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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달구벌아침

일상(日常)이 기적이다

기사전송 2017-07-26, 21: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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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사람향기 라이프디자인연구소장
“잘 지내지?” “네~잘 지냅니다.” “별일 없고?” “네~별 일없습니다.”

누군가 안부를 물어오면 별 일없다고 말 할 수 있는 날이 참 감사하다. 나는 매일 감사일기를 쓴다. 벌써 어제로 1466일이 되었다. 누가 묻는다. 감사일기를 쓴다고 “밥이 생기냐? 그렇다고 떡이 생기냐?”고. 그래 나도 안다. 별 일 안 생긴다는 거. 하지만 감사일기를 쓰기 시작하면서 그 별일 안 생기는, 그 특별한 일 없는 일상이 얼마나 기적 같은지를 알게 되었기 때문에 감사일기를 매일 쓴다고 말하고 싶다. 얼마나 감사한가. 특별한 일 없는 하루가.

어제는 정말 오랜만에 나에게 쉼의 시간을 주었다. 1박2일로 충북보은에 있는 사회복무연수센터에서 사회복무요원들을 대상으로 ‘성격유형검사를 통한 자기이해’라는 강의를 마치고 집으로 내려가려다가 갑자기 바다가 보고 싶었다. 상주 영천 간 고속도로가 얼마 전 개통되면서 충북 보은에서 영덕 가는 길이 우리 집 가는 길과 비슷한 거리가 되었다. 그래서 떠났다. 여행이 그런 거 아니겠나. 그냥 훌쩍 떠나는 거. 그리고 다음날 있을 경북 영양과 청송에서 장애인 인권교육이 있어서 어차피 집에서 이동하면 시간도 많이 걸릴 거라는 핑계를 아내에게 살짝 대긴 했다.

업데이트 안 된 내 차 네비게이션에는 나오지도 않는 새로 생긴 고속도로를 달려 영덕에 도착했다. 대게로 유명한 강구항을 지나 해변을 따라 올라가니 예쁘고 멋진 펜션들이 많이 보였다. 그런데 촌놈이라 그런지 화려한 곳 보다는 작은 바닷가 오래된 시골집에 민박 같은 곳에 숙소를 정하고 싶었다. 그래서 찾아 올라가다가 발견한 오래된 모텔. 전화를 해보니 일박에 3만원이라고 얘기한다. 침대 있나요? 물어보니 자신 있게 “당연 침대 있지요”라고 얘기하신다. 바로 숙소를 잡았다. 작은 어촌마을 항구 바로 앞이라 창 넘어서는 바다가 한눈에 보인다. 누구는 오래된 숙소라 싫어할지 모르나. 촌놈인 나에게는 ‘딱’ 인 그런 곳이다.

옷 갈아입고 저녁식사를 하러 가려고 숙소 사장님한테 식당을 물어보니 바로 옆 건물에 식당이 있다고 거기로 가라고 얘기하신다. 소개 받은 식당은 베트남에서 시집온 여성분과 남편이 운영하는 식당이다. 식당 밖에는 베트남 여성분의 부모님으로 보이는 남녀 두 분이 보이고, 4~5살 되어 보이는 여자애 한 명, 아직 돌 안 된 사내아이도 보인다. 백반정식으로 배도 불리고 방파제에 앉아 있으니 기분이 참 좋다. 해가 저무는 풍경을 바라보고 파도소리, 바람소리 들으며 잘 살아왔다고, 잘 왔다고 나에게 셀프 칭찬을 해주었다.

해가지고 운동도 할 겸 해변 따라 마을을 한 바퀴 돌았다. 어쩌다 지나는 자동차 소리 외에는 정말 평범하고 조용한 시골마을이다. 해변 가 정자에 나와서 얘기 나누시는 할머니들의 웃음소리가 들리고, 낯선 남자가 뚜벅 뚜벅 걸어가니 벤치에 앉아 맥주를 드시던 어르신들이 일제히 나를 쳐다보신다. 가벼운 목례를 하고 바닷가를 걸었다. 개인적으로 난 바다는 낮 보다는 밤이 좋다. 그래서 더 행복한 시간이었다. 가로등 불빛에 비친 물은 참으로 맑았고 하늘에 별은 또 유난히 많았다.

정말 오랜만의 쉼이라 맘껏 누려보고 싶었다. 운동 후 숙소로 돌아와 따뜻한 물로 샤워도 하고 컴퓨터에 담긴 수많은 미완성 글들에 색칠을 하다가 밖으로 나갔다. 야심한 밤에 차에 실린 우쿨렐레 같은 작은 마틴 기타 들고 방파제로 나갔다. 아무도 없었다. 방파제 시멘트 바닥에 누워서 하늘을 올려다보니 은하수도 보인다. 옆에 등대 불빛은 반짝이고 파도가 방파제에 부딪치는 소리도 정겹다.

“무소식이 희소식 이다”란 말 이제 그 뜻을 알겠다. 특별한 일 일어나지 않은 그 일상의 하루가 얼마나 기적 같은지를 알게 되었다. 하루를 숨 쉬고, 밥 먹고, 걸어 다니고, 아이들이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고, 89세 아버지가 식사를 잘하시고 하루를 잘 보내셨다고 하니 감사하다. 하루 일과를 끝내고 아내와 나누는 일상의 전화가 참으로 감사하다. 이 모든 게 감사하고 기적 같은 일이다.

그래서 난, 특별한 일 없는 평범한 오늘이 너무 감사하다. 행복이 별건가? 당연하게 여긴 일상을 기적이란 걸 깨달을 수만 있으면 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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