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출원 5개 중 4개 등록 완료
디자이너와 손 잡고 수출도 성공
글로벌 명품 브랜드 만들기 노력
대구경북 섬유산업은 1970년대 부흥기를 지나 최근 찬바람이 불고 있다. 하지만 최근 면직물 업체 ‘원단총각’ 이준식(32) 대표가 텍스타일(textile) 디자인을 중심으로 한 패턴 디자인을 개발해 일본 수출에 성공했다. 미래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신소재가 아닌 원단의 기초 작업부터 시작, 차별화된 젊은 감각으로 섬유 스타트업의 불씨를 당기고 있다. 현재 사막 여우와 팬더곰 등 5가지 디자인 특허를 출원, 4개는 이미 등록됐다.
이 대표는 “대구 섬유시장이 레드오션, 아예 죽은 시장이라고 말하지만 여전히 섬유의 중심지는 대구경북”이라며 “패션 관련 전공이 아닌 제가 첫 해외 수출을 이뤄낸 것도 대구경북의 파생된 섬유 시장을 활용하면서 신진 텍스타일 디자이너와 손 잡고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꾸준히 해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른에 섬유산업에 뛰어든 이 대표는 국제관광학과 전공한 뒤 대기업 등에서 2년 넘게 직장 생활도 했었다. 그는 “어머니께서 혼자 작은 원단 업체를 운영해오면서 언젠가는 이 업체를 제가 물려받아야 겠다고 생각했다”며 “좀 더 어린 나이에 빨리 뛰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업체를 운영한 지 2년 만에 업체 규모는 배 이상 커졌다. 최근에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서문시장 2지구 3층에 위치한 ‘원단총각’은 원단을 도소매 형태로 팔지만, 서문시장 대신지하상가에 또다른 매장을 구해 커튼이나 쿠션 등의 홈라이프 스타일에 맞춘 ‘쇼룸’을 만들었다. 예쁜 원단을 사가고도 어떤 패턴에 맞춰 어떤 제품을 만들어야 되는지 감이 잡히지 않은 소비자들을 위해서다. 때마침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홈패션 트렌드가 자리잡히자 직접 집에 방문해 필요한 제품을 견적내주는 ‘찾아가는 서비스’도 진행 중이다. 원단부터 패턴, 제품 디자인, 봉제까지해도 SPA 등 브랜드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이 대표는 한국판 마리메꼬를 꿈꾼다. 마리메꼬(MARIMEKKO)는 핀란드 라이프스타일 패션브랜드다. 이 대표는 “30년 전에 시장 가치가 죽어버린 마리메꼬의 경우 창업주의 끈끈한 디자인 신념으로 상품 수를 줄이지 않고 계속 이어갔다. 결국엔 유니크한 패턴 디자인이 전세계 상위 10%의 소비자들이 가질 수 있는 글로벌 명품 브랜드가 됐다”며 “대구경북 섬유산업도 이같은 사례를 통해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작은 나비의 날개짓이 큰 파장을 불러올 것이라 믿는다. 그는 “신진 디자이너와의 콜라보, 맞춤형 봉제 등의 사업을 바탕으로 한 사업 구조는 나아가 지역 인재 유출을 막고 지속적인 내수·기술 활성화, 좋은 제품화까지 이어진다”며 “앞으로도 더 전투적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웃었다.
김지홍기자 kjh@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