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김영란법’ 얼어붙은 관가
‘무서운 김영란법’ 얼어붙은 관가
  • 김종현
  • 승인 2016.09.0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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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명절선물 30% 이상 줄여
공직자에 보내오는
선물 꾸러미도 실종
택배거부
김영란법 시행 이전인 이번 추석부터 선물을 주고받지 않는 풍토가 형성돼 김영란법의 위력이 드러나고 있다. 사진은 선물을 일절 받지 않겠다는 가구의 동과 호수를 게시한 대구 동구 모 아파트 경비실.
오는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시행을 앞두고 관가에서 관례대로 해오던 추석 선물을 대폭 줄이면서 일반인들이 공직자들에게 주던 선물도 거의 자취를 감춰 법 시행을 하기도 전에 성과를 거두는 모양새다.

대구시 관계자는 평소 기관장 등에게 돌리던 추석 선물을 올해는 30%이상 줄여 대상자를 축소하고 금액도 과거 공직자 윤리법 규정에 따라 10만원까지 하던 것을 5만원 이하로 낮추고 있다고 7일 밝혔다.

이 관계자는 “선물을 전하려고 해도 받는 측에서 부담을 느낄 수 있어서 반드시 보내야 할 곳에는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하고 보내고 있다”며 “추석 명절 근무자 등 필요한 곳에 시장 명의의 선물을 보내는 것은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법이 시행되지 않았지만 감사원 등 정부에서 공직자들을 상대로 이번 추석부터 실태조사에 나서면서 공직자들이 선물을 주고 받는데 부담을 갖고 있다.

특히 김영란법의 세부 시행 규정 마련이 늦어진데다 상황별로 법 해석이 다를 수 있어 어떤 경우가 법 위반이 될지 사실상 아는 사람이 드문 상태이기 때문에 더욱 몸조심을 하는 형국이다.

과거 설이나 추석 명절이 되면 대구시청에는 기업체 등에서 공직자들에게 보내는 선물 꾸러미를 곳곳에서 볼 수 있었지만 이번 추석에는 선물을 들고 오는 사람을 청사내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대구시청의 한 공무원은 “지난해부터 명절 선물이 줄어드는 것 같았는데 올해는 아예 구경조차 할 수 없다”며 “공직생활 중에 이렇게 한산한 추석을 맞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대구시뿐만 아니라 시의회, 각 구청과 대학 등도 출입기자, 유관기관 등에 해오던 명절 선물을 완전히 없애다 시피했다. 공무원들은 선물비용 마련을 위해 애를 먹은 것은 사실이라며 “공직자들이 받지도 않고 불필요한 지출도 하지 않아 선물 걱정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고 실토하고 있다.

아파트 단지의 경우 공직자 등이 살던 동에서는 택배물품이 가득 쌓여 주민들이 택배의 주인이 누구인지 궁금해 하는 일도 있었으나 올해는 이런 광경도 완전히 사라졌고 일부 가정에서는 택배를 받지 않는다는 안내글까지 관리실 앞에 써붙이기도 해 김영란법이 명절 풍속도를 완전히 바꾸고 있다.

시민들은 김영란법이 시행도 하기 전에 행정기관에서 관례적으로 해오던 선물이 사라진 것 같아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사회의 허례허식과 불필요한 세금 낭비를 줄일 수 있을 것 같다며 반기고 있다.

한편 권영진 대구시장은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연일 청렴 행정을 강조하고 있는데 7일 열린 정례조회에서 직원들에게 법규의 준수 및 적극 행정 실천을 당부했다.

권 시장은 “일부에서 청탁금지법 시행에 대해 의문을 표하고 있지만, 국가 청렴도가 OECD 회원국 34개국 중 27위에 머무르는 등 우리 사회에 아직 관행이라는 명목으로 불법 행위가 일상화돼 있기 때문에 법이 마련된 만큼, 법 정신과 제정 취지를 존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청탁금지법 시행이 민원인이나 시민들을 만나주지도 않고, 이야기를 들어주지도 않는 등 소극 행정으로 이어져서는 안 되며, 접수된 민원도 절차에 따라 정상적으로 처리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대구시는 반부패·청렴을 생활화하고 깨끗한 공직사회를 조성하기 위해 8일 오후 3시, 문화예술회관 팔공홀에서 1천여 명의 공직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청렴실천결의대회를 개최한다.

결의대회에서는 알선·청탁 등 불합리한 관행 타파, 부패의 근원적 차단 등 5개 항목의 청렴실천 결의문을 공직자 대표 2명이 낭독하면서 실천을 다짐하고, 결의문을 대구시 김승수 행정부시장에게 전달한다.

결의대회에 앞서 국민권익위원회 이용범 조사관의 공직자가 겪는 다양한 고질(악성)민원의 사례별 대처방법에 대한 특강도 진행될 예정이다.

김종현기자 oplm@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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