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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달구벌아침

개개비는 당하기만 할까 - 공동지를 구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기사전송 2016-12-21, 21:4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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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知’와 ‘智’는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요?

필자는 어린 시절 천자문(千字文)을 배울 때에 이 둘의 차이가 몹시 궁금하였습니다. 왜냐하면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다른 모양인데 읽을 때에는 똑같이 ‘알 지’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뒤에 옥편(玉篇)을 찾아보니 ‘知’는 ‘화살 시(矢)’부의 글자이고, ‘智’는 ‘날 일(日)’부의 글자로 나와 있었습니다.

그러니 기본 출발부터 다른 글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智’는 ‘知’가 발전 된 글자로 보이니 또 한편으로 그 출발이 전혀 다르다고 할 수도 없을 것 같았습니다.

일반적으로 ‘知’는 ‘마음속에 들어오면 입(口)으로 표현되는 것은 화살(矢)처럼 빠르다’는 것으로 보아 ‘안다’의 뜻이 강하고, ‘智’는 ‘나날이(日) 아는(知) 것이 늘어나 지혜가 늘어난다’는 것으로 보아 ‘슬기’, ‘지혜’의 뜻이 더 강하지 않을까 합니다.

누구에게나 아는 것(知)이 중요하지만 이를 활용하는 지혜(智)는 더 중요한 것입니다. 그리하여 ‘知’를 발전시켜 ‘智’를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합니다.

지금까지는 뻐꾸기가 개개비 둥지에 알을 낳고 도망을 가면 개개비는 아무 것도 모르는 채 자기보다 몸집이 훨씬 더 큰 뻐꾸기 새끼를 키워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러면 뻐꾸기 새끼는 주인의 새끼를 무참히 둥지 밖으로 밀어내고 자기만 먹이를 독차지하는 이른바 탁란(托卵)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개개비들도 나름대로 이에 대처하기 위해 서로 힘을 모으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합니다. 즉 뻐꾸기가 접근하면 개개비들이 떼를 지어 공격한다는 사실이 관찰된 것입니다.

뻐꾸기와 개개비는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오랜 진화 과정에서 일종의 ‘군사 경쟁’을 해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뻐꾸기는 개개비를 잡아먹는 새매(sparrow hawk)와 비슷한 생김새로 자신의 모습을 바꿈으로 해서 개개비의 방어 의지를 꺾어 왔고, 개개비들은 뻐꾸기 알을 골라내는 방법을 터득해 낯선 알을 둥지 밖으로 밀어내버렸습니다.

그러자 뻐꾸기는 자신의 알을 개개비의 알과 비슷하게 만들어 개개비의 둥지에 몰래 낳았습니다. 이렇게 되자 개개비는 새로운 전략을 세워야 했습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데이비스 교수와 웰버겐 박사 연구팀은 개개비 입장에서 보았을 때에 가장 효율적인 대처 방안은 처음부터 뻐꾸기가 둥지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보고 개개비들의 행동을 관찰했습니다.

이를 위해 개개비 둥지 근처에 모형 뻐꾸기를 놓아두었습니다.

그 결과 개개비들이 모형 뻐꾸기를 보고 일제히 몰려들어 공격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떼 지어 뻐꾸기에 대항하는 개개비의 둥지에는 다른 둥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뻐꾸기의 알이 적었다고 합니다. 즉 공격이 최선의 방어인 셈이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개개비들의 공격이 무차별로 이루어지지는 않았다는 것입니다. 둘레에 다른 뻐꾸기가 많은 경우에는 맹렬하게 공격했지만, 한두 마리이면 그러지 않았다고 합니다.

위험 상황도 아닌데 괜한 소란으로 가만있던 다른 포식자의 주목을 불러일으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연구진은 개개비의 이러한 전략을 ‘종심방어전략(縱深, defense-in-depth strategy)’이라고 이름 붙였다고 합니다. 이 전략은 적을 막기 위해 그냥 가로로 죽 늘어서는 것 보다, 중요한 곳에는 이중 삼중으로 방어막을 설치하고 앞부분이 위태로워지면 뒤에 대기하고 있던 병력과 교체하여 이른바 치고 빠지는 집단 방어 전략인 것입니다.

이처럼 세상은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어야 비로소 바르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어느 시대이거나간에 개인의 지식도 중요하지만 보다 건강한 공동의 지혜를 모으는 것이 더욱 요긴한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지식에서 지혜를, 개인지를 공동지로 승화시키는 교육이 필요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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