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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달구벌아침

죽음에 대한 단상(斷想)

기사전송 2016-12-27, 21:5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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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사람향기 라이프 디자인연구소장
필자가 처음 ‘죽음’을 접한 건 아주 어릴 때다. 아마 초등학교 3학년 쯤 되지 않았을까 싶다. 명절이라 모두가 들떠 있던 구정 아침. 웬일인지 들판 위 철길을 신나게 달려가야 할 기차가 들판 한 가운데 멈춰 섰다.

그 광경이 너무 신기해 친구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1Km 떨어진 기찻길로 한달음에 갔던 기억이 난다.

가까이 가서 보니 열차와 자동차간의 사고였다. 그 당시 철길에 안전장치도 없던 시절이라 기차가 오는지 모르고 택시가 철길을 건너다 사고가 났다.

기차에 탔던 사람들 중 3명(내 기억으론 그렇다)이 그 자리에서 즉사를 했다. 늦게 도착한 필자는 수많은 사람들 속을 비집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나의 눈앞에 보인 투명한 비닐 안에 누워있는 피범벅이 된 주검. 처음이었다. 죽은 사람을 보는 것은. 그런데 두렵고 무섭기 보다는 뭔가 모를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어떤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확실한건 두려움은 아니었던 것 같다. 초점 없이 반 뜬 눈으로 누워 있던 그 모습에서 쓸쓸함을 보았던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나는 그날 처음으로 ‘죽음’이라는 것과의 첫 대면을 했다. 그 후로 죽음은 나의 삶에 종종 찾아왔다.

초등학교 5학년 여름방학 어느 날, 3살 많은 한마을에 사는 동네 형이 못(저수지)에서 동생들, 그리고 친구들과 멱을 감다가 그만 세상을 떠나는 일이 발생했다. 못가에 세워둔 작은 고기잡이배를 타고 놀다가 배가 뒤집혀 모두 물에 빠졌고, 모두가 빠져나왔는데 그 형만 빠져 나오지 못하고 그대로 세상과 이별을 하였던 것이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필자도 그 현장에 함께 있어야 했다. 하지만 그날, 부산에서 고종사촌형님들이 우리 집으로 왔고 필자는 멱을 감으러 가는대신 형님들을 따라 그 옆 더 큰 저수지로 낚시를 갔던 것이다. 친구들은 모두 그날 사고현장에 있었다. 고종사촌형님들을 따라 가지 않았다면 필자도 물론이거니와 두 살 어린 필자의 동생도 함께 그 사건 속에 있었을 것이다. 그 전날 까지만 해도 친구같이 함께 놀았던 동네 형이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 참으로 큰 충격이었다.

그 후로도 필자는 수많은 죽음을 경험하고 살았다. 우리 마을에서 읍내로 가는 길에 4차선 도로가 생기고 수많은 사람이 생명을 잃었다. 마을 사람이 경운기를 몰다가, 리어카를 끌고 4차선 도로를 건너다 목숨을 잃는 일이 발생했다.

자동차 사고는 한 달에 몇 번씩은 일어났던 것 같다. 학교 등교하다가 눈앞에 펼쳐진 교통사고 현장에서 주검을 접하는 횟수가 늘어났다.

몇 해 전 추석 전날 길가에 세워진 오토바이를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어 차를 세우고 가서 확인한 결과 도랑에 빠져 돌아가신 옆 마을 어르신의 죽음도 내가 발견하였다.

일일이 다 적을 수 없는 죽음을 경험하고 살았다. 삶과 죽음의 그 경계,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죽음은 이내 내 삶에 일부분이 되었다.

사실, 우리는 너무 죽음을 터부시 한다. 무서운 이야기고 재수 없는 이야기로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죽음은 우리 삶의 일부다. 사람이 태어나고 죽는 순간 까지를 우리는 ‘삶’이라 한다. 삶과 죽음이 별개가 아니고 하나고 연속선상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죽음은 다른 말로 삶의 완성이라고 할 수 있다.

죽음은 결코 두려운 이야기가 아니다. 언젠가 우리는 그 죽음의 문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이 세상의 진리다. 심리학자 ‘빅터 프랭클’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수많은 죽음과 만나게 되면서 삶에 대해 제대로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죽음이란 공포의 경험을 토대로 실존주의 심리학을 완성하게 된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삶도 두려워한다고 하였다.

죽음, 겁내지도 말고 피하지도 말자. 죽음을 삶의 끝으로 생각하지 말고 삶의 완성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잘 죽기(well dying) 위해서는 잘 살아야(well being)하는 등식이 성립된다. 매 순간을 마지막 순간처럼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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