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인간의 마음을 치유하다
그림으로 인간의 마음을 치유하다
  • 황인옥
  • 승인 2017.06.14 15:2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양화가 곽병우 개인전…30일까지 작품 갤러리
상처·마음·치유에 집중
골판지·촛농 등 오브제 활용
강렬한 색감으로 주제 시각화
초현실적·철학적 회화 특징
20170613_144836
“‘상처’와 ‘마음’, ‘치유’를 작품의 주제로 삼는다”는 곽병우의 전시가 작품 갤러리에서 30일까지 열리고 있다.
“미술을 치료에 적용하기도 하지만, 그리기 자체도 치료의 범주에 속한다. 미술치료는 이 두 개념을 포괄한다.”

서양화가 곽병우에게는 타이틀이 하나 더 붙는다. 미술치료학 박사를 수료하고 조선대학교 디자인대학원에서 칼라테라피를 가르치고, 법무부 교정위원 전담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그림에 장식성보다 치유, 상업성보다 숭고함이라는 또 다른 가치를 부여한다.

‘감동’에 ‘치유’라는 목적 하나를 더 얹어 그림을 그리는 곽병우. 그가 바라보는 대상은 언제나 ‘상처받은 마음’이다. 작품 갤러리 초대전의 주제도 ‘마음’이다.

그가 상처받은 마음을 시각화하는 매개는 골판지나 끈, 촛농, 청바지 천 등의 다양한 오브제. 대개 ‘버려진 것들’이다. 그 자체로 ‘상처’인 것들이다. 이 오브제들이 때로는 중심으로, 어느 때는 주변으로 개입되며 상처의 치유 가능성을 타진한다.

오브제 외에도 화려한 오방색도 ‘상처’를 드러내는 기제다. 오방색의 바탕색 위에 촛농을 떨어트려 말린 후 칼로 뜯어내는 등의 방식으로 ‘상처’와 ‘치유’를 시각화한다.

“하나의 평면에서 오브제는 생뚱맞을 수 있다. 그렇더라도 아름다운 것과 추한 것이 함께 공존해야 한다. 부조화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그것이 조화다. 나와 타자가 서로 맞지 않지만 조화를 이뤄 살아가야 하는 우리처럼 말이다.”

상처를 외면하기보다 직시하고 평면 위에서 치유 가능성을 시도하는 곽병우다. 그가 ‘치유’를 위해 평면 위에서 펼쳐내는 감성은 오리엔탈리즘이다. 대학에서 불교미술을 전공한 배경이 있었다. 일단 색부터 동양적이다.

주술적인 의미가 강한 오방색을 쓴다. 여기에 연꽃 등의 꽃과 산 등을 오리엔탈적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구상과 강렬한 색이 주도하는 비구상을 혼재하기도 한다. 오리엔탈리즘이 대개 그렇듯 그의 그림 또한 초현실성이 지배한다.

“꽃은 나에 대한 표현이다. 목표에 도달하고 싶은 인간의 욕망과 그로 인해 받게 되는 상처다. 비구상도 인고의 고통을 감내하는 인간의 혼탁한 삶을 드러낸다. 그 모두가 향하는 지점은 ‘마음’이다. ‘마음’이야말로 동양철학의 핵심이다. 마음이니 초현실적일 수밖에…”

국내에 미술치료가 보급된 역사는 짧다. 어림잡아 30여년이 고작이다. 곽병우는 대학에서 불교미술, 그중에서도 불화를 전공하고 미술치료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이전인 초창기에 미술치료학으로 전향했다. 불화를 공부하면서 ‘마음’으로 공부의 주제가 옮아갔다. 그러면서 그림에도 ‘치료’ 개념이 적극 개입됐다.

“인간의 삶은 희로애락이라는 감정의 무덤이다. 그 안에서 상처는 일상이 된다. 이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감정들을 소통하고 조화가 돼야 한다. 그림은 상처치유를 위한 효율적인 도구이며, 그것이 미술치료의 시작이다.”

미술치료라고 하지만 정작 미술전공자는 드물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교육, 심리, 복지, 유아교육 전공자가 절대다수다. 이러한 환경에서 그는 책임의식을 느낀다고 했다. 그래서 정신분석과 심리치료 등의 의학분야까지 다양하게 공부하며 미술치료에 다양한 학문과의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그의 그림은 그 모든 장르를 하나로 수렴하는 시각적 장이다.

“내 그림은 구상이든 비구상이든 모두가 상상화다. 그 상상은 인간의 이야기, 인간의 마음으로부터 시작되고, 살아가면서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상처를 치유하고자 하는 기원적인 마음이 들어간다. 샤머니즘과 토테미즘적인 요소가 있지만 현대인과 소통하기 위해 꽃이나 도시, 산 등의 현대적인 이미지를 차용한다. 그렇더라도 핵심은 ‘상처’와 ‘마음’, ‘치유’다.” 전시는 30일까지. 053-425-9900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