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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달구벌아침

보수와 진보의 ‘기울어진 운동장’

기사전송 2017-03-14, 21: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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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환 부국장
우리나라 정치권에서는 그동안 보수와 진보간의 경쟁구도를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대변했다. 기울어진 운동장 론은 애초부터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는 상황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는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경기에서 이길 수 없다는데서 유래됐다.

스포츠계에선 스페인의 프리메라리그의 FC 바로셀로나가 기울어진 운동장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세계적인 스타들의 집합소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만큼 전설적인 스타들로 구성되어진 축구클럽이다. 현재도 메시, 수아레스, 네이마르 등 세계최고의 선수들이 총망라돼 있다. 천문학적인 이적료와 고액의 연봉을 지불하고 세계 각국의 최고 국가대표 선수들을 매년 스카우트해서 팀을 구성한다. 이 때문에 바르셀로나와 경기하는 상대팀의 입장에서는 한마디로 불공정하고 많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인식을 갖게 된다. 처음부터 경쟁의 상대가 안 되고 죽어라 노력해도 이기기 어려운 팀이라는 패배의식으로 인한 두려움과 좌절감 등에 의해 경기 전부터 패배에 대한 트라우마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정치권에선 ‘기울어진 운동장론’은 주로 진보진영에서 주장해 왔다. 지역·세대별 유권자 분포 등 한국의 정치지형이 보수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서선 ‘운명이다’에 기술하면서 일반에도 널리 알려졌다.

그는 “대한민국 정치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하는 축구경기와 비슷하다. 보수 세력은 위쪽에, 진보세력은 아래쪽에서 뛴다. 진보세력은 죽을힘을 다해도 골을 넣기 힘들다. 보수 세력은 뻥 축구를 해도 쉽게 골을 넣는다”고 역설했다.

보수는 적당히 해도 정권을 차지할 수 있는데 반해 진보는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논리다.

실제로 우리나라 보수정당의 근거지가 됐던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의 인구는 상대적으로 진보성향이 짙은 호남을 압도했다. 2007년과 2012년 대선에서도 한나라당 이명박,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이 지역의 지지를 토대로 당선됐다. 인구가 고령화되면서 보수성향이 짙은 60대 이상의 유권자들의 영향력이 커진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진보진영 내에서 ‘기울어진 운동장론’이 통설로 굳어지게 된 계기다. 선거연령을 만 18세로 하향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야당에서 꾸준히 제기된 데는 이런 이유도 포함돼 있다. 일부 진보 인사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은 없다. 리더십 부재 등에 대한 변명에 불과하다”고 반론을 제기했지만 호응을 얻어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최근 조기대선 정국에선 정반대의 ‘기울어진 운동장’이 등장하고 있다. 진보진영의 대선 주자들이 지역·세대를 막론하고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는 반면 보수진영은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주)코리아리서치센터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선고 후 지난 11∼12일 이틀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진보진영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29.9%)와 안희정 충남지사(17%), 이재명 성남시장(9%),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8.4%)의 지지율을 합하면 64.3%에 달한다. 반면 보수 측의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 그리고 유승민 바른정당 국회의원은 각각 9.1%와 1.9·1.6%에 불과하다. 정당 지지율도 더불어 민주당(46.4%)과 국민의당(10.7%)은 57.1%, 자유한국당(9.6%)과 바른정당(5.6%)은 15.2%에 그치고 있다.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수치 차이만 있을 뿐 기울어진 운동장의 위쪽을 진보, 아래쪽은 보수가 차지하는 역전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정치권에서는 다가올 대선은 누가 나가더라도 진보진영 후보 간의 대결구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살아 있었더라면 격세지감을 느꼈을 만하다. 그동안 ‘보수 대 진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에 사로잡혀 있는 우리나라 정치구도에 식상한 국민들이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는 생물이고 민심도 이에 맞춰 변화하고 있는 것 같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인용으로 조만간 대선이 치러진다. 국가적인 위기지만, 대한민국을 바로세울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태극기와 촛불로 분열된 국론을 한데 모아 위기를 극복하고 피폐해진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지도자를 뽑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보수와 진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오직 국민만을 바라보고 나라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자질을 갖춘 지도자를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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