그녀가 맡아 온 독특한 배역 중에서도 그녀에게 가장 익숙한 배역이었던 것. 곡이 최고조의 고음으로 마무리 되자 객석에는 폭풍 세레머니가 쏟아져 나왔고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는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인형의 노래’하면 캐슬린 김 이외는 누구도 떠올릴 수 없게 만드는 깊은 각인의 순간이었다.

15분 휴식 후 람메르무어의 푸치아 중 아리아 ‘주위는 고효한 침묵 속에 잠기고’, ‘광란의 장면’로 2부 무대가 모두 마무리되자 객석에는 앵콜 요청이 끊이지 않았고 그녀는 연달아 3곡의 앵콜곡을 소화하며 고국 데뷔 무대의 첫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26일 의정부예술의전당, 28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의 그녀의 무대도 다시 보고 싶을 만큼 이날의 그녀는 별처럼 빛나 보였다. 이날 공연에는 그녀의 고교 동창인 성시연의 지휘와 대구시립교향악단의 연주가 편안함을 더했다.

캐슬린 김은 서울예고 2학년 재학 중 미국으로 건너가 맨해튼 음대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2007년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에서 바르바리나 역으로 한국인으로는 홍혜경, 조수미, 신영옥에 이어 네 번째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 데뷔했다. 현재 그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주역 가수이면서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떠오르는 차세대 성악가다.

이날 공연을 본 성악을 공부한다는 황소원(대곡중·3)양은 “캐슬린 김은 곡을 아름답고 밝게 표현하는 능력이 뛰어나 보인다”며 “나도 어렵지만 열심히 꿈을 키우고 노력해서 캐슬린 같은 훌륭한 성악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고, 오페라를 즐긴다는 직장인 정태균(45)씨는 “조수미 이후로 대단하고 훌륭한 무대였다. 그녀의 무대를 자주 보고 싶다”며 감동을 남겼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