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언니따라 호기심서 시작 함께 눈물 삼키며 메달 꿈 키워
친구·언니따라 호기심서 시작 함께 눈물 삼키며 메달 꿈 키워
  • 남승렬
  • 승인 2018.02.25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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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킴’의 컬링 입문기
고1 김은정 권유로 영미 동참
경애·선영 합류 ‘4인 체제’
졸업 후 실업팀까지 이어져
소치 대표 불발 후 절치부심
기적의 컬링 영웅 ‘팀킴’의 은메달 획득 스토리는 그야말로 ‘명랑만화’를 보여주는 듯 했다. 평범한 10대 청소년들이 세계적 컬링 선수로 거듭난 과정은 명랑만화 속 주인공들의 스토리와 닮아도 너무 닮았다.

인구 5만3천여명의 시골 마을에서 시작된 ‘방과 후 활동’이 아시아 국가 최초의 메달 획득으로까지 이어지자 이들의 ‘컬링 입문기’가 주목받고 있다.

경북 의성여고 1학년 시절의 김은정은 체육시간에 ‘체험 활동’으로 의성에 새로 생긴 컬링장에서 컬링을 처음 접했다. 잠깐의 경험이었지만 김은정은 컬링에 매료됐다.

이후 김은정은 방과 후 활동 수업 중 하나로 컬링 종목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김은정은 주저 없이 컬링팀에 들어갔다. 하지만 조건이 있었다. 선생님께서 ‘한 명을 더 데리고 오라’고 한 것이다. 컬링을 너무 하고 싶었던 김은정은 단짝인 김영미에게 쪽지로 “같이 할래?”라고 권유했다. 김영미는 “그래”라고 답하며 김은정을 따라 컬링을 시작했다. 은정·영미 조합이 탄생되는 순간이었다.

김영미에게는 세 살 터울 동생 김경애가 있었다. 김경애가 컬링을 하게 된 계기도 명랑만화 그 자체다. 언니 김영미가 컬링을 시작한 지 몇 개월 후 스포츠클럽 대회에 나갔는데 준비물을 집에 두고 왔다. 김영미는 동생 김경애에게 물건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

언니의 경기 모습을 본 김경애도 컬링의 매력에 매료됐다. 컬링을 하고 싶다고 선생님께 말했더니, 때마침 여자 중등부 창단을 계획 중이던 선생님은 “세 명을 더 데려 오라”고 했다.

◇칠판에 적힌 ‘같이 컬링할 사람’

김경애는 컬링을 같이 할 친구들을 모았다. 의성여중 3개 반을 돌며 각 반 칠판에 ‘컬링할 사람’을 적어 모집활동을 했다. 손을 내민 이는 친구인 김선영이었다. 김은정, 김영미, 김경애, 김선영으로 이뤄진 ‘컬링 운명체’는 이렇게 탄생했다.

이들은 학교 수업이 마치면 곧장 의성컬링훈련원으로 달려갔다. 이번 동계올림픽 은메달 획득의 산실 역할을 했던 곳으로 2006년 생긴 한국 최초·유일의 컬링전용경기장이다.

김은정, 김영미, 김경애, 김선영은 방과 후가 아닌 졸업 후에도 끝까지 컬링을 놓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지역 실업팀인 경북체육회에 들어가 전문 선수가 됐다.

팀킴 가운데 컬링의 최초 전파자인 김은정은 국가대표 여자컬링 대표팀의 주장인 스킵이 됐고, 김영미는 가장 먼저 스톤을 던지는 리드가 됐다. 김경애는 팀의 살림꾼인 바이스스킵 겸 서드를 맡았고, 김선영은 작전 수행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세컨드가 됐다. 이들은 아파트에서 합숙하며 올림픽 메달의 꿈을 키웠다.



◇명랑만화 같은 감동 스토리…4년 뒤도 기대

시련도 있었다. 4년 전인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 당시 마지막 경기에서 패해 태극마크를 놓친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절치부심 4년의 시간동안 맹훈련하며 2018 평창동계올림픽만을 기다렸다.

새 식구도 맞았다. 고교 최고 유망주인 경기도 송현고 출신 김초희가 경북체육회에 새로 입단했다. 김초희의 가세로 팀킴은 완전체가 됐다.

그리고 마침내 올해 평창동계올림픽. 팀킴은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떨쳐내며 컬링 동계올림픽 사상 첫 메달을 한국에 안겼다. 10대 시절 처음 가슴에 품은 컬링 올림픽 메달의 꿈은 ‘은빛 엔딩’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팀킴은 이제 4년 뒤 베이징동계올림픽을 겨냥하고 끝나지 않는 명랑만화 감동의 스토리를 이어가고 있다.

남승렬기자 pdnamsy@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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