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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달구벌아침

여름휴가 논란

기사전송 2017-08-08, 21: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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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청 부국장
출근하려 현관문을 여니 같은 아파트 옆집 부부가 울긋불긋한 짧은 옷에 챙이 넓은 모자, 선글라스를 쓴 모습으로 두 꼬맹이 아들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다. 여름휴가를 가나보다. 물놀이 도구들도 잔뜩 챙긴걸 보니 어디 바닷가로 피서지를 정한 모양이다. 묻기도 전에 꼬맹이 중 한 명이 “우리 바다 가요”라고 잔뜩 흥분된 목소리로 자랑이다. “그래? 편안하게 즐기고 와” 참 여유로워 보인다.

지난 한 주간 대구시내는 휴가를 떠난 사람들이 많아 비교적 조용했다. 입추를 맞고서도 여전히 맹렬한 폭염, 아무래도 휴가시즌의 피크타임은 이번 주까지 이어지는것 같다.

휴가는 또 다른 말로 프랑스어에서 유래된 바캉스라고도 불린다. 열심히 일 한 만큼 잘 쉬는것도 중요하다. 학창시절과 달리 방학이 따로 없는 직장인·자영업자에게는 ‘휴가’는 직장과 일상에서 벗어나 가족들을 챙기고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그야말로 ‘힐링’의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지난 주 휴가를 보내고 월요일부터 업무에 복귀했던 대통령이 첫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여러 현안 가운데 가장 먼저 ‘공관병 갑질’에 대해 언급하며 유감을 표시했다는 소식이다. 23년만에 공군 출신이 합참의장으로 내정됐다는 뉴스가 8일 아침에 타전됐다. “나라를 지키러 간 우리 청년들이 농사병, 과외병, 테니스병, 골프병, 이런 모욕적인 명칭을 들으며 개인 사병 노릇을 한다는 자조가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이라면서 군에서 시작된 갑질 문화 실태조사를 모든 부처로 확대하라고 대통령이 직접 언급했으니 이제 모든 부처의 ‘갑질 파헤치기’가 또 한 번 회오리로 몰려올 것이 뻔하다. ‘피자’ 발언 한마디로 초유의 어마무시한 강력한 부동산 대책이 등장했으니 갑질 근절 의지 표명으로 어떤 일들이 줄줄이 벌어지게 될 지는 ‘척’하면 ‘삼척’이다.

대통령이 휴가기간 동안 읽고 추천한 ‘명견만리’라는 제목의 책이 판매 돌풍을 일으켰다. 대통령이 페이스북에 언급하기 전 일주일 간 일일 평균 판매량이 76권이었던 이 책이 대통령의 언급 이후 6일 하루에만 789권이 팔렸다. 전체 3권으로 이뤄진 이 책의 제3권 ‘정치·생애·직업·탐구 편’은 교보문고 인터넷 일간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대단한 인기다. 대통령의 영향력이 이처럼 엄청나다는 것은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또 한 번 실감하게 된다. 휴가지에서 대통령이 읽고 추천한 책 한 권의 위력이 이 정돈데, 공식 회의에서 대통령이 언급하는 한 마디의 위력은 얼마만하겠는가.

그런데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왜 모두 휴가지에서 독서만 하는지 모르겠다. 미국이나 유럽 같은 곳에서는 대통령들이 휴가 때 테니스와 골프도 치고, 요트도 타고 사냥도 하고 그러는 것 같던데 말이다. 하긴 돌아가신 노무현 대통령이 휴가 때 낚시를 하긴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이런 ‘힐링의 휴가’로부터는 아직 그다지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 독서를 거의 유일한 휴가 의식으로 내세운다.

미국의 한 잡지에서 케네디 대통령의 독서 목록 10권을 소개하면서 부터 시작된 대통령의 휴가 도서 목록 공개 문화는 우리나라에서도 김영삼 전 대통령 때부터 시작됐고, 이 책 읽는 모습은 대통령에게도 좋은 정치 수단이 돼왔다. 책 읽는 지적인 면모를 드러낼 수 있고 도서 목록을 통해 정치 메시지와 국정 철학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북한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로 도발하자 문재인 대통령이 휴가 일정을 하루 늦췄지만 결국 대통령의 여름 휴가에 대해 논란이 일었다. 몇몇 야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문 대통령이 휴가를 취소하지 않았다며 비판했다. 휴가 후 한 야당 대표는 “대통령이 페이스북을 통해서 최근 청와대에 입주한 강아지와 고양이에 대한 소식까지 상세하게 전하는 여유를 보여주었습니다…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아서라고 했습니다만 청와대의 강아지 소식보다는 현재의 극명한 위기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하는지 궁금해하는 국민들이 더 많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라고까지 힐난했다.

휴가 시기를 잘못 선택해 국정지지율도 떨어지고 야당에게 쓴소리를 듣는 대통령이 안쓰럽기도 하지만, 야당들의 말도 전혀 틀린 것은 아니다.

부적격 인사 기용을 위한 스스로의 원칙 무너뜨리기, 탈원전 접근방식, 여론조사에 기댄 3권분립 무시, 베를린 구상 이후 계속되는 대화 제의와 대북 확성기 중단 제스처, 증세논란... 문 정부에도 곳곳에 ‘불통’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자신이 내리는 결정은 늘 옳은 것이고 다른이들의 고언은 일고의 가치가 없다’는 생각이 바로 ‘불통’이다. 전 정부가 이런 ‘불통’때문에 스러졌다. 청산해야 할 ‘적폐’ 중엔 ‘불통’도 반드시 포함돼 있다.

휴가시즌이 끝나면 폭염의 기세와 함께 이런 ‘불통’의 맹위도 함께 잦아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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