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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음악.미술

성매매촌, 어떻게 기억하고 변화시킬 것인가

기사전송 2017-11-09, 22: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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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자갈마당 아트스페이스’ 개관展
기존 영업소 전시공간 탈바꿈
유리방 등 특수성 가진 공간 보존
작가 8명, 비디오·설치 통해 질문
정혜련1
정혜련 작 ‘예상의 경계’


도원동 성매매집결지, 속칭 ‘자갈마당’에 들어서자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밤 시간대 에 활기가 넘치는 이 공간의 특수성 때문이어서 그런지 낮에는 사람의 그림자를 보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설상가상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어 햇빛마저 충분하지 않아 어둠의 공간처럼 다가왔다.

자갈마당은 100년 이상의 삶의 흔적과 기억이 축적된 공간이다. 이곳에서의 삶은 가난과 생존, 정치와 경제, 여성 인권, 지역 개발 등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있다. 최근 자갈마당 주변에 1천2백여 호에 이르는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새로운 상황을 맞고 있다. 성매매집결지인 자갈마당 중심부에 전시공간 ‘자갈마당 아트스페이스’가 개관한 것은 자갈마당 변화의 신호탄이다.

(재)대구중구도심재생문화재단(이사장 대구중구청장 윤순영)이 운영하는 ‘자갈마당 아트스페이스’는 국내 최초로 도심 내 성매매 집결지에 개관한 전시공간이다. 개관은 지난달 18일에 했다. 전시공간은 자갈마당 중심부(북성로3길68-5)에 위치한 건물(지상 3층, 441.78㎡)이며, 과거 성매매 영업이 이루어졌던 장소다.

이 공간은 지난 2월부터 8월까지 대구시 중구에서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했으며, 성매매 장소의 특수성이 남아있는 1층의 유리방과 3층의 작은 방들은 과거 상태로 그대로 보존하고 일부를 작품 설치가 가능한 전시공간으로 조성했다.

개관전은 ‘기억정원 .자갈마당’이라는 제목으로 2018년 3월 18일까지 열리고 있다. 전시에는 ‘자갈마당’을 어떻게 기억하고 변화시켜야할지를 질문하는, 100년의 삶이 담긴 장소를 깨끗이 지워버리기 전에 과거와 미래를 잇는 창조적 기억의 정원으로서 ‘자갈마당’을 기록할 수 있기를 희망하는 의미가 담겼다. 참여작가는 김구림, 김영진, 김승영, 배종헌, 이기칠, 이명미, 임창민, 정혜련 등 8명이다.

이명미Office-1
이명미 작 ‘Office’.


김구림은 ‘1/24초의 의미(1969)’, ‘문명, 여자, 돈(1969~2016)’, ‘음과 양(2012)’등 3편의 비디오 영상을 걸었다. 한국 최초의 실험영화 ‘1/24초의 의미’와 일자리를 찾아 상경한 시골 아가씨의 하루 일과를 소재로 1969년에 영화촬영을 시작했으나 촬영도중에 주연 여배우가 사라지면서 중단되었다가 2016년에 완성한 영화 ‘문명, 여자, 돈’ 등은 1960년대의 사회상을 반영하는 작가의 현실인식과 실험적 태도를 담고 있다. ‘음과 양’은 인류의 숨 가쁜 삶의 흔적을 여러 장면의 영상으로 겹쳐 당대의 시대상을 반영한 비디오 작업이다.

배종헌은 ‘흉내내기’와 ‘기록’이라는 방식으로 동시대 미술의 장소 특정성을 실천하는 작가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자갈마당을 유물 발굴 현장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생생하게 해석하고 있다.

설치작품 ‘슬픔’과 그 우측 전시실에서 상영되는 싱글채널 비디오 ‘자화상’은 김승영의 기억정원 설계다. 자신에게 소중하게 느꼈던 공간이 다른 이에게 지워질 대상으로 여겨지는 현실에 슬픔을 느끼며, 한 사건에 대하여 사람들의 시각이 얼마나 다른지를 실감하고 이러한 상황들을 기억하려는 질문을 던진다.

김영진-자갈마당에
김영진 작 ‘자갈마당에 자갈이 없다’


김영진은 서서히 부풀어 오르는 확장과 수축을 반복하는, 천장 구멍을 통과해 2층으로부터 내려온 거대한 버섯 형태의 천풍선과 자갈을 배경으로 ‘자갈마당’을 상기하는 글씨를 출품했다.

이기칠은 4개의 책상 위에 MDF판재 모듈을 이용해 ‘공간연습’ 8점을 질서정연하게 배치한 설치작품과 비디오 ‘골드베르크 변주곡 연습’을 내놓았다. 또한 2층 우측 편으로 나란히 연결된 이명미의 3개의 방은 놀이와 희화적 은유로 해석할 수 있는 강렬한 원색의 즉흥적인 드로잉 작업으로 기억정원을 설계했다.

임창민은 3개의 LED모니터 작업으로 움직이는 시(詩)적 공간을 호출한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상상력을 통한 외부와 내부의 진정한 통합이라는 창조적 기억을 통해 본질적인 머물기를 시도한다.

정혜련은 과거 성매매가 이루어지던 방을 그대로 보존한 3층의 실내 복도를 따라 금호강 물줄기를 닮은 광확산 폴리카보네이트의 LED 불빛이 흐르고, 그 불빛이 다시 바깥 난간으로 이어지고 건물 밖으로 돌출해나가면서 더 굵게 솟아 둥글게 휘감겨지는 물줄기 형태의 설치작업 ‘예상의 경계(A line of projection)’로 강렬한 변화의 흐름을 시각화하고 있다. 053-421-0037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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